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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5) 블록체인은 인터넷 신화 넘어설까] 불가피한 미래의 선택지 될 수도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일상에 새 바람… 암호화폐 보상 시스템 도입한 킬러앱 필수

▎사진:© gettyimagesbank
블록체인이란 거래의 모든 당사자가 거래 장부를 나눠 보관해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개발자가 2009년 블록체인과 이를 기반으로 만든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개념을 처음 선보인 이후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블록체인 시스템 개량에 나섰다.

러시아 출신의 캐나다인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은 블록체인에 거래 장부뿐만 아니라 스마트 계약서를 첨부해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이더리움을 고안해냈다. 중국의 개발자인 슈아이 츄는 블록체인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퀀텀(Qtum)이라는 이름으로 상용화에 나섰다. 거래 장부보다는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라는 속성을 눈여겨본 아이디어다.

블록체인 연구·상용화 활발


▎저커버그는 정부 승인을 받은 후 리브라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블록체인 연구와 상용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하이퍼레저(Hyperledger)’와 ‘R3CEV’다. 하이퍼레저는 리눅스 재단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 R3CEV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흔히 블록체인을 인터넷에 비유한다.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해 세계를 연결한 것처럼 블록체인을 통해 다시 한번 대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기업과 여러 기관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지자체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회사 데이터베이스(DB)를 블록체인으로 교체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오래 됐다.

그래서 누군가는 블록체인이 지금까지 크게 보여준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 심지어 버블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7년부터 닷컴버블을 능가하는 암호화폐 버블이 2018년 초까지 진행됐다 꺼졌다. 당시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 같은 기술로 통했다.

이제 냉정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볼 때다.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 밤새는 사람이 늘어났다. 재미있고 신기한 장난감이었던 인터넷은 문서들이 하이퍼링크 되어 있는 웹이라는 정보의 바다였다.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신대륙을 감상했고, 정보를 여기저기 퍼나르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낯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메일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인테넷이 대중화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인공지능은 더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포스트 인터넷이라고 하는 블록체인에 사람들은 인터넷만큼 열광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건 비트코인이 일상에서 우리에게 피부로 와닿는 신천지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비트코인은 화폐시스템의 명칭이고, 비트코인 시스템을 설계한 알고리즘이 블록체인이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채굴의 등장은 사토시가 설계한 비트코인 암호경제의 한계를 드러냈다. 블록이 늘어날수록 생성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거래 속도가 늦어지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가령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분산화와 보안성에 먼저 초점을 맞추고 개발을 시작했는데, 사용자 수가 아주 많은 지금에 와서는 거래 처리 속도가 매우 느려서 문제다. 비자카드의 결제 처리 속도는 평균 초당 2만4000TPS(초당 트랜잭션 처리량)인 반면 비트코인은 7TPS에 불과하다. 확장성의 한계로 이제 비트코인으로 송금을 한다는 게 너무 어렵고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거래 속도 늦고 확장성 떨어진 비트코인


▎비트코인 가격은 호재와 악재에 민감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가상화폐 거래소 모습. / 사진:연합뉴스
블록체인의 핵심 철학인 ‘탈중앙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블록체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탈중앙화를 포기하자는 이들과 블록체인 철학을 지키고자 한다면 확장성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탈 중앙화와 확장성은 서로 모순돼 함께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간편결제 서비스시장 변화를 주도하게 될까? 페이스북은 세계 24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하고 결제서비스를 갖추게 되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리브라는 점성술에선 천칭자리다. 천칭은 저울이다. 따라서 리브라엔 공평·정의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페이스북은 2018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비자·마스터카드를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들과 접촉해 암호화폐 바탕의 결제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냈다.

리브라는 미국 달러나 다른 국가의 법정화폐와 연동하는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다. 보유한 금이나 은만큼만 화폐를 발행했던 금은본위제와 닮았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 혹은 실물자산과 연동하기 때문에 일반 암호화폐와 다르게 하루 사이에 가치가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일이 거의 없다. 페이스북은 ‘1달러=1리브라’와 같은 형태로 가상통화 가치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일 통화에 고정된 환율로 운영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암호화폐가 생소하거나 암호화폐에 부정적 시각을 지닌 이용자도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결제서비스를 사용하는 데는 거부감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수십 억 명이 거래 수수료 없이 돈을 보관·사용·송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페이스북의 사용자 24억 명이 은행 계좌 없이도 QR코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가 출시되면 암호화폐 사용자가 2~3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기존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소외계층을 포용하고, 소비자들이 금융거래에서 부담했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리브라가 확산되면 태환 준비를 위해 더 많은 전통자산이 필요하다. 선진국 단기 채권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가 집중될 수 있다. 유럽이 단일 통화로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경제 기초가 약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부담이 커졌다. 경제 격차를 조절하는 환율 기능이 퇴화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리브라 생태계의 지배구조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초기 창립자들이 운영권을 좌우한다. 페이스북은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언젠가’ 이 같은 중앙통제를 없애겠다고 주장하지만, 리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금융자산 관리를 위해 ‘통제자’의 존재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상 저커버그 제국의 화폐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자체 암호화폐 발행은 페이스북이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데도 보탬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절실하다. 암호화폐 리브라 결제시스템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등을 e커머스 등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가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월 마크 저커버그는 연례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암호화와 암호화폐처럼 거대 테크 기업의 부상을 거스르는 중대한 경향이 있다. 나는 더 깊이 (이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연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

