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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40) 김현성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장] 1만 인플루언서 양성해 제조업 살린다 

 

인플루언서 관여 전자상거래 100억 달러 넘어… 자율 규제에 앞장설 것

▎사진 : 김현동 기자
“문제는 유통이에요. 저소비 시대 스마트공장에서 물건을 잘 만들어봤자 팔지 못하면 소용이 없어요. 인플루언서 산업의 육성이 제조업을 살리는 길입니다. 1만 명의 인플루언서를 양성해 ‘미디어 커머스’로 내수와 수출 두 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김현성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장은 “베트남 등 신남방 국가들과 디지털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 인플루언서들로 하여금 이들 나라와 연결된 ‘디지털 로드’를 달리게 해 제조업 하는 중소기업들의 남방 판로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중국이 결제시장을 혁신적으로 바꿨듯이 베트남 등은 유선 인터넷 인프라가 열악해 바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연속적으로 발달한 선진국들과 달리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이른바 퀀텀점프(Quantum Jump)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베트남의 모바일 환경이나 디바이스 사용 수준이 우리와 큰 차이가 없어요. 민간과 정부가 손잡고 신유통의 최전선에 있는 인플루언서들을 이 시장에 중기 제품과 우리 농산물을 팔 메인 플레이어로 양성해야 합니다.

광고·마케팅 넘어 유통과 결합


▎10월 25일 다국적 인플루언서들로 이뤄진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 독도원정대가 독도를 찾았다. / 사진 :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는 지난 7월 창립했다. 500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열다섯 곳이 기업 회원이다. 김 회장은 제조업 살리기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으로 미디어 소관 부서인 문체부도, 과기정통부도 아닌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왜 우리 부서에 등록하려 하느냐”는 담당 공무원의 거듭된 서류 반려로 집요한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인플루언서의 활동을 커머스로 보는 곳에 등록하고 싶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전자상거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연간 1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플루언서 산업이 광고·마케팅을 넘어 유통과 결합하고 있는 것이죠. 플랫폼을 활용하는 미디어 커머스가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어요.”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정의하나요?

“온라인에서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전달해 말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죠. 그래서 결국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이 점이 셀럽과 다르다고 봐요. 사실상 많게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SNS 사용자, 파워 블로거를 통칭합니다. 스스로 콘텐트를 생산하는 능력이 있어야 구독자가 늘어납니다. 그러나 구독자가 많지 않아도 누구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메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도 소비자 주권을 행사할 수 있죠.”

중소기업으로서는 인플루언서에게 유통을 맡기면 다른 유통 채널과 달리 물건을 대량으로 공급할 필요가 없다. 자연히 생산비·물류비 등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미디어 커머스의 강점이다.

한국의 인플루언서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나라로서 동영상 시대에 걸맞은 하드웨어를 구축했고 한류로 표상되는 콘텐트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이미 연예인 지망생을 아이돌로 만드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고요. 이런 토양에서 성장한 국내의 인플루언서들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진출하고도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유튜브로 소통한 BTS의 성공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여섯 살 유튜버 보람양이 인상적인 사례다. 미국의 유튜브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보람이가 운영하는 채널 ‘보람튜브 토이리뷰’의 광고수익은 한국 유튜브 채널 중 1위다. 두 개의 채널을 통해 보람이가 매달 올리는 수익은 약 3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중국엔 ‘왕홍 경제’란 말이 있다고 했다. 왕홍은 인터넷을 가리키는 ‘왕(网)’과 유명하다는 뜻의 ‘홍(红)’이 만나 만들어진 신조어로 사실상 인플루언서 경제를 뜻한다. “왕홍들이 한국에 진출해 플랫폼을 연 후 인기 있는 한국 상품을 중국에 팔고 싶어 합니다. 일종의 직구죠. 사드 이후 중국의 오프라인 시장은 상당히 닫혔지만 온라인 시장은 규제가 없어 장벽이 오히려 낮아졌어요.”

방송법으로 규제하려는 건 넌센스


그는 국내에서 인플루언서를 방송법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명분도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중국판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는 타오바오는 마윈의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오픈마켓인데 SNS 하듯이 아이디·패스워드만 등록하면 누구나 QR코드 방식으로 결제하는 홈쇼핑 쇼호스트가 될 수 있어요. 시간당 1억원을 벌어들이는 왕홍도 있습니다.”

