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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줄이는 CJ, 체질도 바꿀까] “수익성 반등 기대” VS “부진 이어질 수도” 

 

계열사 정리, 인력 재배치, 부진 사업 축소… 경영진 공격적 M&A 후유증

▎이재현 CJ그룹 회장.
재계 14위 CJ그룹이 연말을 맞아 ‘비상(非常)경영’을 가속화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새해를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이라는 시각 이면에서는 재무 악화로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월 23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지난 12월 16일 지주사로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J㈜ 인력의 절반가량인 200여 명을 각 계열사로 재배치했다. 이로써 지주사 몸집을 크게 줄인 CJ 측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업무 효율화가 중요해졌기에 인력들이 기존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직군으로 이동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10월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선포했던 그룹 내 핵심 계열사 CJ제일제당도 한층 분주하게 연말을 보내고 있다. 올해 부진한 외식사업부를 중심으로 일부 직원 재배치에 나선 가운데 사내에선 “입사 3년차 대리 직급까지 인력 재배치 대상”이라는 얘기가 나온 상태다. 익명을 원한 CJ제일제당 직원은 “개별 통보로 일부 직원을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발령을 냈는데 인력 구조조정이나 다름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올 상반기 유선방송 사업을 하던 계열사 CJ헬로와 디저트 카페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면서 자금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이어 보유하고 있던 서울 가양동 부지까지 12월 초 팔면서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이 돈은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체 채무 13조원 달해


일련의 행보는 최근 CJ그룹의 재무 상황이 심상찮음을 보여준다. CJ그룹은 구속됐던 이재현 회장이 2017년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2020년 매출 100조원, 그중 해외 매출 비중 70% 이상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그룹 경영 비전 ‘그레이트(great) CJ’를 발표하면서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두 계열사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2017년에 브라질 사료 업체 셀렉타를 3600억원에, 지난해 미국 식품 업체 쉬안스컴퍼니(이하 쉬안스)를 2조원에 사들였다. 쉬안스에 2조원을 쓴 것은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투자였다. 이 외에도 베트남의 민닷푸드와 러시아의 라비올리(2017년), 미국의 카히키와 독일의 마인프로스트(지난해) 등 해외에 나온 굵직한 M&A 매물을 차례로 매입해 세를 불렸다. 이 회장은 쉬안스 인수를 끝으로 당분간 추가 M&A는 없다고 올 초 밝히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데 있었다. 2015년 5조원가량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지난해 7조원을 넘어섰고 올 3분기 기준 약 9조5000억원에 달했다. 4년 만에 차입금이 거의 배로 늘어난 것이다. 최근 2년간 3300억원가량을 M&A에 쓴 CJ대한통운 역시 차입금이 늘어 재무 건전성이 떨어졌다. 지난해 제약업 등을 하는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하면서 급한 불을 끄기도 했지만, CJ그룹 전체 채무는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 상반기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해 1조2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긴급 수혈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충분치 않아 부동산까지 매각했고, 일부 인력 재배치로 몸집을 줄이려 한다는 것이 시장 일각의 해석이다.

특히 내년 3월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또 한 차례 대규모 조직 축소 진행이 예정됐다는 소문이 사내에서 나오면서 CJ그룹 구성원들은 뒤숭숭해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재배치된 지주사 인력이 이때 계열사 소속으로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계열사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내부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인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은 기존의 그룹 차원 대규모 채용 대신 내년엔 개열사별 채용으로 전환하고, 사별로 내실경영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CJ제일제당은 5000개에 달하는 전체 제품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진 제품 20% 정도의 단종 작업을 진행 중이며, 실적이 부진한 외식사업 일부 정리에 나설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 채무 증가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까지 야심차게 추진했던 글로벌 공략은 아직 순탄치 않은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은 생산한 제품을 쉬안스가 소유한 미국 내 물류 거점을 통해 판매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지 유통 시장을 장악한 월마트 등 기업들과의 협상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쉬안스를 통한 CJ제일제당의 미국 진출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 상영관 사업을 하는 CJ CGV도 2016년 8000억원을 들여 터키에서 인수한 현지 극장 체인 마르스시네마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터키가 경제 위기로 내수시장이 침체된데다, 터키 정부가 미국 정부와 대립하면서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악재까지 추가됐다. CJ CGV는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서 진행 중이던 극장 사업 일부를 매각해 위기 극복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국내 상황도 CJ그룹으로선 썩 만족스럽지 않다. 보유한 투썸플레이스 지분을 매각했던 외식사업 계열사 CJ푸드빌은 ‘뚜레쥬르’ ‘계절밥상’ 등의 외식 브랜드 실적이 저조해서 여전히 고민이 깊다. 미디어 커머스 사업을 하는 CJ ENM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실적이 개선된 데 이어 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최근 엠넷 방송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 조작 사건에 일부 제작진이 연루돼 검찰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여기에 오너 리스크가 겹쳤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마약 밀반입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석방되긴 했지만 경영 승계 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이 회장의 검증된 경영 수완 믿어”

이 같은 내우외환에 몸집 줄이기 등 내실경영으로 맞서려는 CJ그룹을 두고 전문가들 분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J그룹은 새해부터 그룹 차원에서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조하면서 주요 계열사가 반등해 지주사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12.6% 증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CJ제일제당이 내년 물류 제외 매출에서 올해보다 9.6% 증가, 영업이익 26.3% 증가라는 성과를 낼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강력한 수익성 개선 사업이 진행 중인 점이 긍정적인 데다 쉬안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계열사별 변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실적에 실제로 반영될지는 불투명하다”며 “최근 수년간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던 전례도 있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516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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