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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투자 망치는 인간의 집단본능 

 

과도한 낙관·비관론에 치우치기 일쑤... 역발상 혹은 역행 투자 필요

▎사진:© gettyimagesbank
최근 한국 사회를 보면, 온통 편 가르기 천지인 듯하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편을 갈라 극심한 대립을 보인다. 대학 입시제도, 분양가 상한제, 일본과의 갈등, 대북 정책, 최저임금 인상 등 교육·부동산·대외정책·노동정책 각 분야에서 첨예한 의견 갈등이 나타난다. 이런 대립이 보수·진보의 이념적 차이의 결과이든, 자신이 처한 경제적 위치에 따른 정치적 판단의 결과이든, 혹은 지역 정치색에 따른 것이든 간에 지나치게 선명하고 날카롭다. 온라인상의 댓글에서는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의 기미마저 발견하게 된다. 집단 극단화란 ‘사람은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면 극단으로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넛지]의 공저자 캐스 R. 선스타인은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에서 집단 극대화가 사회적으로 무서운 이유로 극단화된 집단에 ‘어떤 권위적인 주체가 소속되어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거나,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맡기는 경우에는 대단히 좋지 않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례로 파시즘, 인종청소, 테러집단 등은 전형적인 집단 극단화의 추악함과 무자비함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그런데 집단에 소속하고자 하는 인간 심성은 본능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집단에 충실했던 원시인들의 후손이다. 원시시대에 무리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곧 생명의 위협을 의미했다. 혼자로는 맹수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고, 마실 물을 찾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의 심성에는 집단이나 무리에 속해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새겨져 있다. 따돌림이나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무리에서 멀어진 원시인의 고통과 불안감에 다르지 않다. 폭력을 당하면서도 또래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청소년들의 태도는 고립의 고통이 더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다.

집단 심성은 인간의 본성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집단본능이 역효과를 낳는 분야가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이다. 집단 내 어떤 믿음을 견고히 하는 촉매 중 하나가 ‘정보’이다. 인간은 타인의 의견에 반응하는 존재이다. 나와 같거나 비슷한 의견을 집단 내에서 제시하면, 금세 동조화가 일어난다. 더 나아가 강력한 유대감도 생겨난다.

온라인상의 부동산이나 주식 커뮤니티를 보면, 그들이 서로 기대는 믿음이 얼마나 강고한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도 자신들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으면 부정한다. 더 심한 경우, 아전인수격으로 정보를 왜곡해 집단 내에 유통하기도 한다. 대개 강력한 상승장이나 폭락장에서 이런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집단본능은 투자자들을 낙관과 비관의 극단으로 내몰기도 한다. 낙관이나 비관의 감정은 기대감과 실망감 혹은 두려움을 의미한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가격 상승을 목도한 사람들에 의해 전염병처럼 확산된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이를 두고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이란 표현을 쓴다). 사회적 전염은 반대로도 작동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이 급매로 처분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극도로 비관적인 전망으로 돌아선다. 주식이나 부동산의 내재가치와 상관없이 주위에 낙관 혹은 비관에 휩싸인 사람들의 행동 자체에 우리는 큰 영향을 받는다.

집단본능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인물이 링컨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발탁했다. 바로 정치학자 도리스 굿윈이 이름 붙인 ‘라이벌의 팀(Team of Rivals)’이다. 정적이라도 과감하게 자신의 주위에 발탁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다양한 반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후 그가 내린 결정은 미국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또 ‘악마의 변호인’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란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는 존재를 말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투자대상이나 시장 흐름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일류 투자회사 중에는 확증이 강한 소수에 의해 투자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장일치제를 도입하거나 악마의 변호인을 두어 반론을 제기하도록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장치들은 집단 본능과 그것에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확증 편향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심리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스로를 고독에 빠뜨릴 수 있어야 한다. 다수가 가는 길은 피하고 소수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일종의 역발상 투자 혹은 역행 투자이다. 가령 투자 종목을 발굴할 때, 가장 핫(Hot) 곳은 피하고 반대로 업황이 어렵고 지지부진한 분야에서 1등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투자 고수가 아닌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벌기란 어려운 일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자연스런 역행 투자를 하는 방법은 주기적인 리밸런싱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에 각각 50%씩 투자했다면, 일정 시점마다 바뀐 비율을 다시 50:50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투자처는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이자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비중을 재조정함으로써 오른 것은 팔고 떨어진 것을 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투자 전 조사·분석에 힘 쏟아야

평소 매수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가격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가격이 오른다는 이유로 추격 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가 좋으면 상관없지만 추격 매수는 주로 최고점에서 이뤄지는 게 다반사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사지 못한 것 자체가 두려움이 된다.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해서는 매매보다는 조사에 먼저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일 상가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관심 지역의 상권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해야 한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이다. 관심 지역을 자주 방문하고 중개업소와 사귀어 두어야 한다. 주식은 말할 것도 없다. 주식은 가격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라는 살아 있는 유기체를 사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조사가 없다면 그것은 투기에 다름 아니다. 간접투자인 펀드도 다른 사람들이 가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입해서는 곤란하다.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지, 펀드 규모는 어떠한지 등등을 조사해야 한다.

미리 조사해 두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투자의 세계에서 이번 한번뿐인 경우란 없다. 일부 사이비 예언가들이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얘기한다면, 귀를 막아버리는 게 낫다. 만일 당신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남들에게 과연 떠벌리겠는가. 기회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게 더 문제인 경우가 많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503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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