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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의 탐방 노트(3) 인터로조] 컬러·서클렌즈 독보적 경쟁력 갖춰 

 

B2B로 시작해 자체 브랜드로 ‘렌즈공룡’과 경쟁…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 70%

▎노시철 인터로조 대표이사. / 사진:인터로조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세 번째 탐방 대상 기업을 콘택트렌즈 전문 업체인 인터로조로 선정했다. 인터로조는 국내 증시에 유일하게 상장된 콘택트렌즈 전문 업체다. 아직은 연 매출액 1000억원에 미치지 않는 중견기업이지만 전 세계 메이저 업체에 수출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수지 렌즈’로 잘 알려진 자체 브랜드 ‘클라렌’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2위에 올랐다. 영업이익률 또한 매년 20%를 상회해왔다. 2010년 상장 후 주식시장의 높은 기대와는 달리 지난 2년간 외형과 이익이 정체하는 모습을 보여 주가는 고점 대비 상당한 조정을 경험했다. 다시 성장을 재점화하기 위해 컨택트렌즈 B2B와 B2C 사업 양면에 걸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창업자인 노시철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자체 브랜드 ‘수지 렌즈’로 유명

최준철 대표(이하 최준철):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으로 시작해 자체 브랜드로 국내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선 비결은 무엇인가.

노시철 대표(이하 노시철): 변화에 대한 고객들의 욕구가 상존하는 점을 공략했다. 우리에게 1차 고객은 안경원이다. 시장에 처음 진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1위 회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는데, 이에 대해 안경원에서 불만이 많았다. 공급가격과 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책정해 안경원 마진까지 모두 관리했기 때문이다. 1차 고객에 대해서 불만을 해소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에 대한 시장의 욕구를 공략한 것도 적중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서클렌즈의 디자인을 3개만 갖고 팔았다. 그런데 우리는 시작부터 4개의 디자인을 제시했고 현재는 7~8개의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적극적인 마케팅도 성공 요인이다. 클라렌 브랜드의 전속 모델로 수지를 썼는데, 말 그대로 수지 맞았다. 글로벌 업체들 사이에서는 로컬 업체가 이 정도의 모델을 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송은 물론 극장 광고도 했고, 안경원에 포스터와 배너를 내거는 등 과거에 없던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 현재는 대부분의 렌즈 브랜드가 우리의 마케팅 전략을 따라하고 있다.

최준철: 지난 2년간 실적이 좋지 않았다.

노시철: 연구개발 성과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영업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 빨리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하기 위해 5~6년 전에 외부 인재를 많이 영입했는데, 기대보다 단기적인 성과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 제조본부장과 연구소장을 새로 영입하는 등 새로운 도약에 나서려 하고 있다. 영업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 영향도 있다. 그간 매출 목표를 제시하고 맞추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밀어내기 등의 부작용이 있었는데, 이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올해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데, 안정적인 단계로 가고 있는 듯하다.

최준철: 국내 2위이지만 아큐브와 격차는 여전히 크고 오렌즈·렌즈미 등 PB업체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노시철: 콘택트렌즈 카테고리는 크게 시력 보정용 렌즈(Blue tint lens)와 뷰티를 겸한 컬러·서클 렌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아큐브는 70% 이상을 시력 보정용 렌즈에 치중하고 있으며 브랜드 파워 덕분에 원데이 서클렌즈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큐브는 ‘디파인’ 만으로도 서클렌즈 영역에서 1위다. 우리는 단기적으론 서클렌즈 분야에서 집중적인 공략을 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굉장히 빠른 디자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업체들은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원데이 서클렌즈 분야에서는 품질과 경쟁력으로 봤을 때 인터로조가 세계에서 최고다. 소비자 트렌드를 선도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출시해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력 보정용 렌즈 분야는 현재 개발 중인 데일리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 제품군을 빨리 완성해 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실리콘 하이드로겔 제품은 한달용 제품인 에어수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시력 보정용 렌즈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PB숍의 경우 현재 다양한 디자인과 고객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통한 효율적인 마케팅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지만 품질 측면에서 우리가 월등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PB숍을 경쟁관계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좋은 제품을 출시하고 이를 디지털 마케팅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잘 알려 우리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마케팅·연구개발(R&D) 늘릴 계획


최준철: 콘택트렌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업체가 많지 않고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인다.

노시철: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아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 인건비가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굳이 공장을 인건비가 낮은 지역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 우리의 경우 OEM과 자체 브랜드를 모두 만들기 때문에 글로벌 메이저에 비해 라인 변화가 많고 제조 효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것은 마케팅과 연구개발(R&D)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R&D와 마케팅 비용을 늘려야 한다. 규모를 키우는 만큼 R&D와 마케팅 영역에서 지출을 늘려갈 방침이다.

최준철: 세계의 유수 컨택트렌즈 브랜드들이 인터로조에게 제조를 의뢰하는 이유는.

