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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반도체 시장 살아날까]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 증가가 관건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성장에 기대감… 미·중 무역분쟁, 세계 경기 둔화 등은 악재

한국 수출이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11월 1~20일 수출액은 28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29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23.6%)·선박(-65.3%) 등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국 수출액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지난해 말부터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 수요가 줄면서 수출이 감소했다.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D램 가격은 지난해보다 50% 넘게 급락했다.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하반기 들어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감소하고 내년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의 성장에 힘입어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전문가들에게 내년 반도체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민지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 내년에 단가 개선, 기저효과 기대


내년 반도체 시장은 올해보다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나, 호황기였던 지난해보단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반도체 업황 개선 요인으로는 반도체 단가 개선과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경제와 수출을 주도해온 반도체 산업은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8.3%를 기록한 이후 메모리반도체의 단가 하락과 수요 둔화 등 요인으로 11월에도 20일까지 -23.6%를 기록,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해 반도체 수출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로 내년에는 회복이 기대된다.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 분위기 또한 반도체 시장에서 호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로 시작된 무역분쟁이 올해 내내 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상호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10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스몰딜(부분합의)’에 도달했다.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보류했고, 중국 또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금융·서비스 산업에 대한 접근성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홍콩사태 등으로 표류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면 반도체 수요 증가와 단가 상승 등으로 이어져 반도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정부·기업의 5G 본격 도입과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 핵심 기술에서의 반도체 중요성 증대도 반도체 시장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4월 세계 첫 5G 상용화 이후로 주요국과 기업들 역시 5G 조기 상용화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4월 5G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G 경주는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주”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10월 5G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외에도 스위스(4월)·영국(5월)·호주(6월) 등 세계 각 국이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며, 글로벌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5G 상용화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자동차, 사물인터넷 등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반도체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반도체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 존재하지만, 부정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자급률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교역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내년 세계 교역 또한 세계 경제의 미약한 반등과 보호무역주의 불확실성 등으로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수요가 많은 미국·일본·중국 등의 경기는 올해에 비해 내년에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미·중 무역분쟁은 최근 부분합의가 이뤄졌지만 첨단기술 선점 등 주요 이슈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홍콩 시위 문제, 브렉시트 여파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글로벌 공룡으로 불리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기업들에 대해 쏟아지는 대내외 공세도 반도체 시장의 불안 요인 중 하나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해 전방위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구글에 반독점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을 물렸고, 아마존에 대해서도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이들 공룡기업의 위기는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반도체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미국 정부의 압박에 암호화폐 리브라(Libra) 발행 시기를 잠정 보류하기도 했다. 이런 주요 현안을 감안했을 때 국내 반도체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먼저 시스템반도체, 차세대 메모리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육성으로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다음으로 최근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 및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반도체 등 성장 유망 분야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 로드맵을 사전 제시하는 등 협력이 필요하다.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원 | 하반기 메모리 재고 축소

올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과잉투자에 따른 공급능력 급증,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와 시스템 효율화, 중국의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와 스마트폰 시장의 부진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은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증설했으나 올해에는 시스템 효율화에 집중했다.

아마존은 월마트 등 유통 업체와의 경쟁에 더욱 매진했고,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최대 고객인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가 부진함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다소 보수적이었다. 글로벌 클라우드 2위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스템 효율성의 강화를 강조했고, 구글과 IBM은 쿠버네티스(Kubernetes, 애플리케이션의 원활한 구동 지원)의 도입을 가속화해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지향하는 기업들에게 리소스 활용을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업체들의 이런 변화는 단기 서버 D램(임시 저장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부정적이었고, 공급능력이 급증했던 지난해 3분기 이후 수급 불균형이 초래하게 됐다. 스마트폰 시장도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면서, IT 수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악화됐다.

그러나 내년에는 현재보다 개선된 우호적인 환경이 기대된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 통신사들 간의 경쟁 기대감이다. 미국의 3위 통신 업체인 T-모바일(T-Mobile)과 4위 업체인 스프린트(Sprint)가 합병한다. 현재 미국 통신시장은 버라이즌과 AT&T가 양분하고 있는데 이들은 5G 사업성이 확보되는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에 3위 통신사인 합병 스프린트가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 버라이즌과 AT&T도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5G 인프라는 대규모 클라우드 서버와 기지국처럼 전국 곳곳에 엣지 서버를 설치해야 해서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중국도 공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중국 화웨이는 올 하반기 600달러, 내년 하반기에는 300달러대 보급형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 이후, 화웨이가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커다란 어려움이 발생한 게 사실이다. 미국의 제재로 메모리반도체 및 통신부품의 상당수를 수입할 수 없게 되면서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메모리반도체를 정상적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6 GHz 이하의 5G 네트워크에서 사용 가능한 TC-Saw Filter 및 도허티 증폭기(Doherty Amplifier) 등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국은 내년 보급형 5G 스마트폰의 공급 및 5G·AI·RPA(로봇프로세스 자동화) 구축 전략을 큰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수요 전망은 긍정적으로 회귀하고 있는데 비해, 공급 증가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지난해 3분기 이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탓에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설비투자는 위축됐다. 올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으나, 내년 1분기까지 D램은 증설 계획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모바일 D램이 저전력 LPDDR4에서 저전력 LPDDR5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원년이라, 높은 수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내년 2분기 이후 수급 상황은 공급 부족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박스기사] 삼성전자 내년에는 날개 달까 -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내년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주요 요인으로 5G,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의 확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 지원 종료에 따른 PC 교체 수요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인텔이 10월 10세대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 아이스레이크를 선보이면서 CPU를 기반으로 고성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호재로 꼽힌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을 포함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기대감이 실행으로 이어질 경우 CPU는 물론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인 D램·낸드플래시 수요도 급증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하이닉스와 인텔이 3분기 실적 발표와 더불어 4분기 이후 과잉 재고 조기 해소 가능성, 내년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 반도체 시황이 우상향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져줬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계의 실적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이고, 반도체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자 기기에 탑재되는 대표적 시스템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함께 5G 이동통신용 단말 모뎀칩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3G와 4G에서는 모뎀칩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삼성전자 외에 퀄컴,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 등 다수 존재했으나 인텔이 모뎀칩 사업에서 손을 떼고 애플에 매각했고,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ARM 모바일 CPU 코어 사용에 제한을 받게 돼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사업 영역을 넓힌는 것도 호재다. 삼성전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2030 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 비메모리 세계 1위’의 선봉장으로 낙점한 건 이미지센서(CMOS) 시장이다. 이미지센서는 휴대전화,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등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미지센서 시장은 소니가 점유율 51.1%로 1위, 삼성전자는 17.8%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약 20년간 CMOS 이미지 센서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해왔으며, 1억 이상의 화소 수와 각종 첨단 기능을 자사의 ‘아이소셀’ 브랜드 제품에 탑재해 시장점유율을 보다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7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업체가 대만의 TSMC와 우리나라 삼성전자 단 2개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전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파운드리 사업에 수십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거나 집행하고 있으며,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는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1511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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