리브라 앞세운 페이스북의 도전


▎통신 3사 등이 공동 개발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이니셜’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 / 사진 : SK텔레콤·KT
페이스북은 코인 유통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 리브라의 영향력은 결제, 전자상거래, 은행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리브라는 전통적인 금융파트너의 폭리와 수수료를 줄일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저축을 늘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은행에 데이터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금융 서비스 제공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지점 없는 도발적인 은행을 건설하는 데 리브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신원 확인 기술이야말로 그동안 번거로운 절차로 고객이 부담스러워했는데, 블록체인 애플리케인션인 디앱(dApp)을 활용해 페이스북 커넥트와 같은 로그인 기능을 구축할 수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인기 서비스를 디앱(dApp)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온라인 ID 기능을 블록체인으로 확장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2019년은 인터넷으로 치자면 1994년이다. 인터넷은 1996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3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급진적인 변화가 올지 1994년만 해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블록체인도 2년쯤 후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꿔놓은 것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져올까.

암호화폐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록체인이 어떤 기술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달려든 투기 자본이 많았다. 블록체인에 참여자가 급증할 때 구동이 잘 안되는 문제가 있어 기술적 회의론도 퍼졌다. 중요한 건 세계가 디지털 경제로 가고 있다는 점이고,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 내고 이를 원장 분산 저장으로 가치를 보장 받는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의 개화기는 언젠가 올 것이다. 인터넷망에서는 구글·애플·아마존·우버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탄생한다. 개인들은 이들 플랫폼에 접속해 자신의 신분 정보를 내준다. 기업들은 이들 개개인 (또는 개인정보)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다. 이와 달리 블록체인은 플랫폼 사업자처럼 중앙집권화된 조직이 필요하지 않다. 지금의 우버 시스템에선 회사(우버) 측이 중개 수수료로 수익금의 35%를 가져가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면 개개인이 나의 브라우저가 있고, 내 지갑(월릿)이 있어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일대일 연결이 된다.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승차공유뿐 아니라 부동산, 신용카드 포인트, 우유, 음악 저작권 등 지금 거래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디지털화되면서 기존 비즈니스 체계가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의 근간을 ‘신뢰화된 개인’이 연결되면서 가능할 것이다.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신하고 ‘탈중앙화(Decentralized)’ 사회를 가져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규제 당국이 탈중앙화를 이해하고 기존 사회의 법과 규칙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인터넷이 처음 도입될 때도 많은 나라가 보안과 신뢰성을 문제 삼아 인트라넷을 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조직조차 클라우드에 자료를 보관한다. 기술은 생각보다 세상을 금세 바꾼다.

다만 더 빠르고, 더 편리한 세상이 왔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의문이 들 수 있다. 인터넷은 기존 산업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큰 성장을 이루는 듯보였다. 하지만 산업시대의 경제·사회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독점의 심화, 검열의 강화, 데이터 독점 등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인터넷은 새로운 기술이면서 동시에 공유·개방·참여 등 중요한 사회적 키워드를 담고 있었지만 이런 것들은 대부분 서비스 기획적 요소 이상을 넘지 못했다. 인터넷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주목했던 사람들은 실망했다. 혹자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이 되는 기술 발전에 두려움을 느낀다.

