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2019년 우울했던 3대 경제 뉴스 

 

어느덧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 해든 평탄하기만 할 리 없지만 올해는 더 시끄럽고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밖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1년 내내 싸웠고, 무더위가 한창일 때 아베 총리까지 수출 규제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물론 간간히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깜짝회동을 하는 등 희망도 보였다. 그렇게 희망 섞인 소식이 들려올 때면, 잠시나마 시장은 활력이 돋는 듯했다. 유독 잦았던 가을 태풍으로 더 청명했던 하늘 아래, 반으로 갈라져 한참을 소리 지르고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들려오는 소식은 어째 더 우울한 뉴스들이다.

내친 김에 우리 경제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았다. 올해 주요 신문 스크랩들, 정부기관을 포함한 각종 기관들에서 내놓은 자료를 다시 펼쳐 훑어보았다. 올해 자주 언급됐고 걱정스러웠던 경제 뉴스 3개를 임의로 뽑아보았다. 정기적인 뉴스들이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등의 뉴스는 올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외하고, 올해 돋보이는 특징과 빈도가 잦았던 뉴스에 주목했다.

올해 가장 암울했던 첫 번째 경제 뉴스는 바로 수출 부진이라고 생각한다.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수출증감률이 -1.7%로 돌아서더니, 올 11월까지 연속 12개월째 마이너스다. 반도체 수요 부진, 단가 하락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20%를 넘었다. 2017년 반도체 수출 증감률이 57.4%, 지난해 29.4%를 기록하며, 우리 수출을 이끌었는데 올해는 25% 이상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글로벌 교역량이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지난해 3.6%였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올해 1.1%에 겨우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세계 10대 수출국의 올해 상반기 누계 수출액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전년 동기 대비 8.9%를 기록해 10개국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사실 반도체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경고는 늘 있었다. 불행히도 잘 나갈 때는 이런 주장이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는 그 대가를 치르기 시작한 해로 볼 수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미래 먹거리는 잘 보이지 않고, 가끔씩 들려오는 새로운 규제 완화 시도도 거센 저항으로 좀처럼 발걸음을 못 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외국인직접투자(FDI) 급감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감소세다. 올해 3분기에는 감소세가 멈췄으나, 올해 1~3분기 투자금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무려 29.8%나 줄었다. 반대로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올해 우리 기업과 국민이 해외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외직접투자는 1년 전보다 13.3% 늘어 약 18조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최대치다. 나가는 돈은 역대 최고인데, 들어오는 돈이 확 줄었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투자 매력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10년(2009~2018년) 국내외 투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의 해외 투자 증가 속도가 국내 설비투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투자의 순유출로 지난 10년간 제조업 직·간접 일자리는 연간 4만2000 명이나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모든 정부의 염원임을 고려할 때, 한국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에는 투자이민 설명회가 문전성시라는 기사까지 가세하니 더 우울할 뿐이다.

마지막은 최근 자주 단골로 등장하는 디플레이션 우려다. 올해 1월부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대에 진입했다. 조금씩 디플레에 대한 우려 기사가 보이더니, 지난 9월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논쟁이 뜨겁다. 우리 경제의 포괄적인 물가를 의미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처음으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1998∼1999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3분기 연속 감소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물론 저물가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국가별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우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로, OECD 회원국과 가입 예정국 등 40개국 중 가장 낮았다. 현재 정부는 단호하게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없고 내년에는 1%대로 회복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말대로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은 아직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농산물과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두드러져 보이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저물가가 특정 품목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 아닌 다수 품목 주도의 영향으로, 수요 측면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수출과 투자 등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저물가 상황을 좀 더 엄중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할 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수출 부진, 외국인직접투자 급감,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킬 공통의 해결책이 있을까? 가장 간단한 해법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다. 기업을 특별 대우 해달라는 게 아니다. 경쟁국 수준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올해 한국은 63개국 중 28위로 지난해보다 1단계 하락했고, 기업 관련 규제 순위는 47위에서 50위로 3단계 하락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한국이 141개국 중 13위로 지난해보다 2단계 상승했는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리해고비용 116위, 고용·해고 관행 102위, 규제 부담 87위 등이 최하위 수준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규제개혁이 미흡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우리 경제는 2017년 9월에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규제 완화는 돈 안 드는 최고의 경기 부양책이다. 애석하게도 올해 정부 대책으로 가장 많이 들려온 말은 ‘적극적 재정 지원’이었다. 정부 돈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차례 추경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역대 최악의 소득격차, 단기 ‘알바’ 증가뿐이었다.

지난 10월 미국 뉴욕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IR)에서 나온 해외투자자의 첫 질문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은 ‘수출 부진’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날의 분위기가 올해의 경제 뉴스 모든 것을 정리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감한 해외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부총리는 열심히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정했고, 수출 역시 대외적인 요건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물론 부총리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내가 투자자라면 ‘기업하기 좋은 한국’이 될 것이란 말을 제일 듣고 싶었을 듯하다.

올해 초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프랑스·영국·독일·일본·이탈리아에 이어 ‘30-50클럽’에 진입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접했다. 환율 효과 등 이면을 지적하는 기사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참 반가운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런 소식에 배고픈 것은 나뿐 만이 아닐 듯싶다. 다가올 2020년에는 이런 기쁜 소식을 많이 들으면 좋겠다.

-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1514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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