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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주부가 된 커리어 우먼의 갈등 극복] 위로·화해·희망이 절실하다 

 

가족 위한 희생에 고마움 전해야… 인내는 끈기를, 끈기는 희망 낳아

▎사진:© gettyimagesbank
그녀는 두 아들을 둔 30대 중반의 주부다. 얼마 전까지는 대학병원 간호팀장이었다. 시어머니가 첫째를 봐 주신 덕분이다. 5년 만에 둘째가 생겼다. 시어머니는 건강문제로 두 아이 양육은 거절했다. 남편과 의논했다. 대기업 과장인 남편이 퇴사하는 것보다는, 전문직인 그녀가 그만두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 큰 병원은 아니라도, 언제든 복귀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2년간 오롯이 아이들과 지냈다. 애들이 예쁘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돌봐서 그런지 가깝지 않다.

시어머니는 간섭과 훈수가 잦다. 맞는 말씀이라도, 매번 기분이 상한다. 큰 아들이 유치원에 입학했다. 엄마들과 교류가 힘들다. 다들 보통이 아니다. 모임에서 한마디도 못한다. 말 한번 잘못했다간 엄청난 뒷담화에 시달린다. 직장에선 대인관계에 자신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무기력하다. 모든 게 맘에 걸리고 상처가 된다.

둘째 생겨 병원 그만둬

우울증이 온다. 둘째를 낳은 것도, 병원을 그만둔 것도 모두 후회된다. 그렇다고 당장 직장에 복귀하라면, 그것도 엄두가 안 난다. 엄마가 키우는 게 아이에게 좋다는 것을 잘 아는데 혼란스럽다. 하루하루가 피곤하다. 주위에서는 직장보다 편할 텐데 뭐가 힘드냐고 한다. 모르는 소리다. 아이 보는 일이 내 일 같지 않다. 집안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 평생 이렇게 보내야 하나, 이렇게 주저앉는 건가 불안하다.

불만이 아이들한테 터진다. 짜증 부리고 화를 낸다. 남편은 너무 바쁘다. 그녀를 도우려 하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혼자 아이 둘 뒤치다꺼리를 하는 자신을 보면 한심하다. 그래도 자주 찾아와 훈수 두는 시어머니의 도움은 절대 사양이다. 밤마다 직장에서 활기차게 일하는 꿈을 꾼다. 직장생활이 포기가 되지 않는다. 화병이 생기는 것 같다. 치료를 받아야하나?

커리어 우먼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사랑보다 성공을 추구한다. 그녀는 미래 행복을 추구한다. 현재의 부정적 감정을 무시하고, 좋은 기분만 유지하려 한다. 그녀는 이성적이다. ‘맞다, 틀리다’에 익숙하고,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툴다. 커리어 우먼은 강박증자다. 강박증은 자신의 욕망에 몰두한다. 불가능한 욕망을 추구하지만, 결국 도달하지 못한다. 최고의 성취를 꿈꾼다. 먼 목표를 향해 뛰고, 오늘이 아닌 미래를 위해 산다. 바라는 것은 세상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직장을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되면 어떨까? 집안일은 직장일과 다르다. 업무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다. 아이를 돌보고, 남편을 내조하고, 부모까지 챙겨야 한다. 주부에겐 노동과 휴식이 구분 안 된다. 일과 가정의 균형이 없다. 업무에 대한 성과평가도 어렵다. 온종일 일해도 생색 안 나고, 잠시 게으르면 단번에 티가 난다. 가정이라는 현실은 또 다른 전쟁터다. 직장에서 유능하다고 가정에서 성공적이지 않다. 가족의 평화는 주부의 희생과 봉사를 전제로 한다. 가족에게 일상의 평안함은 주부에게 일상의 노동이다.

전업주부는 집안일만 전문으로 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성공보다 사랑을 추구한다. 그녀는 현재 행복을 추구한다. 현재의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여, 좋은 감정으로 바꾸려 한다. 그녀는 감정적이다. ‘좋다, 나쁘다’에 좌우되고, 감정을 잘 다룬다. 전업주부는 히스테리다. 히스테리는 타인의 욕망에 자신을 맞춘다. 완전한 욕망을 추구하지만, 결국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의 완성을 꿈꾼다. 타인의 목표를 따르고, 미래가 아닌 오늘을 위해 산다. 바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는 것이다.

주부에서 직업전선으로 뛰어든다면 어떨까? 재취업 자체가 어렵다. 의욕이 앞서지만 일자리가 만만치 않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여성 취업률이 M자 곡선을 그린다. 기혼여성 가운데 비취업이 40%에 가까운데, 30대에서 70%를 넘는다. 직장이라는 현실은 냉혹하다. 사회활동은 남성이고 가사활동은 여성이라는 공식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남녀차별이 숨어 있다. 취업률과 임금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뒤진다. 맞벌이부부 가사노동 시간은 여성이 남성보다 5배다. 회사는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을 회피한다.

[82년생 김지영]이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엄마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김지영은 남자와 동등한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여자다. 잘 나가던 직장을 접고 주부가 되어, 딸을 키우며 온갖 집안일을 해 낸다. 그녀는 과거와는 다른 현실을 힘들어 하며 빙의 증상까지 보인다. 놀란 남편은 비밀로 하지만 탄로가 나면서 가족들은 그녀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알게 된다. 영화는 이해 받지 못한 남녀차별을 그려낸다. 사람에 초점을 맞춰 위로·화해·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한다.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82년생 김지영]의 명대사를 빌려 아이디어를 내보자. 첫째, 위로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출구가 없었던 건 아닐까 화가 나요.” 그녀의 화병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겉으로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는다. 화병은 표현 안 하는 데서 온다. 나만 참으면 모두가 편해지는 환경에서 온다. 가족을 위해 나 하나 희생하려는 데서 온다. 그녀는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매일 직장 꿈에 시달린다. 그녀는 하고픈 게 많았던 여자다. 좋아하는 일을 접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 그녀의 쌓인 화를 들어줘야 한다. 가족들의 위로가 필요하다. “잘한다, 고생한다, 고맙다 자주 말해 줘.”

일상에 만연한 남녀차별

둘째, 화해가 필요하다. “가끔은 행복하기도 해요. 그런데 어떤 때는 어딘가 갇혀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녀의 혼란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직장은 전쟁터다. 육아가 편할 수 있다. 육아도 전쟁터다. 직장이 나을 수 있다. 여자로서의 삶의 가치관이 흔들린다. 남편과의 화해가 필요하다. 여자가 능력 있다 해도 주저앉게 된다. 남편은 아내에게 빚을 지고 산다. 시댁과의 화해가 필요하다. 숨겨진 차별이 존재한다.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그녀의 영혼을 죽인다. 아이와의 화해가 필요하다. 화가 아이에게 옮겨간다. 예쁜 아이들이 상처 받는다. “나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

셋째, 희망이 필요하다. “지금 잘 해 내고 있는 걸까요?” 그녀의 무력감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녀는 치열한 일상을 살아간다. 일이 재미있다면 무력하지 않다. 출구가 보인다면 무력하지 않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 ‘괜찮다’라고 적당히 넘기지 말고, 나를 돌아보고 한 걸음 나아가자. ‘더 좋아질 거야’라고 대충 되뇌지 말고, 자기 생각을 뱉으며 앞으로 나아가자.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인내를 가지자. 인내는 고통을 이기는 끈기를 낳는다. 끈기를 가지자.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 “지영아, 너 하고 싶은 거 해.”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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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호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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