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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41) 윤미옥 ㈜지아이이앤에스 대표] “우리 기술 덕에 태풍 예측이 정확해졌죠” 

 

위성 영상 가공 원천기술 보유… 코이카와 손잡고 해외 시장 개척

▎사진 : 전민규 기자
“동남아시아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자체적으로 구축한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아쉬운 대로 실시간이 아니라 1~2년 된 구글의 지도를 쓰죠. 개도국들도 GIS는 외국 기업에 맡기려 하지 않아요. 장차 이들 나라 기업에 우리 기술을 이전해 주고 이들이 GIS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위성영상 처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지아이이앤에스의 윤미옥 대표는 “위성으로 찍은 영상을 활용할 곳은 거의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하버드 의대는 멕시코의 큰 호수에 소금쟁이가 갑자기 많이 늘어난 것을 호수 색이 달라진 위성 영상을 보고 알았습니다. 콜레라 발생의 전조였죠. 이 정보를 제약회사에 팔았고 제약회사는 콜레라 예방 백신을 호수 근처 지역에 대량으로 공급했습니다.”

제주도 감귤 농사는 겨울에 짓는다. 서리 같은 한파가 갑자기 닥치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감귤밭에 온도·습도·풍향을 재는 AWS(Automatic Weather Station)를 설치한 후 지아이이앤에스의 위성영상 분석 시스템을 달면 경보가 울려 이런 자연 재해를 3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다. 초단기 국지적 기상예보다. 지아이이앤에스 측은 제주도 농업 회사와 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영상처리 기술이 들어간 태풍 예보 시스템 덕에 올 들어 국내 태풍 예측이 더 정확해 졌다고 한다. 통일부는 북한 장마당의 변화를 더 정확히 분석하게 됐다. 지아이이앤에스의 검색엔진을 탑재해 군 정보 수집에 최적화한 이 회사 프로그램은 24시간 감시체계를 가동 중인 우리 군이 사용 중이다. 경쟁사인 미국 아크지아이에스(ArcGIS)의 GIS 소프트웨어보다 검색 엔진의 속도가 빨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사태로 소실된 나무가 몇 그루인지도 현장에 가지 않고 위성 영상 판독을 통해 피해 면적을 자동 산출, 추정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 상공에서 찍은 영상을 6개월간 분석하면 주차장의 차량 대수 추이를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권 분석, 점포 확장의 타당성 검토에도 위성 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아이이앤에스는 우리나라 궤도위성이 스캐닝한 지구의 영상을 육안으로 판독할 수 있는 상태로 가공처리하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위성이 3600㎞ 상공에서 지구를 돌며 찍은 까만 원시 영상은 이 회사가 구축한 시스템을 거친 후 판독자가 분석한다.

이 회사는 창립한 지 15년 된 벤처기업이다. 올해 매출액은 40억원 규모. 위성과 관련해 5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윤 대표는 내년엔 매출이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여성경제인의 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2009년 환경의 날엔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상권분석에도 위성 영상 활용

위성 영상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인가요?

“누구나 구매할 수 있고, 해외엔 무료로 쓸 수 있는 영상도 많습니다. 산림청·소방방재청 등도 외국의 무료 영상을 많이 써요.”

그럼 위성 영상을 가공하는 비즈니스는 진입장벽이 낮겠습니다?

“위성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하는 기술의 진입장벽은 높습니다. 가공한 영상을 분석하는 비즈니스의 장벽이 낮은 거죠.”

위성영상을 활용할 만한 남북협력 사업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AWS를 북한 전역에 설치하면 기상예보를 한반도 차원에서 더 정확히 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우리나라가 적도 상공에 띄운 기상위성은 국내는 물론 스리랑카부터 일본까지 커버합니다. 이 지역의 개도국들에 위성 영상을 제공하고 싶어도 이들 나라가 위성수신 기지국을 설치할 돈이 없어요. 그래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을 통해 우리 정부가 기지국 시스템을 구축해 줬고 우리 회사가 분석 프로그램을 공급했습니다.”

IT 제품은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 수명이 짧다. 더욱이 국방·기상 쪽에 최적화된 이 회사의 영상처리 프로그램 판매는 정부·기업 간 거래(G2B)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스리랑카 통신해양기상위성 데이터 수신분석 시스템 구축은 이 회사에 활로를 열어 줬다. 지아이는 스리랑카 사업 모델을 베트남에 이식하려 한다. “우리 프로그램의 수명이 길어진 셈이죠. IT 제품은 내수 시장이 작아 결국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필리핀·방글라데시 등은 이들 나라의 IT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유지보수를 이들 회사가 하도록 했어요. 그럼 이 회사들이 나중에 자국의 기상청을 상대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되죠. 영상 사업에 치중하는 동안엔 성장에 한계가 있었어요.”

이 회사는 또 스리랑카 사업 경험을 살려 독보적인 콘텐트를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과 손잡고 동남아 국가에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방글라데시 마약청에 마약사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사업은 3년 전 착수해 올 초 끝났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자동차검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검토 중이다.

해외 위성 영상은 그밖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요?

“레이저로 찍은 삼림의 위성 영상을 분석하면 나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가 많은 인도네시아의 한 삼림의 영상을 분석해 상품성을 평가한 후 이 삼림이 있는 산을 벌목하기 몇 년 전에 미리 사들일 수 있어요. 자라는 벼를 미리 사들이는 입도선매처럼 자라는 나무를 대량으로 미리 사들이는 거죠.”

윤 대표는 관광과 경영을 전공했다. 상무로 있던 전 직장에서 ‘유리천장’에 부딪혀 나이 마흔에 사표를 냈다. 영상처리 원천기술은 본래 동생이 영업이사로 있던 회사가 개발한 것이었다. 이 회사가 기술 외적 문제로 공중분해된 후 동생을 포함해 이 회사 출신 셋과 창업했다. 사업 방향도 G2B로 전환했다. 그날이 6월 2일이었다. 정부 사업은 4월이면 발주가 끝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듬해 4월까지 전 직장 퇴직금을 털고 보유한 주식을 팔아 직원들 월급을 줬다. “이런저런 성장통을 매년 겪었습니다. 협력관계 기업으로부터 뒤통수를 맞고 일주일 동안 앓아누운 적도 있어요.”

‘유리천장’에 부딪혀 나이 마흔에 사표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요?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술이나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투자가가 마케팅, 회계 등도 지원합니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은 돈을 주고 나면 매일 보고서를 쓰게 해요. 이런 상황에선 우버, 샤오미 같은 유니콘 기업이 좀처럼 나오기 힘들어요.”

한국여성벤처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여성 리더의 강점으로 관계 중심의 리더십, 수평적 사고, 투명성, 청렴성 등을 꼽았다. “여성들이 리스크 테이킹을 잘 하려 들지 않는 건 장점이자 때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여성 리더들에겐 남자들의 말은 대체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여성들은 동료에게 식사하러 가자고 했을 때 상대가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하면 ‘나한테 삐칠 일이 있었나’ 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513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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