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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의 ‘망 사용료’ 논란] ‘통신사 VS 콘텐트 기업’ 다툼으로 번져 

 

국내외 사업자 역차별 문제에서 방향 선회... 정부 “올 말까지 ‘인터넷망 상호접속 규정’ 개선”

▎사진:© gettyimagesbank
“국내 기업 역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망 사용료’(망 사용료)와 관련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8월 30일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만 그는 “해외 CP(인터넷·콘텐트 기업)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통신사, ISP) 간 망 사용료 문제는 전적으로 사적계약이므로 정부의 개입 여지가 적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의 논란은 기업과 기업 간 계약이므로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지만, 국내 기업이 망 사용료 문제 등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은 적극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국내 CP 역차별’


망 사용료를 두고 ISP와 CP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계기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 결과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8월 22일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가 방통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 내린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선 지난해 3월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의도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가입자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했다며 시정명령 조치와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이 중요했던 건 구글 등 외국계 CP에 망 사용료를 받아낼 명분이 생기냐였다. 현재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는 연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물고 있지만, 외국 CP는 막대한 트래픽(인터넷 회선을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을 유발하면서도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망 사용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 외국 CP는 서버가 국내에 없어 망 사용료를 내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망 품질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국내 CP가 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재판부가 방통위의 손을 들어줬다면 외국 CP에도 망 품질 책임을 지어 망 사용료를 받아낼 명분이 생겼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번 재판을 ‘세기의 재판’이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은 그러나 재판 직후 KT·세종텔레콤과 망 사용료 계약을 했다.

그런데 망 사용료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역차별’을 주장하던 국내 CP가 외국 CP와 손잡고 “망 사용료가 과도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기업협회는 행정소송 판결 직후 “망 사용료 문제에 있어서 핵심은 망 비용의 지속적인 증가와 이를 부추기는 상호접속고시”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국내 CP가 행정소송을 계기로 망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 측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호접속 고시와 과점 상태인 국내의 망 산업이 결합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 비용이 증가하는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6년 동등한 수준의 ISP가 상호 간의 데이터 전송에 따른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무정산 원칙을 폐기하고, 데이터 발신자의 부담으로 정산하도록 상호접속 고시를 개정했다. 상호접속은 예컨대 KT와 계약한 CP가 SKB·LG유플러스 사용자에게 콘텐트를 내보내면 KT가 SKB와 LG유플러스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국내의 망 사업과 결합해 ISP가 지속적으로 사용료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우월적 지위가 고착화됐다는 게 국내외 CP의 주장이다. 국내 외 CP는 상호정산 영향으로 향후 망 이용대가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페이스북이 비용 전가를 이유로 접속경로를 변경한 사건 이후 논란은 증폭됐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대외정책총괄 부사장은 8월 27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망 사용료를 내기 위해서 서비스 비용이 늘게 되면, 이는 이용자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페이스북 사건의 핵심은 망 사용료의 증가가 아니라 일부 대형 글로벌 CP의 망 사용료 회피”라며 “이들은 과거에는 물론 지금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상호정산 방식이 망 사용료의 지속적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CP의 콘텐트가 동영상으로 변경되면서 트래픽이 증가함에 따라 CP는 매출이 늘고 더불어 망 사용료가 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CP 측에서 주장하는 망 사용료 상승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도 근거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KTOA는 그러면서 “해외에서도 통신사 간 접속료를 지불 정산하는 예가 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트래픽 증가에 따라 기존의 무정산 방식이 정산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KTOA에 따르면 넷플릭스만 해도 미국 내 주요 통신사와 망 사용료 지불 계약을 체결했다. 또 프랑스 내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 망 사용을 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 비중은 2012년 20%에서 지난해에는 54%로 증가했고, 올 들어서는 77%에 이른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CP 측에서는 망 사용료가 늘어나게 되면 이용자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이는 네트워 관리 비용도 마찬가지”라며 “망 사용료가 축소되거나 없어지면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통신료가 올라 이용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외 CP 간 갈등이 CP와 ISP 갈등으로 확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ISP와 CP가 향후 ICT 산업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신경전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넥플릭스 등 고화질 동영상 중심의 콘텐트로 인해 트래픽이 증가하는 가운데, ISP도 콘텐트와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CP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망 사용료 문제는 단순히 비용을 떠나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주도권을 놓고 펼치는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 생태계 주도권 다툼 전초전

ISP와 CP 간 갈등이 커지면서 정부도 바빠졌다. 방통위는 페이스북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후 이용자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 및 가이드라인 수립에 나설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올 연말까지 ‘인터넷망 상호접속 규정’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ISP, CP에 대한 현황조사 등을 통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데, 논란이 되고 있는 망 사용료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CP의 망 사용료와 관련해 살펴보고 있으며 연말까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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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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