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후박사의 힐링 상담 | 성공한 기업인의 세 가지 고민] 참된 나를 찾고 모두를 사랑하라 

 

공허·고독·소외감에 시달려… 더욱 철저히 공허·고독·소외돼 봐야

▎사진:© gettyimagesbank
그는 성공한 기업인이다. 40년 동안 쉼 없이 달려 건실한 중소기업을 일궈냈다. 사업만 성공하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며 일에 몰두했다. 매 순간 힘들었지만 소중한 기억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지금, 아이들도 결혼해 정착하고, 사업도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생활은 편해지고 여유도 생겼는데, 몇 가지 상념이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반복해서 떠오른다.

사업도 성공하고 아이들도 잘 컸는데…

첫째, 공허감이다. 나른하고 계속 피곤하다. 젊어서 일할 때는 힘들어도 에너지와 열정이 넘쳤다. 이뤄야 할 목표가 흐려진 탓인가. 각종 연구모임, 동호회, 조찬회도 재미를 잃었다. 매번 비슷하게 돌아간다. 사람들과 거리감을 느낀다. 다들 똑똑하고 즐거워 보이는데, 나만 울적하고 어리석게 느껴진다. 우울증인가. 텅 비어 뭔가 잃어버린 것 같다.

둘째, 고독감이다. 아내와 도란도란 대화한 기억이 아득하다. 자녀 교육 등 집안일에 대해 바쁘다는 핑계로 무관심했고, 회사 사정을 말해도 모르니 안 하게 됐다. 부부 간에 공통 주제를 잃었다. 10분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가사에서 해방된 아내는 골프모임, 동창모임 등으로 한창이다. 한 공간에 있는 데도 외롭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이 수십 년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셋째, 소외감이다. 자녀들과 즐겁게 놀아본 기억이 아득하다. 언제 다 커버렸는지 이젠 아버지의 말은 중요치 않다. 간섭하지 말라 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어머니와 소통한다. 꼭 해야 할 말이 있으면 e메일을 쓴다. 그럴 때마다 한없이 씁쓸하다. 자연스런 대화가 없으니 관계도 소원하다. 어디도 소속되지 않는 흘러가는 배 같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뭔가 해야 하는데, 무엇부터 시작할지 막막하다.

인간은 누구나 길(道)을 가고 있다. 예고도 없고 연습도 없이 가는 여정이다. 어떻게 들어섰는지 알 수 없지만, 갑자기 길을 가고 있다는 자각이 떠오른다. 10대에 느끼기도 하고, 30대에 알아차리기도 한다. 60이 넘어서야 깨닫기도 한다. 인생 길(道)은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이다. 한번 가는 길이고, 마지막으로 가는 길이다. 한번 가면 반복되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다. 도(道)는 젊어서 알아도 이르지 않고, 늙어서 알아채도 늦지 않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나를 찾는 행운은 누구에게 올까?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다. 어느 날, 비행기 안에서 무심히 창밖을 내다본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작은 세상에서 논다는 생각이 든다. 장난감 같은 집과 길과 차를 보며 보잘 것 없다는 생각에 잠긴다. 어깨에 힘주고 사는 것이 우습게 느껴진다. 이름에 얽히지 않는 자유를 찾고 싶고, 경쟁에서 벗어나 무욕(無慾)에 숨고 싶다. 이렇게 자신이 미물인 것을 자각할 때, 무한한 공간(空虛)을 누비고픈 충동을 느낀다. 자기(Self)가 되는 출구에 서게 된 것이다.

내가 되는 행운은 누구에게 올까? 크게 실패한 사람이 있다. 어느 날 공원에 누워 묵묵히 하늘에 뜬 구름을 바라본다. 거대한 어항을 들여다보는 착각에 빠진다. 언제나 흘러가는 구름을 내 몸으로 느낄 때 평화가 찾아온다. 항상 푸른 잔디처럼 살아있는 몸을 확인할 때 힘이 솟아난다. 움츠린 자신이 싱겁게 느껴진다. 잘났건 못났건 ‘나는 나’라고 선언한다. 이렇게 실패가 인생 전부가 아님을 자각할 때, 무한한 허공(空虛)을 헤엄치고픈 욕망을 느낀다. 자기(Self)가 되는 출구에 다가선 것이다.

“그것(본능)이 있던 곳에 자아가 있다.” 인생 전반기는 자아가 자기로부터 분리되어 자아를 강화하는 시기다. 자아강화는 사회적응과 의식기능의 개발을 통해 이뤄진다. 인생 후반기는 자아가 자기에 접근해 가는 시기다. 자기실현은 소외된 열등기능을 개발하고, 무의식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자기가 자신의 주체임을 깨닫는 것이다. 자기(Self)는 인격의 중심인 동시에 전체다. 부처나 예수 등의 모습으로 간접적으로 인식한다. 자기실현은 끝없는 과정이다. 깨달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끝없이 정진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것(욕망)이 있던 곳에 자기가 있다.”

옛날에 한 아버지가 아들을 공부시키려 친구에게 보냈다. 아들은 친구 밑에서 20년간 배웠다. 수학·철학·정치학·천문학 등 총망라했다. 최고가 되어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자신만만한 아들을 보고 화를 내면서 그날로 내쫓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것을 배워 와라.” 아들은 낙담하여 스승에게 돌아가 ‘그것’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스승은 아들에게 소 1마리를 주면서, 100마리가 될 때까지 나타나지 말라고 했다. 20년이 흘렀다. 스승조차 아들을 까맣게 잊었다. 어느 날 아들이 백발이 되어 소 100마리를 이끌고 나타났다. 스승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저기 101번째의 소를 봐라.”

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철저히 공허해지자. “공허해본 자만이 진리에 도달한다.” 그동안 내가 추구한 가치는 무엇인가? 앞으로 내가 추구할 가치는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성공이고, 무엇을 위한 행복인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참 나(Self)를 찾는 것이다. 머리(知)를 비우자. 생(生)이라는 것이 본래 공(空)인 것을 깨닫자. 가슴(情)을 비우자. 뼈와 살을 가진 인연 맺은 인간들을 뜨겁게 사랑하자. 배(意)를 비우자. 내 한 몸에 매이지 말고 만물과 연결됨을 느끼자. “생로병사, 모든 게 다 공(空)이다.”

둘째, 철저히 고독해지자. “고독해 본 자만이 진실에 도달한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앞으로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가? 인생은 채우러 온 것도 아니고, 비우러 온 것도 아니고, 배우러 온 것이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 사랑을 실천하자. 자기사랑은 모든 사랑의 출발이다. 너 사랑을 실천하자. 임사랑은 누군가를 연모하는 것이다. 남 사랑을 실천하자. 이웃사랑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이다. “희노애락, 모든 게 다 고(苦)다.”

“희노애락, 모든 게 다 고(苦)다.”

셋째, 철저히 소외되자. “소외돼 본 자만이 자기(Self)를 찾을 수 있다.” 소외는 우리를 보다 큰 것에 머물게 한다. 사회보다는 자연이 크고, 생활보다는 삶이 크고, 성(性)보다는 사랑이 크다. 일생 산간에서 살던 사람이 어느 날 바닷가에 서서 확 트인 수평선을 바라보는 심경이다. 사회로부터 소외되자. 사회의 울타리에 갇혀 찌그러진 나를 찾자. 지식으로부터 소외되자. 지식의 권력에 눌려 잃어버린 나를 찾자. 언어로부터 소외되자.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잊어진 나를 찾자. “속지 않는 자만이 방황한다.”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images/sph164x220.jpg
1511호 (2019.12.0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