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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바람 탄 에듀테크] 치맛바람이 낳은 사교육, 수출 효자로 성장 중 

 

ICT로 접목한 스타트업이 주도... 외국어·입시·취업 등 사교육 보완 역할은 개선해야

▎스마트스터디가 2018년 아랍에미리트(UAE) 한 쇼핑몰에서 공연한 핑크퐁과 아기상어 콘서트를 중동지역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관람하고 있다. / 사진:스마트스터디
“베이비 샤크 뚜 루루 뚜루….” 지난 가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워싱턴 내셔널스 팀 홈구장에서 경기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이 동요가 울려 퍼졌다. 팀의 외야수 헤라르도 파라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두살배기 딸 알리야의 애창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서다. 노래는 이후 팀의 간판 응원가가 됐고, 워싱턴 내셔널스가 창단 50년 만에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되는 과정에 함께했다. 이 노래는 빌보드가 1년간 꾸준히 사랑 받은 곡을 집계해 연말에 발표하는 연간 차트(Year- End)에도 뽑혔다. 세계 무대를 휩쓴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맞먹는 순위에 올랐다. 심지어 유튜브 누적조회수에선 지난해 말 기준 41억회를 넘어서면서 방탄소년단을 앞질렀다.

이 노래는 한국의 유아콘텐트 교육기업 스마트스터디가 미국 구전 동요를 각색한 것으로, 유아용 애니메이션(핑크퐁과 상어가족)에 실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스터디는 동요 영상콘텐트 4000여 편을 16개국 언어로 제작 공급했는데 해외 라이선스 180여 건 계약, 국내외 라이선스 제품 2500여 개 구축, 모바일 앱 1억5000만 번 다운로드, 전세계 16개국과 북미 도시 100여 곳에서 캐릭터 공연 등 광범위한 콘텐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매출도 2015년 약 95억원에서 2016년 175억원, 2017년 272억원, 2018년 4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6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 벤치마킹 하려는 아시아권에 인기


▎비상교육이 파라과이의 교육기업인 홀레스 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지난해 11월부터 공급한 초·중 영어학습 프로그램을 파라과이 초등학생들이 태블릿PC로 공부하고 있다. / 사진:비상교육
국내 교육업체가 한류바람을 타고 해외 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치맛바람 속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탄생된 콘텐트와 시스템이 해외 수출 효자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만나면서 전략과 체질을 바꾸는 등 교육업계 전반에 제2의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끈 콘텐트나 시스템을 번역해 해외에 내다 파는 단순 유통에서 벗어나 최근엔 현지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콘텐트 제작으로 수출길을 열고 있다. 특히 한국을 성장모델로 벤치마킹 하려는 아시아권 국가를 중심으로 호응이 크다.

수출 물꼬를 본격적으로 튼 기업은 2008년 일본에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라이선스 계약으로 수출한 YBM넷이다. 이어 수능시험 인터넷강의 업체인 이투스교육이 2010년 인도 델리에 이투스 인디아 법인을 세워 인도 대학입시 인터넷강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어교육 업체 청담러닝은 2014년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스탄에 스마트클래스를 구축하고, 디지털 교과서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에듀 솔루션 수출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입시 영어에서 실용 영어 중심으로 교육 플랫폼을 개편해 중국과 베트남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청남러닝 영업이익은 2016년에 바닥을 찍은 뒤 2017년 140억원, 2018년 158억원, 지난해 251억원(추정)을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상교육도 ICT와 접목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영어권 국가에서 촬영한 영상과 애니메이션이 담긴 영어 학습 콘텐트를 들고 2018년 중국 초등영어 교육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지난해 3월엔 에이팩스홀딩스와 손잡고 베트남에, 같은 해 11월엔 홀레스 테크놀로지를 통해 파라과이에 공급을 시작했다. 비상교육은 이와 함께 유아 영어 스마트러닝 콘텐트도 개발해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중국과 베트남으로 수출 계약도 맺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프로그램도 만들어 지난해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베트남 디지털 한국어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1300억원 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던 비상교육 매출은 이를 발판으로 2018년에 140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수학교육 전문기업인 CMS에듀는 영재학교 입시교육으로 단련된 노하우를 앞세워 중국·베트남·멕시코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7년 첫발을 내디딘 중국에선 지난해까지 6개 센터를 열었으며, 중국 대형 출판사와 공동으로 화상시스템을 이용해 사고력 수업을 구현한 온라인 학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지금까지 12개, 멕시코에선 3개 센터를 열고 운영 중이다. 박승선 CMS에듀 해외사업본부장은 “중국은 지역 간에 기반시설 격차가 너무 심해 교육 서비스를 균일하게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소득이 급증하면서 프리미엄 교육 수요가 폭증해 화상수업 같은 온라인 교육시장이 매년 20% 넘게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반영해 토론식 사고력 수업을 스마트러닝 기술로 구현해 중국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3년 전부터 국내에서 다져온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 노하우도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영어교육 전문기업인 능률교육·웅진컴퍼스·YBM넷, 유·초등 교육전문 대교 등도 자사 콘텐트를 현지 수업·교재·방식에 맞춰 개발해 일본·중국·멕시코·태국·이집트·말레이시아·인도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저출산·저성장 여파로 해외시장에 눈길

