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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후폭풍] ‘로또 청약’ 광풍 몰아친다 

 

4년 7개월 만에 서울 27개동에 지정… 신축 아파트로 수요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도

▎2015년 4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범위가 전국에서 지정 지역으로 바뀐 후 4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서울 27개 동이 지정됐다. 사진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대치동 일대.
정부가 지난 6월 말 꺼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4개월여 만에 실행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6일 세종청사 중회의실에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한남동 등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2015년 4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서울에서 부활하게 됐다.

이번 심의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은 서울로 국한됐다. 강남구에선 개포·대치·도곡·삼성·압구정·역삼·일원·청담 등 8개 동이 지정됐다. 송파구에서는 잠실·가락·마천·송파·신천·문정·방이·오금 등 8개 동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됐다. 서초구에선 잠원·반포·방배·서초 등 4개 동이, 강동구에선 길·둔촌 등 2개 동이 지정됐다. 마포구에선 아현, 용산구는 한남과 보광, 성동구에선 성수동1가가 각각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됐다. 영등포구에서도 여의도 동이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국토부는 “강남 4구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높고 정비사업이나 일반 주택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을,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영등포에선 일부 분양 단지에서 고분양가를 책정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을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장 10년간 전매 제한

경기도 과천과 분당 등 이번에 분양가 상한제 대상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기도 투기과열지구 중에서는 한곳도 지정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돼 집값 불안이 서울에만 국한돼 있다는 판단으로 서울에만 규제를 ‘핀셋’ 지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지역 민간택지에서 분양되는 일반 아파트는 관보에 게재되는 지난 11월 8일 이후,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내년 4월 29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한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분양가 상한제란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가격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택지비는 토지 감정평가액과 택지가산비, 건축비는 기본형건축비와 건축가산비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가심의위원회를 열어 분양가를 심의한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의 분양가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가격보다 5∼10%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100% 이상이면 5년, 80∼100%면 8년, 80% 미만이면 10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이에 더해 2∼3년간 실거주 의무도 부여될 예정이다. 현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에 5년 이내의 실거주 의무 기간을 정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토부는 시행령을 통해 2∼3년의 실거주 의무 기간을 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의무 거주 기간 중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에다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이자를 합한 금액에 팔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심의에서 부산 수영구와 동래구, 해운대구 전역과 경기도 고양시, 남양주시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이로써 부산에서는 조정대상지역이 완전히 없어졌다. 고양에서는 삼송택지지구, 원흥·지축·향동 공공주택지구, 덕은·킨텍스1단계 도시개발지구,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를 제외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렸다. 남양주에서도 다산동과 별내동 외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곳은 지정 당시에 비해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로써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25개구 전역과 경기도 과천, 성남, 하남, 고양·남양주 일부 지역, 동탄2, 광명, 구리, 안양 동안, 광교지구, 수원 팔달, 용인 수지·기흥, 세종 등 39개로 줄어든다. 국토부는 이번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곳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추가 지정하거나 재지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상한제 적용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본다. 일부 상한제 대상 제외지역이나 신축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몰리는 등 풍선효과도 예상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은 거의 구 전체가 상한제 대상 지역이 됐지만 마·용·성은 일부, 영등포구는 1개 동만 지정되면서 동별 핀셋 규제의 의미는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상한제 대상 지역 재건축 단지 가운데 내년 4월 유예기간까지 일반분양이 어려운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지게 되면서 사업 추진의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상황이지만 재건축 사업이 상당 부분 추진됐거나 당장 일반분양이 임박한 곳이 아닌 초기 단지들은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초기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분양가 상한제까지 3중 규제를 받게 되면서 사업이 어려워지고, 투자수요도 위축될 것”이라며 “다만 초저금리로 시중의 유동자금이 많은 만큼 재건축 가격이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4월 29일까지 일반분양이 가능한 재건축 단지들은 상한제를 피한 만큼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반면 상한제 비대상 지역이나 신축 아파트로 자금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실장은 “이번 지정에서 제외된 목동이나 흑석뉴타운·재개발 사업지 등으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면서 “정부가 과열지역을 추가 지정한다 해도 신축 등 기존 아파트로 쏠리는 관심까지 막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핀셋 지정으로 공급 위축 우려를 막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형평성 논란 또는 풍선효과 우려로 계속 대상 지역 지정이 늘어나면 핀셋 지정이 의미가 없게 된다”며 “공급 부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약시장 재편 가능성도

청약시장은 계속 과열 양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상한제 대상 아파트를 비롯해 내년 4월 상한제를 피해 내놓는 아파트들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직방에 따르면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에서 내년까지 분양계획 잡힌 단지는 11개 단지 2만6917가구로, 이 가운데 일부는 상한제를 피하고, 일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청약가점에 높은 무주택자들은 무조건 청약을 노릴 것”이라며 “시세보다 싼 분양가를 찾는 수요로 인해 청약과열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상한제 아파트는 분양계약 후 최장 10년간(입주 후 7년) 전매가 제한되고, 의무거주 기간도 있어 묻지마 청약보다 무주택·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1509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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