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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이제 경기 저점 멀지 않았다? 

 

경기 민감 업종 주가 회복, OECD 중국 경기선행지수 저점 통과 등 징후

통계청에서 2017년 9월이 지난 경기의 정점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제11경기순환이 완성됐다. 경기 확장 기간은 2013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총 54개월간이었다. 확장 기간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길지만 정점의 높이는 반대로 가장 낮았다.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장기 성장-낮은 성장률’이란 패턴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난 것이다. 정점 이후 모습은 곧바로 하락하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가다가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과거와 다른 형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경기가 정점을 찍으면 급랭하고 저점을 찍으면 급등하는 형태가 반복됐었다.

경기 둔화 이어지고 있지만 저점 가까워

2017년 9월이 경기 정점이니까 국내 경제는 9월까지 2년째 위축 국면에 있는 셈이 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부정적으로 보면 경기 둔화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저점이 멀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1998년까지 우리나라 경기순환 주기는 확장 34개월, 수축 19개월로 총 53개월이 하나의 주기였다. 외환위기 이후는 좀 더 짧아져 확장 26개월, 수축 18개월로 주기가 44개월이 됐다. 과거 순환주기로 볼 때 경기 둔화가 2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건 저점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경기 저점이 멀지 않았다는 징후를 찾을 수 있을까? 먼저 주식시장이다. 주가는 다른 어떤 변수보다 경기 변화를 빨리 알려준다. 주가가 사람들의 예측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인데, 경기보다 빠르면 6개월 늦어도 3개월 먼저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7월 이후 업종별 주가 동향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조선주가 19%, 기계가 8% 올랐다. 최근에도 철강과 건설업이 각각 8.6%, 8.2% 상승했다. 이들은 경기에 대단히 민감한 업종들이다. 7월까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해당 업종이 오르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업종 경기 변화 없이는 계속되기 힘들다.

두 번째는 해외 경제다. 2분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표가 저점을 찍었다. 이 지표로 보면 글로벌 경제가 바닥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관심이 가는 곳이 중국이다. 전통적으로 OECD 중국 경기선행지수는 우리보다 3개월 먼저 움직인다. 해당 지표가 7월에 바닥을 찍었으니까 우리 선행지수는 4분기 정도에 저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은 반도체다. 8월에 계약가격의 하락이 멈췄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투기적 수요로 D램 현물가격이 24% 상승했지만 수급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가격은 계속 하락했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예상과 달리 8월 디램 계약가격이 11개월 만에 하락을 멈춰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런 변화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아직은 경기 회복을 보여주는 지표보다 경기 둔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훨씬 더 많다. 그만큼 저점을 얘기하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국제 환경도 비슷하다. 아직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고,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경기도 좋지 않다. 다행히 주식시장은 좀 다르다. 주가가 경기 둔화에 충분히 반응한 만큼 좋지 않은 지표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경기 회복은 생소한 개념이어서 크게 반응할 수 있다. 경기 저점 통과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코스피가 2100에 바짝 다가섰다. 단기적으로 기로에 도달했다고 판단된다. 지난 한달간 주가 상승을 하락에 따른 반등으로 볼 경우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가격이 이미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주식시장이 6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 주가가 머물렀던 구간은 1800~2050사이였다. 올해 초 2000에서 지지선이 만들어졌을 때에도 박스권 상단은 2250이었다. 저점 대비 10% 내외가 상승의 한계였는데 이미 주가가 11% 가까이 올랐다. 박스권을 가정할 경우 주가가 거의 상단에 도달한 것이다. 반면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고 가정하면 단기 급등이 부담될 뿐 장기 그림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주가가 대세 상승할 때 1차 상승만으로도 바닥에서 30% 이상 오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가가 속도조절을 거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어떤 상황이 됐든 주가는 한번은 쉬어갈 걸로 보인다. 박스권일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대세 상승이라도 직전 하락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있기 때문에 쉬어갈 수밖에 없다. 2100이 분기점이 될 것이다.

지난 한달간 상승으로 코스피 주가순이익비율(PER)이 11배까지 올라왔다. 최근 5년 사이 해당 지표의 최고치가 11.2배 임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추가 상승하려면 국내외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가정이 들어맞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확신할 수 없다. 지금은 심리적 안도감과 기대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만큼 갑자기 힘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주식이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이후 뚫지 못했던 4만7000원을 넘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최근에는 하루에 700만주 넘는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기도 했다. 이 선은 지난 6~7월에 외국인이 2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 넣고도 넘지 못했던 선이다. 그만큼 추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오른 이유는 반도체 경기가 4분기에 바닥을 통과하고 갤럭시 폴드가 출시되면서 두 부문의 활황이 재현될 거란 기대 때문이다.

업종별 경기 변화 여부 따져봐야

문제는 주가다. 개선 가능성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2017~2018년 최고 호황기 때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5만5000원을 넘지 못했다. 물론 당시에는 향후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 주가가 제대로 오르지 못한 면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추가 상승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이번 반도체 경기 둔화는 과거보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지 않은 채 마무리되고 있다. 주가 상승이 경기 저점보다 훨씬 빨리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럴 경우 추가 상승은 경기가 좋아지는 걸 확인한 후에 나타나게 된다. 기대가 실제로 현실화되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켜 보는 시간에는 거래만 늘어날 뿐 주가 움직임은 작아진다.

연초에 조선주가 올해 가장 유망한 주식으로 꼽혔지만 업종 회복이 더뎌 주가가 생각만큼 오르지 못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는 종목별로 업종 경기 변화 여부를 따져야 한다. 주가가 낮을 때에는 수급이 역할을 하지만 주가가 높아지면 기업 내용만 통하기 때문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03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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