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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공략 속도 높이는 국내 간판 기업들] 성장 주춤한 중국의 대안으로 눈 돌려 

 

삼성전자·기아차·현대중공업 등 새 활로로 주목… 저가·소형 제품과 기술력으로 승부

▎기아자동차의 첫 인도 진출 제품인 소형 SUV ‘셀토스’(왼쪽)와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먼저 선보인 ‘갤럭시M20’ 스마트폰. / 사진:각 사
국내 대표 수출 기업들이 최근 인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장기화 등으로 과거 대비 경제 성장이 둔화한 중국, 최근 외교 관계가 악화했으며 자국 기업 제품 선호도가 높은 일본 등 녹록하지 않은 수출 환경에서 새 활로로 주목 중이다. 특히 기존 핵심 수출처였던 중국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대규모 신흥시장으로 인도가 적격이라는 분석이 기저에 깔렸다. 10월 2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9월 말을 끝으로 중국 후이저우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 문을 완전히 닫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물량 재배치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공식 언급은 없었지만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직접 생산하는 경우 과거처럼 인건비 절감 등의 큰 이점이 사라진 데다, 인도 등의 다른 신흥시장 집중 공략 필요성이 커져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에도 중국 톈진의 스마트폰 공장 문을 닫았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분기 1.1%에서 2분기 0.7%로 한층 떨어졌다. 중국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와 비보 같은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고전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출하량이 6년 만에 3억대 밑으로 떨어진 것도 그 결과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스마트폰 공장 철수 후 인도로 재배치

이와 달리 인도 시장에서는 최근 선전하고 있다. 2017년 4분기에 저가 모델로 무장한 샤오미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뺏긴 이후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SA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인도 점유율은 26.3%로 샤오미(28.7%)를 2.4%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전년 동기인 지난해 2분기 두 기업의 점유율 격차는 5.6%포인트(샤오미 28.8%, 삼성전자 23.2%), 전분기인 올 1분기엔 7.4%포인트(샤오미 30.1%, 삼성전자 22.7%)였다. 이는 삼성전자가 인도 공략 가속화에 힘쓰면서 전략 다변화를 꾀한 것과 관련이 깊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올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갤럭시A’와 ‘갤럭시M’으로 재편했다. 그러면서 저가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하는 갤럭시M 시리즈 모델인 갤럭시M10과 M20, M30을 인도에서 가장 먼저 발표하는 등 공을 들였다.

가격 역시 인도 시장 최대 경쟁상대인 샤오미의 주력 수출품 ‘레드미’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인구 약 13억의 거대 시장 인도는 십수년 전의 중국을 연상케 하는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 스마트폰 수요가 수년간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저가 제품 수요가 많다. 온라인 판매 채널 강화도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온라인 쇼핑에 친숙한 현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겨냥, 갤럭시M 시리즈를 온라인 채널 전용으로 판매하고 나섰다. 후발주자 샤오미가 인도에서 빠르게 세를 넓힐 수 있었던 것도 온라인 판매에 주력해서였던 반면, 삼성전자는 샤오미보다 이런 대응에 미흡했기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삼성전자의 행보는 다른 곳곳에서도 잘 엿보인다. 지난해 인도 뉴델리 인근 지역인 노이다에서 세계 최대 규모 스마트폰 공장을 설립, 베트남 하노이 공장과 함께 2대 거점 중 하나로 삼았다. 중국에서 기존에 생산하던 물량 대다수가 인도와 베트남 공장으로 재배치되면서 각각 현지 시장 공략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노이다 공장을 통해 인도 내 스마트폰 월간 생산 능력을 기존 500만대에서 1000만대까지 끌어올렸다. 연간 1억2000만대 수준이다. 저가 수요 공략에 집중하되 일부 프리미엄 수요 공략에도 힘쓰고 있다.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를 10월 1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출시했다. SA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인도 퍼스트’ 전략으로 인도 점유율을 회복 중”이라며 “이 추세라면 연내 1위 자리 탈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 공략 가속화에 한창이다. 선봉장은 기아자동차다. 기아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를 지난 8월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에서 본격 양산에 나서면서 현지에서 정식 출시했다. 넓은 국토 대비 비포장도로가 많고, 동승할 가족 구성원이 많지만 값비싼 대형차보다는 저렴한 소형차를 선호하는 현지 사정상 잘 팔릴 만한 소형 SUV를 전면에 내세웠다. 2005년 인도에 진출했던 삼성전자와 달리 인도 진출 자체가 처음인 기아차는 올해를 목표로 지난 13개월간 인도 시장 데이터를 분석,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디자인과 편의사양을 셀토스에 적용하기도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출시 당시 “인도 전역 160개 도시에서 판매·서비스망 265곳을 갖추는 등 시장 연착륙을 위한 거점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분위기다. 판매 첫 달인 8월 6236대가 팔려 인도 SUV 부문 판매량 5위에 올랐던 셀토스는 이후 9월 25일까지 약 4만건의 판매 계약을 기록했다. 35일간을 기준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 역대 최대치다. 소비자들이 출고까지 평균 2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기아차는 셀토스 생산량을 늘려대기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난타푸르 공장을 2교대로 전환해 월 생산량을 1만대로 끌어올리는 데 나섰다. 셀토스를 인도에서 연간 6만대 판매한다는 목표이며 내년부터는 공장에서 셀토스 외의 신규 차종도 양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3년 안에 연간 생산 능력 30만대 규모로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인도 시장 5대 완성차 메이커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도 인도 첸나이에 공장 2곳(연산 65만대)을 가동 중이며 연말까지 75만대 규모로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인도 성장률 올해 6.3%, 내년 7.0% 전망

이 밖에 조선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철강 업계에선 포스코가 인도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업인 조선 외에도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비상발전기 ‘힘센엔진’으로 지난 7월 인도 원자력발전 시장에 첫 진출했다. 인도의 민영 발전 기업인 파워리카와 4900만 달러(약 570억원) 규모의 힘센엔진 공급 계약을 했다. 포스코는 인도 비사카파트남 소재 업체 RINL과 특수강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재추진 중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기준 세계 2위 철강 생산국으로 과잉 공급 우려가 잇따르는 중국과 달리 성장 잠재력 면에서 호평 받고 있다. 두 기업은 장기 불황의 깊은 늪에 빠진 업종에 속한 탓에 인도 진출이 새로운 활력소로 중요해졌다.

경쟁국 기업들도 인도의 성장성을 크게 보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보안성 논란에 휩싸이고도 5세대(5G) 이동통신사업 확장에 여념이 없는 중국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후허우쿤(켄 후) 화웨이 순환 회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인도는 인구가 많고 발전 가능성이 큰, 화웨이가 중요하게 보는 시장 중 하나”라면서 “현지 5G 사업 확장에 주목하고 있으며 인도 이동통신사가 얼마나 많은 주파수를 확보하느냐가 5G 시장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푸어스(S&P)는 인도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6.3%와 7.0%로 전망했다. 중국(6.2%, 5.8%) 전망치보다 높은 수치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504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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