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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규제 실효성 논란] 증권업계 ‘부글부글’ “일률적 해소 요구는 무리” 

 

부동산 위험 관리 필요성은 공감… 증권사 성장 여력도 줄어들 듯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규제에 나서면서 증권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선제적 리스크 관리 필요성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PF 건별 개별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자본 규모 등을 기준으로 일괄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부동산 사업자의 이동만 있을 뿐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PF 채무보증 93%가 증권사 몫


금융위원회는 12월 5일 부동산 PF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하고 2021년 7월부터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 10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채무보증에 대한 신용위험액 산정 때 적용하는 위험계수를 12%에서 18%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부동산 대출 때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특례는 더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 때 일반 증권사는 부동산 대출액 전액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한 반면 종투사들은 부동산 대출액의 18%만 차감했다.

PF는 미래에 발생할 현금흐름을 담보로 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후분양이 일반화한 국내 주택건설시장 특성상 부동산 사업 초반 PF 진행은 필수적이다. 금융사들은 시공사와 사업장을 평가한 뒤 대출을 진행하고 정해진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부동산 PF에 규제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사에 집중된 이번 규제 방안이 직접적으로 부동산 PF 시장을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019년 상반기 기준 국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71조80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증권사의 비중은 6.8%인 4조900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향후 증권사 수익에서는 영향이 나타날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전통적 수익 기반인 수수료 수입에서 탈피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너도나도 부동산 PF 채무보증에 공을 들였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전체 부동산 PF 채무보증액 28조1000억원의 93%인 26조2000억원을 증권사가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PF 채무보증이 제한될 경우 증권사들이 추가적으로 규모를 확대하기 어렵게 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PF 진행시 직접 대출금을 내주지 않지만 최종 상환시 지급을 보증하거나 PF 유동화 증권 차환 발행 실패시 유동성을 공급하는 식으로 채무보증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급 보증을 담당하는 신용공여형 채무보증이 증권사 전체 채무보증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증권사들은 통상 3~4%의 수수료를 받는다. 부동산 PF를 통해 선순위로 대출을 제공할 경우 통상 4% 가량의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사 채무보증 수수료는 대략적으로 3%초반 수준인데 다른 증권사들도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해 단순계산하면 연간 9000억원의 수익이 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채무보증 제한의 영향은 증권사 별로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메리츠종금증권만 제외하면 대부분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 제한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부동산 PF 시장에 공격적으로 접근해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대다수 증권사가 당장 채무보증 규모를 줄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을 넘어서기 때문에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9년 6월 말 기준 메리츠종금 증권의 부동산 채무보증액은 약 6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3조6000억원 가량인 자기자본의 187% 수준이다. 이 비율을 이번 규제 방안에 맞추기 위해 100%로 낮추려면 3조원 가량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채무보증 규모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3%대 수익을 얻자고 자기자본을 늘리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2018년 기준으로 13%다. 무턱대고 유상증자를 진행했다가는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공격적으로 자본을 늘리기 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상황이 증시에 알려지면서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부동산 PF 관리 방안 발표 다음날인 12월 6일 하루 동안 메리츠종금증권 주가는 11.07% 떨어졌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규제 방안 적용까지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기존 채무보증 만기 이후 추가 채무보증을 진행하지 않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비율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외한 대다수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이 100% 미만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부동산 PF가 필요한 사업자는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아직 한도가 남은 다른 증권사로 이동할 것이란 예상이다. 중소형 증권사를 찾지 않더라도 미래에셋대우나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에서 아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취지 벗어나 고위험 투자 늘 수도

일각에서는 채무보증 한도가 낮아진 증권사들이 수수료가 높은 곳에 투자하면서 오히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해진 자본 안에서 수익률을 높여야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업장의 신용보증을 맡아 수수료를 높일 수 있어서다. 이 마저도 마땅치 않을 경우 후순위 대출이나 고위험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 자기자본에서 대형사에 비해 뒤처지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후순위 대출이나 비상장증권 투자 등을 선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PF 규제 방안과 관련해 업계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부동산 리스크 대응력을 높이자는 취지기 때문에 조급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14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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