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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역행하는 한국전력] 홍콩이 버린 석탄발전 떠안는다? 

 

글로벌 투자은행도 손 떼는 석탄 투자… “한전, 수렁에 빠지는 결과 초래할 것” 지적

▎사진:© gettyimagesbank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석탄 중심’ 해외 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 석탄 생산을 위한 호주 광산 개발사업이 ‘탈석탄’ 움직임 속에 좌초했고,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 역시 위기에 몰렸다. 특히 베트남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비용이 낮아지고 있어 석탄화력발전소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인도네시아로 향했던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 수익성 역시 현재 가치가 ‘마이너스(-)’라는 평가다. 한전이 석탄 투자를 계속하는 한 해외 투자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탈석탄 움직임’에도 투자 강행하는 한전

한전은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계획’에서 2019년 영업손실 2조4000억원, 당기순손실 1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부터 8000억원 넘게 투입해 온 호주 바이롱 광산 개발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막대한 손실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한전이 추진한 바이롱 사업은 총사업비 11억2800만 달러(1조304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석탄 개발사업으로 토지 매입과 개발에만 7억 달러(8095억원) 넘는 돈이 들어갔다. 호주 계획위원회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피해에 우려가 있어 개발 허가를 발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이롱 광산 개발사업 무산은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탈석탄 움직임과 관련 깊다. 국제금융시장은 기후 변화와 관련한 투자 기준에서 석탄을 기후 위기 주요 원인으로 인식하고 투자 중단에 나서고 있다.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 참여를 선언한 연기금·정부기관·민간기업만 1000곳이 넘는다. 세계 2위 연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지난 2017년 3월 한전을 투자금지기업으로 지정한 것도 석탄 탓이다.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은 미국 외 모든 석탄보유기업에 대해서 투자를 철회했다.

석탄 활용 발전은 경제성도 떨어진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 비용이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 건설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 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호주 정부가 한전의 바이롱 광산 개발 사업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면서 “개발 승인은 석탄 생산량 증가만 초래할 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문제는 한전이 석탄 중심 해외 투자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 1월 10일 베트남 현지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 투자를 결정했다.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은 베트남 하띤성에 1200㎿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으로, 전체 사업 규모는 2조4000억원 수준이다. 한전은 2200억원을 투자해 홍콩 중화전력공사가(CLP) 지분 40% 인수를 정했다.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가 제안한 CLP 지분 인수를 받아들였다. 한전은 “국내 전력사업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 진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 및 수익추구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전의 이 같은 투자 확대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개발 사업에 나섰던 기존 사업자가 잇달아 투자 철회를 선언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실제 한전이 인수하기로 한 지분은 CLP가 탈석탄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철회한 투자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지원을 고려했던 싱가포르(OCBC)와 영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도 발을 뺐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붕앙-2 사업은 2007년부터 추진됐지만 환경오염 우려 등으로 12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그 사이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생산비용이 낮아지면서 사업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제성 하락에 공기 지연 우려도


CLP의 철수는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시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예측한 결과다.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지난 6월 발표한 ‘베트남 전력시장 보고서’에서 “2020년이면 신규 발전 기준 태양광이 석탄화력보다 저렴해진다”고 분석했다. CLP는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내고 “석탄화력발전의 경쟁력 저하에 따라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콩이 접은 사업을 한전이 가져오는 셈이다. 한전은 발전소가 가동되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25년간 발전소 운영으로 9억4900만 달러 배당수익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향후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h당 72달러 수준인 석탄화력의 발전 단가는 오르고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가 공기 지연 없이 2024년 준공된다 해도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한 발전 단가는 1㎿h당 58달러(베트남 태양광 발전 기준)로 석탄화력의 발전단가(1㎿h당 약 80달러)의 7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베트남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 단가 하락에 따라 전력 생산 중심이 재생가능에너지로 넘어가고 있다. 베트남 산업통상부(MOIT)는 지난해 7월 ‘제7차 전력개발계획 이행 현황 보고서’에서 2019~2020년 석탄화력발전소 규모가 당초 예상(6900㎿)보다 64% 적은 2488㎿에 머물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투자는 대거 태양광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의 태양광에너지 발전 규모는 4500㎿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산업통상부가 제7차 전력개발계획에 담은 전망(2500㎿)보다 80%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의 공기 지연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이미 베트남 현지에서 추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은 대부분 공기 지연을 겪고 있다. 특히 외부 사업자가 프로젝트 수주로 2020년 이후 준공을 예정한 건설·운영·양도(BOT)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공기 지연 상태에 빠졌다.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는 한전과 미쓰비시 등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을 마친 후 운영을 통해 자본금을 회수하는 BOT 방식이다.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2020년 이후 준공이 예정된 베트남 BOT 화력발전소 14곳 모두에 공기 지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 기준 최소 2년의 공기 지연 전망이 나왔다.

베트남 현지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공기 지연 가능성을 키운다.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각 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면서 “제7차 전력개발계획에 포함된 석탄화력발전소라도 예외가 없어 전체적인 공기 지연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기 지연은 그 자체로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투자 회수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악재다. 시장조사업체 마켓포스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단가가 빠르게 저렴해지는 상황에서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상태”라며 “건설 지연까지 겹치고 있는데 따라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석탄 투자 검토


한전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불안한 석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은 사업 규모 3조5000억원의 인도네시아 자와(JAWA)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한전은 인도네시아전력청과 인도네시아 석유화학기업 바리토퍼시픽 등과 함께 2000㎿급(1000㎿급 2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사업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지분 구조는 인도네시아전력청이 51% 바리토퍼시픽이 34%다. 한전은 600억원을 들여 지분 15%를 획득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600억원 투자의 위험성이 크다는 데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내고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수익성을 ‘현재 가치 손실(-)’로 평가했다. 한전과 같은 공공기관은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을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KDI는 한전이 사업비를 과소 계상해 사업을 계속할 경우 총 투자비가 증가해 약 883만 달러(약 102억원)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해외 투자자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탈석탄을 선언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금융 지원 철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전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전이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지분 인수 과정에서 바리토퍼시픽과 합작해 만든 사업 시행 특수목적법인의 자금조달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KDI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상업은행이 금융 지원을 거두면 해당 자금을 한전이 충당케 돼 있어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확대로 돌아서야”

사업 지연 가능성도 크다. 인도네시아 현지 주민들은 자와 9·10호기 건설 반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와 9·10호기가 들어서는 반텐주 자바섬 서부 칠레곤 지역 주민들은 지난 8월 두산중공업에 대한 금융 제공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가기후환경회의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한전이 해외 석탄 투자를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성환 의원은 “탈석탄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기후 위기로 인해 사양 산업에 접어든 석탄화력 사업은 사업의 정당성도 없을뿐더러, 이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한전을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결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전의 해외 석탄 투자 손실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신혜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한전이 투자를 결정하면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적금융기관이 금융 지원에 나선다”면서 “위험한 투자에 국민의 돈이 쓰이는 것으로, 한전은 석탄발전 투자를 멈추고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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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호 (202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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