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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부동산 편중 리스크 줄여라 

 

보유세 부담 커지고 대외 충격에도 약해… 주택연금 가입하거나 달러자산 매입할 만

▎사진:© gettyimagesbank
최근 서울 집값이 멈출 줄 모르고 오르자 30~40대들이 ‘영끌’해서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고 한다. ‘영끌’이란 ‘영혼까지 끌어 모으다’라는 뜻이다. 30~40대들이 있는 돈 없는 돈 빡빡 긁어모아 아파트에 올인하고 있는 현상을 빗대 표현이다. 자녀 수도 적고 청약통장 가입 기간도 짧아 청약가점이 낮은 탓에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불가능해지자 직접 기존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발 세대, 586세대에 이은 30~40대 세대도 결국은 부동산에 올인하는 것이다. 온 나라, 온 세대가 부동산에 포박당한 느낌이다.

30~40대마저 부동산에 올인

수년 전부터 한국의 가계자산 구성에 대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동산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 정도이다. 재산이 많으나 적으나 이 비중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일례로 100억대 자산이라 하면, 대략 부동산이 70~80억원 된다고 보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은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높아야 50~60% 수준이다. 나머지는 금융자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흔히 일부 전문가들이 한국 가계자산 구성 문제점을 논할 때, 그 근거로 드는 것이 선진국 가계와의 상대적 비교이다. 그러나 사실 개인의 입장에서는 가격만 오른다면 70%든 100%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또 50%이든 80%이든 그 나라의 투자 문화와 투자 습성 차이로 돌리면 20~30% 정도의 차이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깊숙이 들여다보면, 한 자산에 자금이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 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취약함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만일 당신이 30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고, 자녀가 2명 있다고 가정해 보자. 현금자산은 많지 않은 편이다.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고정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건강보험료와 같은 준조세 성격의 복지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거나 다른 사업소득이 있으면 문제가 없다. 매월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비용을 충당하면 된다.

그런데 만일 퇴직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 고정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앞으로는 고가 주택 보유자인 경우엔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의 피부양자(건강보험)로도 들어갈 수 없다. 자산이 있으므로 별도로 건강보험료를 내야만 한다. 다주택자는 사정이 더하다. 종부세와 같은 세금 부담이 더 크다. 현재 정부가 노리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주택 보유에 따른 비용 부담을 높여서 집을 팔게 만들려는 것. 기존 중고 주택의 매물이 많아진다면 당연히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주택 보유자들이 버텨 보자는 심산인 듯하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팔더라도 나중에 팔거나, 정부가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춰 주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앞으로 주택시장 참여자들과 정부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끝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미뤄두자).

자산이 모두 부동산에 묶여 있으면 어떤 취약점을 갖게 될까. 현 정부 정책에서 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들은 높은 고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건강보험료와 같은 준조세 성격의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 혹은 연금소득으로도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항간의 우스개처럼 부동산은 부자이지만 현금 거지가 될 수도 있다.

유동성 리스크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환금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다. 만일 1997년 말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처럼 커다란 대내외 경제 충격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이럴 때 부동산은 처분하기 어렵다. 급매물로도 팔기 힘들다. 특히 문제는 대출이 있는 사람들이다. 부동산 매입 때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로 받은 경우다. 시중금리가 급등하면, 대출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만일 자신이 벌어들이는 다른 소득으로 이자를 낼 수 있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더 나아가 부동산도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내수가 아닌 수출이 주도하는 경제이다.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60%가 넘는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대외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다. 간단한 예로 수출이 어렵다는 얘기는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근로자들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소득이 줄면 같은 금액의 부채라도 그 실질부담이 늘어나므로 소비를 억제하게 될 것이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지나친 부동산 편중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방법은 부동산을 팔거나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동산을 팔아서 갈아타거나 금융자산을 단기간에 확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찾아보자.

주택연금의 적극적 활용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사망 시점까지 매월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현금흐름이 확보되므로 주택 보유에 따른 각종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주택연금 지급방식 중에 일부는 목돈으로, 일부는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어서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금융자산 중에서 일부를 달러자산으로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달러는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다. 미국은 자국의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달러를 추가로 찍어서 위기를 수습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위기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위기가 닥쳐도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한국 경제가 견실하게 잘 나가더라도 외풍(外風)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달러를 현금으로 들고 있든, 미국 국채를 매입하든, 아니면 달러로 다른 나라의 주식에 투자하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달러 베이스의 자산을 늘려두는 것이 필요하다.

가격이 영원히 오르는 자산은 없다

태도의 측면에서는 하나의 자산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구조의 위험을 평소에 고려하면서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 그 자산이 아무리 좋더라도 영원할 수는 없다. 10년, 100년을 두고 보면 늘 오르는 자산이라도 일시적으로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이 때 견뎌내지 못하는 자산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시장에서 패배자가 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한번 크게 패배하면 그것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의 자산에 집중도가 높을수록 자산을 분산하려는 노력은 더 절실해진다. 분산의 방향도 일국(一國)적 범주를 넘어서 한국 경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쪽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 사는 투자자들에겐 해외 투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도 주요 치료약 정도는 될 것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518호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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