노시철: 뛰어난 품질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두루 갖춘 제조역량 때문이다. 서클·컬러렌즈를 주로 생산하는 회사들은 기술 품질 수준이 낮은 편인데, 우리는 기본 렌즈 제조 기술이 글로벌 수준이다. 우리만큼 제품 품질이 보장되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업체는 없다. 글로벌 OEM 업체 중 대만 징코(Ginko)는 아직 제조 기술이 무르익지 않았고 세인트 샤인(St.shine)은 포트폴리오가 적다. 일본 업체들은 덩치는 크지만 글로벌화 되지 못했다. 납기준수 등 거래관계에서 신뢰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유럽에서 OEM을 많이 하던 쿠퍼비전이 자체 브랜드 비율을 늘리니 이 회사가 이전에 OEM 하던 물량들이 자연스럽게 기술력을 갖춘 인터로조에 유입되고 있다. 유럽에서 80% 이상은 인터로조를 선택한다고 봐야 한다.

최준철: 최근 일본 PIA로의 매출 성장이 인상적인데, 어떤 파트너인가?

노시철: 일본에 서너개의 거래처가 있는데, PIA는 이 중 메인 비즈니스 파트너다. 인터로조는 디자인 개발 및 구현능력, 품질, 공급능력을 갖추고 있어 PIA의 예기치 않은 주문에 대해서도 원하는 납기를 맞춰주고 있다. PIA는 마케팅 능력이 특출난 회사로 브랜드별로 다양한 모델들을 기용하며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최근 PIA보다 매출이 큰 회사에서도 접촉이 오고 있다. 하지만 PIA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판단했다. 향후 인터로조가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면 시력 보정용 렌즈 쪽으로 집중하려고 한다. 시력보정용 렌즈 시장이 일본 시장의 75%에 달한다.

최준철: 중국은 시장이 크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대금지급 조건이 나쁜 것으로 알고 있다.

노시철: 중국에서 법인을 세운 후 그런 우려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현지 평판조회를 거쳐 대금 지불 실적이 나쁜 곳과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 올해 1000만 달러 정도의 수출 실적을 거뒀는데, 이는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 중국에서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었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했기 때문에 성장이 더딘 측면이 있다. 이제 노하우를 갖춘 만큼 공격적으로 중국에서 매출을 늘려보려고 한다. 클라렌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현지 파트너를 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현지 업체와 함께 중국 시장에서 속도와 유연성을 높여 현지화에 성공하면 글로벌 메이저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 안에 방향 설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향후 3년 내에 톱 5로 올라서고 10년 내로 톱 3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최준철: 수출 비중이 70%에 달해 환 관리가 손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거 같다.

노시철: 현재 달러는 물론, 유로·엔화 등 다양한 통화로 거래 중이다. 그러나 이 중 60% 이상이 달러 거래이기 때문에 달러만 헷징하고 있다. 달러금액의 50% 범위 내에서만 선물환을 체결해 환헷징을 하고 있다. 요즘처럼 환율이 높은 시점에는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계약해 환율 변동의 위험을 낮추고 있다.

최준철: 3공장을 증설하는데, 기대 효과는.

노시철: 3공장에서는 현재 개발 중인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와 블루라이트 렌즈를 주로 생산할 방침이다. 컬러·서클렌즈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로 시력 보정용 렌즈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다. 향후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로 컬러 렌즈를 만드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1공장은 한달 착용 렌즈를 비롯해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으며 2공장에서는 원데이 서클렌즈를 위주로 생산 중이다. 1, 2공장의 생산능력이 매출 기준 최대 1200억원 정도인데 내년이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공간이 부족해 평택공장에 있던 강당을 없애고 생산공간으로 전환했을 정도다. 3공장은 4000평이 넘는 부지에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대비하고 있다. 10월에 착공하면 완공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공장은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스마트팩토리를 지향하고 있다.

렌즈로 눈에 약물 전달하는 제품 연구

최준철: R&D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고 있나.

노시철: 콘택트 렌즈는 안경렌즈와 비교해 소재와 금형을 비롯해 다양한 기술이 복합적으로 들어간다. 어떤 분야를 전공한 직원들을 뽑아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물론 근본은 소재연구다. 원료를 개발하고 배합해 개선해야 한다. 제조기술에 대한 혁신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 아큐브가 가격을 올렸고 우리도 4분기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린다. 점유율을 늘리는 것보다 R&D를 지속하기 위한 이익을 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스마트 렌즈 등 미래 기술에도 도전하고 있다. 월드클래스 300회사에 선정되며 정부에 과제를 제시했다. 광교에 서울대 융합연구소에 별도로 팀이 나가 포항공대, 성모병원과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 외에 단기적으로는 약물 전달용 렌즈를 먼저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렌즈를 통해 눈에 약물을 더욱 쉽게 전달시키는 제품이다.

[박스기사] 최준철 대표가 본 인터로조 투자포인트 - 성장 가시성 대비 주가 미흡

창업자 겸 CEO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고 과거의 실책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 내에서 R&D와 판로개척을 병행하고 있어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가 인상과 PIA향 일본 수출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 가시성에 비해 주가는 여전히 약세라 지금이 좋은 투자타이밍으로 판단한다.

1503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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