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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미중 무역협상보다 기업 실적이 중요 

 

미중 합의는 여전히 불확실성 남아… 바이오주 추격 매수는 삼가야

▎지난 10월 1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와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쉬운 문제부터 풀었다. 그래서 평가가 엇갈렸다.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를 4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10월 15일 부과할 예정이었던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내용만 보면 과거 합의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중국이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100억 달러어치의 농산물을 더 사주는 게 전부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결과물 많지 않아도 첫 합의 상징성

정반대 시각도 있다. 이번 협상으로 두 나라가 처음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1차 회담의 결과물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대립에서 타협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이후 협상을 이어갈 동력을 확보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뺄 경우 앞으로 협상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무역갈등 과정에 내려졌던 조치가 처음으로 원상으로 복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침해, 보조금 지급, 외환시장 개입 등 핵심 안건이다. 추후 협상 과정에서 다뤄질 텐데 타협이 쉽지 않다. 최근까지 중국은 농산물 수입 확대나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지만, 비관세 장벽 철폐나 무역합의 약속 이행 여부를 체크하는 집행 감시수단에 대해서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 주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선거 일정 때문에 합의가 더 필요한 곳이 미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쉽게 양보할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대선을 앞둔 미국이 마냥 양보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핵심 안건 논의에 들어가면 거센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1년 8개월간 미중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다 갑자기 갈등으로 변하면서 시장이 흔들린 경험이 많이 있다. 그래서 1차 타협에 도달하기는 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협상 분위기가 조성됐고, 양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갈등 완화국면이 이어지겠지만 탄탄대로에 들어선 건 아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 덕분에 주가는 상승했다. 오래된 재료임에도 사안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반응했음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결과다. 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주가를 계속 끌고 가기에는 합의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주변 환경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7월에 시작된 미국의 주가 상승이 전고점을 넘지 못했다. 우리 시장도 2100 위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해당 기간 여건은 굉장히 좋았다.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내렸고, 다른 선진국도 금융완화에 동참했다. 국내에서는 연기금이 상당액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주가가 오르지 못한 건 시장을 좌우하는 요인이 옛날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경기의 힘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주가가 좋아질 수 없다.

종목별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았다. 매출액이 예상치를 소폭 하회한 반면 영업이익은 전망치를 웃돌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이 생각보다 괜찮게 나온 결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자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낸드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줄어 반도체 가격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거란 기대가 커진 건데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D램은 가격 하락이 좀 더 진행될 수 있지만 서버 수요 개선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크지 않을 걸로 예상된다. 문제는 주가다. 5만원에 바짝 다가섰는데, 최고 실적일 때 주가와 10%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라갈 공간이 많지 않은 것이다.

연초 이후 제약·바이오 업종 주가가 30% 가까이 하락했다. 대부분 업체의 실적이 부진했고 신약개발 등 기대했던 연구개발(R&D) 모멘텀이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하락하던 바이오 주가가 최근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헬릭스미스라는 바이오 업체가 있다. 9월 초에 그동안 시행해왔던 임상 3상이 결론을 내는 데 실패해 주가가 6만원대로 떨어졌다. 10월에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해당 임상실험에 대한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다시 10만원을 회복했다. 한때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졌던 신라젠 역시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으로 며칠 만에 주가가 두 배로 뛰었다. 에이치엘비 역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결과가 유럽종양학회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급등했다. 이 모든 게 한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변화 덕분에 코스닥 시가총액 20위 내에 있는 7개 바이오 업체의 주가가 지난 8월 말에 비해 30%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 4%의 8배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바이오가 코스닥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바이오 주가가 움직이는 과정에는 과거 볼 수 없었던 몇 가지 현상이 벌어졌다. 우선 개별 기업의 재료에 따라 업종 전체가 움직이던 상황이 끝났다. 코오롱의 인보사가 문제가 됐을 때 바이오 주식이 움직이던 형태와 헬릭스미스가 문제 됐을 때 움직이는 형태는 차이가 있다. 인보사 때에는 바이오 업종 전체가 한꺼번에 떨어진 반면 헬릭스미스는 혼자만의 하락으로 끝났다.

상황이 이렇게 바뀐 건 주가 하락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많은 악재가 주가에 반영돼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다. 임상 실패 등 비슷한 악재가 여러 번 나와 악재에 대한 내성이 커진 점도 반응이 달라진 중요한 요인이다.

단일 재료보다 여러 재료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안정적이었던 면도 있다. 바이오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 레고켐바이오와 한올바이오파마, 알테오젠은 하락폭이 작았다. 하나의 신약 개발 재료가 아니라 다수의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에 있는 곳이 신라젠과 헬릭스미스이다. 단일 재료가 아니었다면 하락폭이 단기에 그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이오주 상승은 하락 후 반등 성격

기술료 수익 등 현금흐름이 명확히 잡히는 기업은 바이오 업종 주가가 하락할 때에도 지지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유한양행과 레고켐바이오가 대표적인데, 여러 건의 기술이전 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돼 여타 바이오 기업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바이오 주가 하락이 얼추 마무리되고 주가 평가도 달라졌지만 본격 상승에 들어간 건 아니다. 이번 상승은 주가가 크게 하락한 데 따른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인데, 반등이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또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오른 주가를 따라가면서 매수할 필요가 없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06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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