편리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기술이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하다.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사회가 그것을 어떤 가치에 맞게 사용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회는 더 편리해지는데 우리는 정말 이전보다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고 합당한 대우를 받고 살고 있는 것인가. 블록체인이 지금 우리 시대에 사회를 변화시킬 새로운 기술로 떠오르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시대 소비자 혜택은 무엇일까? 기존 플랫폼의 장점은 구매 편리성, 통합된 혜택, 소품종 대량 생산 등에 있었다. 블록체인 시대에는 기존 장점에 더해 중간 유통 축소,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가 가능한 사회, 품질만족, 회원 간 유대감, 제공자와 이용자 간 신뢰가 극대화될 것이다.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걸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페이스북부터 삼성전자까지, 소셜플랫폼부터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인 디앱(DApp)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스타트업 중심의 블록체인 플랫폼 시장에 대기업이 진입하면서 기존 서비스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디앱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페이스북이 기존 주요 매출원인 광고에 암호화폐를 도입하고 기존 앱을 기반으로 보상체계를 구축하면 디앱 시장은 활성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내수 성장이 정체된 카카오가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를 앞세워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메인넷)’을 오픈하고 이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반 앱을 공급하는 스토어도 개척할 전망이다. 물론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인 ‘디앱’이 아니라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는 토큰 이코노미가 적용된 ‘비앱’을 우선 도입해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대중화를 위해 기존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하는 파트너사를 30여 개로 늘렸다. 이 중 절반가량은 해외 서비스 업체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꽉 막힌 수익성을 돌파할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기존 서비스 이용자를 기반으로 높은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디지털 자산시장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디지털 자산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한 스마트폰 제조 업계도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적용하고, 디앱을 탑재한다. 애플과 화웨이도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자사 운영체제(iOS)를 기반으로 암호화 작업을 돕는 프레임워크 ‘크립토키트’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애플 역시 단말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탑재할 것이다. 이들 기업은 기존 제품·서비스 이용자를 기반으로 높은 접근성을 확보했다.

물론 디앱 이용률은 아직은 저조하다. 사용자들이 디앱 사용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다. 킬러앱이 부족할 뿐더러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시각이라도 코페르니쿠스식 전환은 부지불식간에 다가온다. 대기업의 디앱 스토어 진출로 실생활 상용 사례가 늘어나면 상황은 반전돼 시장 활성화가 전망된다.

디앱 이용률 아직은 저조해

대기업을 통해 디앱 신뢰성과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디앱 스토어 운영 주체들은 검증된 파트너사와 사업을 하거나 자체적인 보안 프로그램을 구동해 안전성을 제고할 것으로 보고, 인프라 측면에선 분명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디지캐시(DgiCash)의 창시자이자 ‘비트코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차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블록체인 킬러앱은 결제와 메시지 기능을 결합한 애플리케이션이다.”

페이스북은 이를 알고 행동하는 것일까? 디지털 주권을 보호하기에 현재의 SNS는 불충분해 보인다. 페이스북만 하더라도 알고리즘 문제부터 데이터 유출까지 각종 구설수에 시달렸다. 겉으론 플랫폼 중립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로 돈을 벌었다. 알고리즘 조작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의 솔루션이 SNS에서 채택되기 시작하고 블록체인의 킬러앱이 그 속에서 ‘결제와 메시지’를 결합해 탄생하면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블록체인은 보안에 민감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 자회사 칼리브라를 만들었다. 칼리브라는 페이스북의 메시지 서비스와 연동된다. 또 암호화폐인 리브라를 저장, 송금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도 제공한다. 이는 리브라와 어울리지 않는 기존 서비스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페이스북은 칼리브라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페이스북의 소셜데이터와는 분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유출이나 남용 걱정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리브라가 ‘사유화된 IMF’라는 비판 속에서 이용자 데이터를 남용한 전력이 있는 회사가 금융 서비스를 하도록 내버려둬도 되겠댜는 비판도 제기된다.

리브라는 탈중앙형 가치를 지닌 원래의 블록체인과는 다른 형태이다. 리브라의 경쟁 상대는 비트코인이 아닌 법정화폐를 유통하고 발행하는 시중은행과 중앙은행들이다. 미국 정가에선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며 암호화폐 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위법 요소는 없는지, 위험한 부분은 없는지 먼저 따져본 후 문제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서비스를 추진하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는 자신들이 독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27개 리브라재단 회원들이 공동 운영한다는 얘기다. 2020년 본격 서비스될 즈음엔 회원사가 100개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해명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의 그간의 행적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리브라의 성공은 암호화폐의 분산의 종말을 고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산화가 절대가치일 수는 없다. 물론 리브라는 중앙은행의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이 글로벌 중앙은행을 꿈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원하는 대로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사실상 새로운 통화가 탄생하고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금융당국에서는 금융·통화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리브라가 초래하는 개인정보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 금융시스템 안정성 유지에 중앙은행의 따가운 눈길이 몰릴 수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공공의 적?

여하간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으나 암호화폐는 어쩌면 불가피한 미래의 선택지일지도 모르겠다. 핀테크지원센터는 몇년 안에 없어질 다섯 가지를 얘기했다. 현금, 신용카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이 사라지고, 홍채·정맥 등 다양한 생체인증 방법이 보편화되면서 비밀번호, 열쇠 등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예언했다. 거기에서 블록체인이 많은 킬러앱과 함께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다. 기존 콘텐트에 암호화폐 보상 시스템을 도입한 많은 킬러앱이 머지않아 소비자의 실생활에 녹아들 것이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장(국립외교원 파견)이다. 대한민국 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1513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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