최근 국내 에듀테크(edutech, 교육+기술) 업계는 제2의 변혁기를 겪고 있다. 3년 전부터 스타트업 등 2세대 교육기업이 대거 등장하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태동하고 있다. 골목상권 보습학원에서 시작한 1세대 교육기업과 달리 이들은 각종 스마트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교육서비스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콘텐트도 전통적인 외국어 학습 위주에서 벗어나 컨설팅·코칭·소통·모니터링, 코딩 교육, 유아 인지개발, 학습지원 등으로 다양해졌으며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까지 도입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중소기업으로 훌쩍 큰 ST유니타스는 대입·공무원 수험생의 학습정보를 빅데이터로 개발하고 있다. 국내 공무원 수험 데이터를 분석한 단기 고득점 서비스를 선보여 수요를 끌어 모으고 있으며, 미국 대학입시업체 프린스턴리뷰를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미국 대학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는 TPR 서비스도 시작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은 초기부터 외부 투자를 유치해 시장 공략에도 공격적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4억원에서 많게는 40억원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스마트스터디도 2010년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핑크퐁과 아기상어 캐릭터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현재 기업가치 평가는 2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상장을 준비하면서 100억원의 지분투자까지 받았다.

현준우 비상교육 에듀테크 컴퍼니 대표는 “저출산과 저성장 여파로 국내 교육시장은 해마다 위축되고 있다. 당장 대학입시 수능시험 응시자만해도 2014년 60만명에서 지난해 48만 명으로 가파르게 줄었다”라며 “이런 환경에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교육업체들의 필수 생존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식 교육 콘텐트·플랫폼은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덕분에 현지화가 빠르다. 미래 스마트 교육시장을 선점하는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세계 처음으로 e러닝 산업발전법을 제정한 국가로, 이를 통해 사이버대·인터넷강의 같은 원격교육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업계에선 국내 에듀테크 시장이 올해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한국 에듀테크 기업들이 수요가 많은 사교육·입시 콘텐트에 매달리고 있는 점은 개선해야할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트를 구현하는 외국과 달리 국내 에듀테크는 외국어 학습이나 입시·취업에 머물러 스스로 사교육의 보완 역할이라는 한계를 긋고 있다”며 “기존 교육시장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숙제”라고 지적했다.

[박스기사] 외국서도 에듀테크 스타트업 붐… 시장 선점 위해 무한경쟁

해외에서도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이 상용화되고 ICT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다.

미국 에듀테크 시장은 해마다 평균 8% 넘게 성장해 2018년에 429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츠(GIA)는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가 올해 43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정부가 앞장서 교육 현대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에듀테크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인구가 많고 국토가 광활한데 지역마다 기반시설 편차가 심하다 보니 균일한 교육 서비스를 공급하려면 디지털 온라인 교육 시스템의 개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유명세를 떨치는 교육테크 기업들이 중국에서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에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미국 IT 거인들도 교육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몰입형 교육 앱인 익스페디션(Expedition)을 개발해 체험형 VR·AR 콘텐트를 공급하고 있다. 또 학습자료와 교사 업무를 지원하는 구글 크롬북과 G-Suite for Education 서비스로 미국 학교 현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학교 업무를 지원하는 ICT 기반의 교육관리 시스템 보급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도 교사들이 교육 콘텐트를 쉽게 구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학교 업무량을 경감하는 방안을 찾고 지원시스템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특히 에듀테크 민간기업들과 협력해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 콘텐트 개발에 주력한다. 이 같은 지원 덕분에 유럽에서 활약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2곳 중 1곳은 영국에서 탄생하고 있다. 영국은 에듀테크 시장 규모가 올해 300억 파운드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1518호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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