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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결합상품 쇼크 어디까지] 내년까지 200회 7400억원 만기 돌아와 

 

우리·하나은행 등 8224억원어치 판매… 금융소비자원, DLF 피해 배상 소송 제기

▎9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우리·하나은행 파생결합상품인 DLF·DLS 상품 피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 및 호소문 발표’에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원금 손실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10월 말께 내놓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9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5회 국제공공자산관리기구(IPAF) 포럼 직후 기자들을 만나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DLF 주요 판매창구인 우리·하나은행을 비롯해 관련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10월 초에 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제도 개선 방안 10월 말 발표

금융위는 은행에서 위험상품 판매와 준법감시 등과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고위험 상품에 대해 일정 부분 판매 제한을 거는 방안, 판매 과정에서 추가 보호장치를 두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간담회에 참석한 후 다시 기자들을 만나 “모험자본을 하면 또 사고가 나게 마련”이라면서 “앞으로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런 부분에서 보호장치를 마련하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DLF 관련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해외 금리 연계 DLF와 관련해 “엉터리 펀드 판매의 진상과 금융회사의 불법 행위가 없었는지, 감독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철저하게 규명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에는 합동검사 통해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 등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금융위원회에는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 하향 등 규제 완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고려가 있었는지 평가할 것을 각각 요구했다.

DLF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소송도 제기됐다. 금융소비자원에서는 9월 25일 DLF 피해와 관련해 판매사인 은행을 상대로 100% 피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는 우리은행 3건(16억원), 하나은행 1건(4억원)이 포함됐으며 원금과 가입일 이후 손실금액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이 소송은 집단소송이 아니기 때문에 판결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들까지 구제받기는 어렵다. 집단소송은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 하자로 다수의 소비자들이 유사한 피해를 봤을 경우 일부 피해자가 전체를 대표해 진행하는 소송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증권 분야에서만 집단소송을 인정하고 있고 법원에서 집단소송이 가능하다는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8월 기준으로 국내 금융회사에서 판매한 DLF와 파생결합증권(DLS) 등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4012억원어치를 팔아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도 3876억원어치를 판매해 총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국민은행이 262억원, 유안타증권 50억원, 미래에셋대우 13억원, NH증권은 11억원 순으로 판매했다. 투자자별로는 전체 판매액 가운데 7326억원이 개인투자자 3654명에게 판매됐다. 따라서 이번 소송 이후에도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일단 금융감독원에서는 분쟁 조정 절차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금감원에서는 DLF 사태가 부상하자 분쟁 조정에 나섰다.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파생상품 관련 분쟁 조정 접수 건은 200여 건에 달한다. 일부 은행들은 벌써부터 분쟁 조정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분쟁조정 절차는 소송에 비해 빠르게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이다. 다만 분쟁 조정에서는 소송과 달리 투자자들의 책임이 0%를 인정받기 어렵다. 분쟁 조정의 경우 쌍방의 과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비율을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 결과가 나온 이후라도 책임 비율을 납득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번 피해자들이 분쟁 조정과 소송을 통해 최대한의 피해배상을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피해를 근절시키기 위한 근본 대책은 근본 차단이라고 보고 은행들의 파생결합상품의 전면 판매 금지를 요구하고 은행과 금융위·금감원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관련자들을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금융당국의 미스터리쇼핑(암행감찰)에서 이미 낙제점을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9월 25일 국회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에 제출한 파생결합증권 미스터리쇼핑 실시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29개 금융사 440개 점포를 대상으로 진행한 파생결합증권 판매 관련 미스터리 쇼핑에서 하나은행은 종합평균 38.2점(100점 만점), 고령투자자 부문에서는 25.5점을 받아 5단계 평가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저조 등급에 해당됐다. 우리은행은 종합평점 62.4점, 고령투자자 부문 점수는 56.5점으로 미흡 평가를 받았다.

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를 낳고 있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은 내년 9월까지 차례로 만기를 맞는다.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상품에서 첫 원금 전액 손실 사례가 나온 가운데 남은 약 200차례 7398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온다. 유로존 경제의 버팀목인 독일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원금 손실 폭탄이 잇따라 터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9월 26일 만기인 DLF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7호(DLS-파생형)’가 투자원금에 대해 100% 손실로 처리됐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0.6%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100% 잃는 구조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들어 한때 -0.45%까지 상승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펀드 수익률 평가기준일인 9월 24일 금리가 -0.619%까지 떨어지면서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원금 100% 손실 사례도 나와 충격

다만 만기까지 펀드를 유지하면 1.4%의 쿠폰금리를 제공하고, 관리비용 중 일부(0.5%)를 정산해줌에 따라 투자자들은 원금의 1.9%에 해당하는 금액은 돌려 받는다. 지난 5월 판매된 이 상품엔 총 48명이 83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 83억원이 넉달 만에 1억5770만원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앞서 지난 9월 19일 첫 만기를 맞았던 우리은행 DLF 가입자들은 -60.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시엔 주요국 채권금리가 잠깐 반등세를 보여 손실폭을 줄였다. 하지만 최근 다시 금리가 떨어지면서 독일 국채 연계 상품 중 대부분이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가게 됐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03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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