그는 방송법에 의한 규제는 일종의 ‘적기(赤旗) 조례’라고 주장했다. 1826년 세계 최초로 영국이 증기자동차를 상용화했을 때 마부들의 로비로 최초의 교통법인 적기조례-붉은깃발법이 만들어졌다. ‘자동차는 말보다 느리게 달리고, 반드시 3인 이상이 탑승해야 하며, 1인이 적기를 들고 앞에서 교통을 통제해야 한다.’ 그는 이때 든 붉은깃발 탓에 영국의 자동차산업이 미국·독일은 물론 한국보다도 뒤처졌다고 말했다.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택시 면허를 사들여 택시회사가 되라는 겁니다. 마차와 같은 속도로 달리라는 적기조례와 다를 게 없죠. 간편결제를 막는 핀테크 규제, 암호화폐 공개(ICO) 금지,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의 SNS 싸이월드에 대한 규제도 광의의 적기조례로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디지털 경제장관은 영국의 택시 플랫폼 헤일로가 국내에 진출하려 할 때 서울시장에게 레터를 보냈어요. 정부는 새로 열리는 시장에서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할뿐더러 치어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인플루언서에게 상품을 소개·추천하는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달라고 요청하고 그 대가로 해당 상품을 무상 제공하거나 현금을 지급한 업체들에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인플루언서들로서도 자율 규제가 필요한데요?

“기업의 후원을 받았으면 그 사실을 제대로 밝혀야죠. 미국·독일엔 후원 관계를 밝히도록 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전자상거래에 종사하는 인플루언서의 경우 사업자 등록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또 미국의 플랫폼인 유튜브에 자료를 요청해 이들에게 과세를 해야 합니다. 인플루언서의 70% 이상이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인플루언서 산업의 강국은 어느 나라인가요?

“단연 중국입니다. 세계 디지털 플랫폼의 80% 이상을 미·중이 차지하고 있는데 두 나라 간 디지털 경제 패권경쟁이 치열합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전자상거래를 통해 총수요를 키우고 있어요. 말하자면 유통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셈입니다. 최근 한중디지털경제포럼 창립 차 중국을 찾았는데 이우의 타오바오촌 왕홍들은 공산품은 물론 농산물도 팔더군요. 2008년 금융위기 후 미국의 제조업도 인플루언서들이 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커들이 인플루언서들과 손잡고 거센 파도를 넘었죠.”

그는 중국 측이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가 추천하는 인플루언서를 연수시켜 중국에서 활동하는 왕홍으로 양성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미 이렇게 활동하는 한국인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수익이야 셰어하면 되죠.”

협회 차원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구상 중인가요?

“미디어커머스를 대상으로 하는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루어지는 개인 간 전자상거래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요. 한편 법이 만들어지면 산업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있죠. 요즘 키즈 크리에이터들을 상대로 한 유튜브 하는 법 강의가 성행 중입니다. 생산성본부와 손잡고 강사 인증을 해 보려 합니다.”

정부에 대해서는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요?

“준비된 인플루언서들의 창업을 지원해야 합니다. 상품 기획(MD), 소싱, 보험, 법률, 세무, 노무 등을 지원하는 일종의 백오피스 구실을 정부가 해야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부도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영 미디어 커머스를 만들 수도 있겠죠. 단 과거 홈앤쇼핑과 행복한백화점을 만들었듯이 정부가 플레이어가 되려 해선 안 됩니다.”

김 회장은 금강기획 공공캠페인팀장을 거쳐 2008년 국내 유일의 공공 영역 전문 기획사인 유브레인커뮤니케이션즈를 창업했다. 그 후 공공부문으로 옮겨 박원순 서울시장의 디지털보좌관을 지냈다. 박 시장이 아름다운재단에 있을 때 김 회장이 자신의 결혼축의금 1%를 기부한 것이 계기가 돼 박 시장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1%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급여는 물론 돌잔치 축하금도 1% 기부했고, 이런 원칙에 따라 재능 기부도 한다. 그는 디지털 사회혁신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서울시에 근무하던 시절 도로 위에 냄비처럼 파인 포트홀을 택시 기사들이 주행 중 해당 앱을 통해 파악, 상황실에 자동으로 전달하게 한 것은 포트홀이라는 공공의 문제를 발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소통과 좋은 의사결정의 수단일 뿐더러 디지노믹스를 통해 경제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 이렇게 사회혁신에도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는 지난 10월 25일 다국적 인플루언서들로 독도원정대를 꾸려 독도에 들어갔다. 그 후 외국인 인플루언서들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게시물을 영어로, 프랑스어로 SNS에 올렸다. 12월엔 나눔 커머스를 연다. 메이커들이 자사 제품을 내놓고 인플루언서들이 이들 제품을 팔아 남긴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기로 했다.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세상을 바꾸는 데 선용하도록 하려는 거죠. 인플루언서와 이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겠습니다.”

1512호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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