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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차 전성기 다시 올까] 규제 완화 속에 주목받는 ‘일반인용 LPG차량’ 

 

트렁크 공간 부족은 옛 말… QM6 LPG차 앞세워 SUV 시장 1위 올라

▎서울시내 한 LPG충전소 전경. / 사진:연합뉴스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LPG자동차 시장이 2020년 다시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LPG차는 지난해 3월 사용규제가 전면 폐지되면서 르노삼성자동차의 QM6 등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LPG차 시장에 올해 다양한 모델이 추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돼 판매량이 급증 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LPG차 등록 대수가 우상향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LPG차 부활’의 신호탄은 르노삼성차 QM6가 쐈다. 국내 유일의 LPG SUV를 지난해 6월 내놓은 뒤 국내 SUV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QM6는 지난해 12월 한달간 7558대가 판매돼 전체 SU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QM6 부분변경 모델의 성공을 이끈 것은 발 빠르게 추가한 LPG 모델이다. LPG 모델인 QM6 LPe는 2019년 QM6 전체 판매량(4만7640대) 가운데 43.5%(2만726대)를 차지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LPG차는 일반 승용차 소비자들에겐 익숙지 않지만 택시, 렌터카 등 영업용 자동차 시장에선 주류다. 이유는 LPG차에 가해졌던 정부의 규제 때문이었다. 1977년 기아자동차가 브리사에 최초로 LPG를 장착해 출고하며 본격적인 LPG차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LPG차는 LPG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영업용 차량에만 허용됐다. 1977년 기아자동차가 브리사에 최초로 LPG를 장착해 출고하며 본격적인 LPG차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LPG차는 LPG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영업용 차량에만 허용됐다.

규제 완화 후 판매량 크게 늘어 ‘턴어라운드’ 기대


▎르노삼성이 개발한 LPG 도넛탱크. / 사진:르노삼성자동차
LPG 수급 불안정 우려가 점차 사라지고, 가스 회사들의 주장이 거세지면서 규제는 조금씩 완화됐다. 지방 관용차,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 LPG차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조금씩 늘어났다. 1989년엔 15인승 이하 승합차면 누구나 LP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1995년엔 운수사업용승용차, 화물자동차, 승합차, 특수자동차 등에도 허용했다. 이로 인해 LPG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국토교통부 등록자료를 보면 1997년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3.8%에 불과했던 LPG차 비율은 2008년 13.8%까지 커졌다.

성장세를 보이던 LPG차 비율은 2008년을 고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2012년말 12.8%였던 LPG차 비율은 2018년 말 기준 8.77%까지 낮아졌다. LPG차 신규 판매대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2000년대 초반 등록된 차들의 말소까지 이어지며 LPG차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LPG차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선 2013년부터는 등록대수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LPG차 판매량은 2013년 17만8935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줄어들어 2018년에는 11만8436대에 그쳤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 연비 경쟁이 가속화되며 각 브랜드의 가솔린 엔진 연비가 높아졌고, 디젤차가 몇 년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며 상대적으로 LPG차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LPG차 등록대수가 크게 줄자 가스업계는 더욱 강하게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그 결과 2018년 5인승 레저용차량(RV)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고, 지난해 3월 28일에는 LPG차에 대한 규제가 완전히 사라졌다. 규제를 없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KAMA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LPG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는데, 이는 2018년 연간 감소폭이 14.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특히 구매제한 규제가 전면 폐지된 이후 4~6월 판매량은 1~3월 대비 29.9% 증가했다는 게 KAMA의 설명이다.

LPG차의 성장을 전망하는 이유는 단순히 규제가 풀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술 발전을 통해 치명적인 단점을 지웠다. 대표적인 게 ‘가스 탱크’다. LPG차는 트렁크 부분에 커다란 LPG 탱크를 실어야 해 공간활용이 나빴는데, 이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했다. QM6 돌풍을 일으킨 르노삼성의 ‘도넛 탱크’가 주인공이었다. 여분의 타이어를 적재하는 트렁크 하단에 위치시켜 트렁크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현대·기아차에서도 비슷한 기술을 개발해 쏘나타와 K5 등에 적용시켰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반 판매용 LPG차에는 대부분 도넛 형태의 탱크가 탑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디젤 엔진 사라지는 1t 트럭시장 주목


최근 QM6의 성공은 올해 나올 LPG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지난해 LPG차 규제 전면 폐지 이후 연간 LPG차 판매량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올해 LPG차 등록대수도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에선 쌍용자동차가 베스트셀링 소형 SUV 티볼리에 LPG 엔진을 추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경영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베스트셀링 모델에 LPG 라인업을 추가하는 QM6의 전략을 따르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쌍용차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카니발 LPG 모델이다. 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카니발 4세대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밴’ 차급을 독점하는 카니발에 LPG 모델이 더해지면 그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탈 디젤’이 가장 시급한 화물차 시장에서도 LPG 차가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수도권 대기환경법에 따라 오는 2023년부터 1t 디젤 트럭을 운송사업에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전기트럭에 집중하고 있지만 무게 탓에 주행거리를 충분하게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싼 가격과 디젤 대비 친환경성을 앞세운 LPG 트럭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18호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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