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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대규모 적자가 ‘문재인케어’ 탓?] 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올해 인상분보다 오를 듯 

 

최근 손해율 129.1%로 급증해 손보 업계 불만… 공·사보험정책협의체에서 인상률 결정 예정

정부와 손해보험사가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을 앞두고 치열한 ‘손해율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손보 업계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 탓에 손해율이 치솟고 있다고 주장하자, 정부는 문케어와 손해율은 관련이 없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다시 민간기관인 보험연구원이 반박하면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 등으로 구성해 실손보험료를 조정하는 공·사보험정책협의체 회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당초 11월 초에는 협의체를 열고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지난해에는 9월에 일찌감치 협의체를 열어 판매 상품별 조정폭을 정했다.

손보사 손실 늘면서 당기순이익도 급감


손보사는 올해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큰 폭의 손실을 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10개 손보사가 보험영업에서 낸 손실은 2조9571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730억원) 대비 66.8%(1조1841억원) 급증한 수치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이 기간 보험영업 손실액이 2440억원에서 5074억원으로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같은 기간 보험영업 손실액이 1739억원 늘었다. 손보 업계에선 올해 보험영업 적자폭이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3조6439억원을 한참 웃도는 액수다. 일각에서는 6조원마저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본업에서 큰 폭의 손실을 내면서 손보사별 1~3분기 당기순이익도 확 줄었다. 삼성화재는 58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줄었다. DB손해보험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381억원 감소했다. 업계는 보험영업 손실액이 급증한 원인으로 문케어를 첫손에 꼽는다. 올 상반기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2016년(131.3%) 이후 최고치라는 게 손보 업계의 주장이다. 손해율이 129.1%라는 건 100원의 보험료를 받고 보험금으로 129.1원을 내줬다는 얘기다. 업계는 문케어 이후 과잉 진료와 비급여 진료가 크게 늘어난 게 손해율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 병원의 ‘연도별 초음파 청구변화’ 자료에 따르면 A병원은 비급여에서 급여로 바뀐 상복부 초음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비급여인 비뇨기계 초음파를 추가로 받도록 했다.

업계의 이 같은 주장에 관련 당국은 발끈하고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은 11월 12일 ‘보장성 강화 정책과 실손보험과의 상관관계’라는 자료를 내고 “2016~2017년 보장성 강화로 보장률(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이 62.6%에서 62.7%로 높아졌지만 손해율은 131.3%에서 121.7%로 낮아졌다”며 최근의 손해율 상승은 문케어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책연구원은 “보장성 강화는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를 감소시킨다”며 “지급 보험금 감소 등 오히려 실손보험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문케어로 되레 손보사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정책연구원은 또 업계가 산정한 손해율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은 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위험 보험료(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차감한 금액)’로 나눈 값으로 계산한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보험사가 걷은 보험료가 100원이라면 100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부가보험료(사업비 등)를 제외하고 나머지 70원인지, 80원인지 모를 금액으로 손해율을 산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간기관인 보험연구원이 건보공단의 논리를 재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손해율에 대해서는 “손해율은 보험사가 임의로 산출하는 게 아니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정한 양식과 기준에 따라 산출한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이 정한 기준대로 손해율 지표를 작성하는데, 다른 부처 산하기관에서 ‘엉뚱한 계산법’이라 지적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 보험 업계를 공격하는 자료를 내는 것부터가 몹시 이례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2016~2017년 손해율에 대해서는 “문케어를 시행하기 전의 얘기”라며 “2016년 초 보험료를 20%가량 인상했는데 그 효과가 단계적으로 반영된 영향이고 무엇보다 이후 손해율은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받아쳤다.

정책연구원은 최근의 손해율 상승 원인이 실손보험상품에 있다고 보고 있다. 상품 자체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보장하고 있어 (문케어와는 관계없이) 비급여 진료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연구원은 “손해율의 증가는 단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때문이 아니라 과잉 진료, 비급여 진료를 양산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도 이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동의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상품을 잘못 설계한 문제도 분명 있으므로 업계는 보험료 차등제 등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료 차등제 등을 시행한다고 해도 기존 계약에는 소급할 수 없으므로 정부가 과잉 진료 등을 막을 수 있게 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상품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비급여 의료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보험료 조정 최대치인 25% 인상 요구

이처럼 정부와 업계가 손해율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건 실손보험 보험료 조정 때문이다. 업계는 손해율 급등 등을 들어 내년도 보험료를 조정 최대치인 25%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보험료 인상에는 동의하지만 큰 폭으로 올리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케어로 손해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었는데 (큰 폭의 인상을 결정하면) 기존 주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해율 등을 고려하면 내년 보험료는 올해 인상률(8~12%)보다 높은 15% 안팎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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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호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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