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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시장] 서울 집값 세계 14위에서 7위로 껑충 

 

감정원은 집값 11.6% 상승 발표… 서울 강북도 40% 넘게 올라

▎내년 초 준공을 앞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바라매SK뷰 아파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7억원선에 분양한 전용 84㎡ 분양권이 지난 9월 12억원까지 거래됐다.
출범한 지 2년 반을 지나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가 집값 통계 논란에 휘말렸다. 정부는 ‘집값 안정’이라며 제시하는 각종 수치가 착시를 보이고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난 11월 19일 발표한 2018년 주택소유통계(통계청)에 따르면 정부의 투기수요 근절 노력에 따라 2018년에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서울 다주택 가구 수가 줄고 비중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인 인천시와 경기도도 줄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늘었다. 지난해보다 7만여 가구 늘었고 비중도 15.3%에서 15.4%로 높아졌다. 가구별 주택소유 통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서울 다주택 가구가 2017년까지 늘어나다 지난해 줄었다.

이에 반해 전국은 줄곧 증가했다. 지방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몇년 사이 지방 집값이 약세였다. 지방 거주자가 집값이 뛰며 전국적인 투자시장으로 떠오른 서울의 집을 많이 샀다는 뜻이다. 2015년 14.8%에서 2016년 14.7%로 줄던 외지인의 서울 주택 보유비율이 지난해 14.9%로 높아졌다.

다주택자 전국적으로 증가

외지인 주택 매입 비율에서도 확인된다. 서울 아파트의 서울 이외 지역 매입 비율이 2016년 17.2%에서 지난해 20.7%로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최고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20.7%로 더 높아졌다.

도대체 서울 집값이 얼마나 올랐길래 서울로 돈이 몰렸을까. 정부가 제시한 이번 정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1.6%다. 한국감정원 통계다. 11.6%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1억원인 가격이 현재 1억1600만원이 됐다는 뜻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동향을 따져봤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거래된 2만3721건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 10개월(2016년 7월~2017년 4월) 4만8493건이다.

가구당 평균 거래가격이 5억7098만원에서 8억810만원으로 42% 올라갔다. 전용면적당 가격 상승률도 비슷한 42.7%였다. 한가운데 가격은 4억7000만원에서 38.3% 오른 6억5000만원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같은 단지 내 같은 층의 주택형을 조사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3개월(2017년 2~4월)과 최근 3개월(8~10월) 서울 아파트의 전용 84㎡ 같은 층의 실제 거래가격을 대상으로 했다. 거래 건수가 각각 7052건과 6242건이다. 상승률이 10%대에서 최고 82%로 편차가 컸다. 가격이 비쌀수록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노원구 상계동 미라보(성림)이 2억50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으로 12% 올랐다. 은평구 구산동 경향도 2억6700만원에서 3억원으로 12.4%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강북구 우이동 성원상떼빌은 2억4300만원에서 3억40000만원으로 40% 상승했다.

2017년 13억원대이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가 19억~20억원으로 50%가량 뛰었다. 강북에서도 신축 고가 아파트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8억7500만원에서 14억8500만원으로,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가 9억6500만원에서 15억8000만원으로 60~70% 급등했다. 최고 상승률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였다. 18억7000만원에서 82% 치솟은 34억원이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다. 2017년 3월 4억7000만원에 분양한 은평구 응암동 전용 84㎡ 아파트 분양권이 최근 7억3000만원까지 거래됐다. 2017년 5월 분양가가 7억원 안팎이었던 영등포구 신길동 전용 84㎡의 가격이 12억원까지 올랐다. 둘 다 50%가 넘는 상승률이다. 정부가 제시한 감정원의 11.6%와 너무 동떨어진 상승률이다. 그나마 국민은행의 같은 기간 20.7%가 좀 더 현실에 가깝다.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의 집값 조사는 표본이 다르고 계산방식이 차이나 같을 수 없다. 서울 아파트 표본수가 국민은행 6750가구이고 감정원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3000~4000가구로 추정된다. 감정원 수도권 아파트 표본이 7850가구(국민은행 1만5798가구)다.

그런데 지난해 이후 변동률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감정원 8.03%, 국민은행 13.56%로 70%가량 차이 난다. 이전에는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나지 않았고 감정원 상승률이 더 높게 나온 적도 많았다. 올해 들어서도 10월까지 국민은행은 1.25% 상승으로 집계했는데 감정원은 -0.81% 하락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10월 강남구 아파트값 변동률에서 감정원은 내렸고(-2.5%) 국민은행은 올라갔다(1%). 지난해 10월과 올해 10월 실제로 계약한 아파트 실거래가를 보면 같은 단지의 같은 주택형에서 내려간 가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치동 은마가 10%가량, 래미안대치팰리스는 21%나 올라갔다.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42㎡는 15억원에서 20억5000만원으로 37% 뛰기도 했다. 일부에선 감정원이 집값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통계를 ‘마사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여 년 전 세계적인 집값 급등기인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대책을 썼는데도 집값은 거꾸로 움직였다.

한국감정원의 지난 8월 해외주택시장 통계를 재구성하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2년 새 서울이 9.2% 오르는 사이 뉴욕(7.4%), 파리(1.4%), 도쿄(1.5%) 등이 상승했고 런던(-2.6%), 베이징(-6.9%), 시드니(-10.7%) 등이 내렸다.

정부는 11월 24일 낸 보도설명자료에서 지난 5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통계를 활용한 국토연구원의 자료를 근거로 2014~18년 5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18.9%)이 런던(39.6%)·베를린(63.1%), 시드니(54.8%), 상하이(52.5%) 등 세계 주요 도시보다 낮다고 했다. 서울이 조사 대상 8개국 중 5위였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문재인 정부 동안인 2017~18년 2년간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이 14%로 베를린(26%)에 이어 파리와 함께 2위였다. 런던(1%)·상하이(3%) 상승세가 확 꺾였고 시드니는 하락세(-1%)로 돌아섰다. 다른 도시는 대부분 2017년 이후 집값 상승세가 꺾였지만 서울은 상승폭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세계 다른 도시와 달리 서울 이상 급등

평균 집값도 마찬가지다. 국가·도시 비교 사이트인 넘베오를 보면 도시별 도심 아파트 가격 순위에서 2016년 14위이던 서울이 지난해 7위(㎡당 1만4524달러)로 올라섰다. 1위 홍콩, 2위 런던, 3위 싱가포르, 4위 베이징, 5위 상하이, 6위 선전(중국)이다. 상승률이 38%로 지난해 기준 세계 20위권에 든 도시 중 가장 높다. 올해 들어 중국 주요 도시의 집값이 약세여서 머지않아 서울이 5위권 내에 들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17년 이후 서울 집값이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이상 급등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통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 착시가 부실 대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현실에 기반을 둔 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1512호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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