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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5G·치매치료 관련주에 관심 둘 만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유리할 듯… 코스피 1900~2150 지루한 박스권 예상

올해 코스피는 2010으로 시작했다. 현재 2100 전후이니까 11개월간 4% 정도 오른 셈이 된다. 나스닥 지수가 30% 넘게 오른 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코스닥은 669로 시작했다. 지금이 630 정도니까 6%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피가 다른 나라보다 지지부진했는데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더 좋지 않았으니 중소형주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 수 있다.

시장에서는 대주주를 주식을 특별히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최소 5%는 넘어야 대주주로 봐 줄 정도다. 소득세법은 대주주를 분류하는 기준이 또 다르다. 지분율 또는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나누는데, 한 종목의 보유 액수가 15억원을 넘으면 대주주가 된다. 주식 매매 때 일반투자자는 거래세만 내면 되는 반면 대주주는 차익에 대해 최대 27.5%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만큼 투자를 하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주식을 보유한 입장에서 또 다른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 세금을 줄이려 하는 게 당연하다.

2년 가까운 주가 하락으로 투자 형태 보수화

이런 제도적 약점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중소형주 매도가 늘어날 거라 보고 있다. 보유 액수를 과세 기준점보다 낮춰 세금을 물지 않고 넘어가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준이 똑같더라도 대형주는 규모가 크고 거래량도 많아 대주주 요건 해소를 위한 매도를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지만 중소형주는 사정이 다르다. 매도가 나오는 족족 주가에 반영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2008년 이후 12월에는 항상 개인투자자의 매도가 많았다.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 대주주 요건이 10억원으로 낮아지고 2021년 4월에는 3억원이 되므로 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올해 중소형주는 성과가 좋지 않았다. 7월까지는 대형주와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8월이 되면서 서로 방향이 달라져 코스피가 1900에서 2150까지 오르는 동안 중소형주는 제지리걸음을 계속했다. 중소형주의 실적이 대형주보다 특히 나빠서가 아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대형주와 마찬가지로 중소형주도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이익이 줄어드는 정도였는데 주가는 완전 딴판이었다. 중소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힘을 쓰지 못한 건 외국인 매수가 대형주에 몰렸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외국인이 제일 많이 사들인 종목이 반도체다. 반도체 2개사의 순매수액이 시장 전체 순매수보다 많을 정도이므로 반도체를 뺀 다른 종목은 오히려 순매도를 한 게 된다.

2년 가까운 주가 하락으로 투자 형태가 현실적이 된 점도 중소형주에 불리했다. 중소형주는 실제 발생한 이익 이상으로 미래 성장성이 주가를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으면 지금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주가가 견뎌낼 수 있다. 반면 대형주는 중소형주보다 현실적이다. 이미 성장 단계를 지나 이익이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성장성의 힘이 가장 좋은 때는 대세 상승이 끝나고 하락 조정까지 마무리된 이후다. 대세 상승을 거치면서 수익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높아지는데, 이를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이 성장성 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기대가 지속되는 기간인데 조정이 길면 길수록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약해진다. 이익이 줄어들고 영업 상황이 나빠져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018년 초에 코스피가 최고점을 기록했으니까 지금은 주가 하락이 시작되고 2년이 지났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꺾일 만한 시간이 됐는데 투자 패턴이 보수화돼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의 힘이 강해졌다.

앞으로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강해지는 역전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11월 중순까지 이어진 주가 상승이 2150에서 마무리됐다. 지금은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 거듭 경신하는 데도 우리 시장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이 넘기 어려운 벽에 부딪친 건데 박스권이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상단 2150, 하단 1900을 경계로 한 긴 횡보국면이 예상된다. 주가가 박스권 하단까지 내려가는 동안 그리고 하락이 멈추고 횡보하는 기간 모두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있다. 대형주가 오르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 경기나 기업 실적 호전을 통해 상승 모멘텀도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은 둘 중 어느 것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주가가 지지부진해 주식시장으로 돈의 유입이 끊겼다. 주가가 오르고 한참 지나야 시장으로 돈이 들어오던 과거 패턴에 비춰볼 때 당분간 돈이 들어올 가능성도 없다.

IT 중소형 중에서는 5G 관련주가, 바이오에서는 치매치료 관련 제품이 관심을 모을 것이다. 올해 5G 장비주는 세 번의 상승이 있었다. 1월 세계 주요 통신회사들이 5G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 때, 4월에 국내 통신 3사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 때, 그리고 1, 2분기 통신장비 업체 실적이 발표됐을 때가 그 시기였다. 내년에 글로벌 통신사들의 5G 투자가 크게 늘어날 걸로 전망된다. 중국은 차이나모바일이 60% 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5G 조기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제4 이동통신사업자인 라쿠텐의 시장 진입에 위협을 느낀 기존 통신사들이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해 5G 조기 도입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T-Mobile과 스프린트 간 합병 후 우량 가입자 유치 경쟁이 벌어져 5G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충분히 하나의 테마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상황이 진전되기 때문에 5G에 대한 가시적 효과에 의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바이오주 관심 두되 보수적 접근을

그동안 세계 여러 제약사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단기적으로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제품 외에 다른 약이 출시된 사례가 없다. 국내 제약사인 젬백스가 임상 2상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중등도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SIB(중증장애점수)가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2상 성공이 성공할 경우 완제품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광범위한 사용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긍정적이긴 하나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았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중 최종 관문을 넘어 시판에 성공한 약물은 거의 없다. 그만큼 개발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단기적인 성과에 환호하는 것보다 발표된 임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 바이오의 다른 부문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난 8월 바이오 주식이 바닥을 치고 올라왔지만 상승을 이어간 종목은 많지 않다. 큰 등락을 겪은 후 투자자들이 바이오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인데 개발 제품에 따라 주가가 차별적으로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14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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