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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과에도 현안 산적한 SK그룹] 업황 사이클 대비, 신사업모델 만들기 분주 

 

LG화학과 특허소송에 희비 엇갈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은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

▎1월 2일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신년회에서 직원들이 '행복경영'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 사진:SK그룹
올해도 최태원 SK 회장의 신년사는 없었다. 대신 SK그룹의 신년회는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데 무게를 뒀다. 최 회장이 신년사를 전달한 것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2018년에는 신년사를 TED 형식의 프리젠테이션으로 대신했다. 2019년에는 계열사 대표들과 대담 후 뒤 마무리 발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SK그룹은 계열사마다 사업 환경이 다른 만큼 주요 계열사 수장들의 목표도 각양각색이다. 우선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장동현 사장은 올해도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사회적 가치 관점의 투자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한편, 실질적인 구성원의 행복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주회사인 SK㈜의 2019년 연결 실적은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9년 매출액은 2018년 보다 소폭 줄어들겠지만 100조원 선을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연결 영업이익 역시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인 4조6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SK㈜의 진짜 실적은 개별 실적에서 드러난다.

업황에 좌우되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의 개별 실적 기준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는 각각 3조2000억원, 1조6000억원이다. 2018년에 기록한 매출액 2조6724억원, 영업이익 1조609억원 대비 각각 20%, 50%나 늘었다. 2017년에 비해서는 매출액은 25%, 영업이익은 84% 성장했다. 장동현 사장이 성과 측면에서는 올해도 지속되도록 하자고 강조할 수 있었던 이유다. SK㈜는 올해 SK바이오팜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투자 회수를 통한 현금흐름의 선순환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의 첫 번째 화두는 기업가치가 7조2586억원으로 추산되는 SK바이오팜의 상장”이라며 “이후에도 SK실트론, SK팜테코의 투자 회수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그룹 내 주요 다른 계열사들은 온도 차이가 난다. 사회적 가치나 구성원의 행복을 강조한 SK㈜와 달리 성과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하이닉스다. 업황 등락에 희비가 갈리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시장 침체 속에 실적이 급락했다. SK하이닉스의 2019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9000억원에 그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20조8000억원, 2017년에는 1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90% 가까운 추락이다. 이 때문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신년사에서 원가경쟁력 확보를 가장 중요하게 제시했다. 이 사장은 10나노급 3세대 D램과 128단 낸드플래시 본격 생산, 생산성과 수율 향상, 원가 개선 방안을 강조하며 전략 시장 확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정유·화학 업종의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도 비슷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 매출 대부분은 석유사업에서 나오기 때문에 업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9년 3분기말 기준 SK이노베이션 매출의 71%는 석유사업 몫이다. 반면 정유 업종 실적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은 지난해 계속해서 축소됐다. 2019년 4분기 한국 정유사의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7달러로, 앞서 3분기 7.2달러 보다 줄었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신년사에서 원가경쟁력을 강조하기 보다는 ‘새로운 10년의 항해를 위한 토대를 다지자’고 강조했다.

새로운 먹을거리 찾아야할 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SK이노베이션은 그룹 내 정유·화학 중간지주사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정유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도화 설비에 투자하고 화학 업종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입장이 다르다. 고도화율은 원유 정제 처리 규모 대비 고도화 설비 규모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으면 동일한 원유를 투입했을 때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2019년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고도화율은 29% 수준으로 현대오일뱅크(40.6%), GS칼텍스(34.3%), 에쓰오일(33.8%) 등 국내 4대 정유업체 가운데 가장 낮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고도화율 높이기에 주력하는 대신 전기차 배터리 투자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매출이 연 17조원 내외에서 정체된 상태로 영업이익률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상용화됐고 올해는 5G 단독 규격(SA·Standalone) 상용화가 예정돼 있지만 SK텔레콤의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에게는 기존 경쟁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이 강조되고 있다.

SK바이오팜 상장 | 장동현 - SK㈜ 대표이사 사장


SK㈜를 이끌고 있는 장동현(57) 대표가 올해 마주할 과제는 투자로 귀결된다. SK㈜는 국내 지주사 가운데 찾아보기 어려운 투자형 지주회사다. 국내 지주회사 대부분이 자회사로부터 나오는 배당금과 브랜드사용료 등에 기대고 있지만 SK㈜는 투자와 회수를 통해 독자적인 현금흐름 창출에 성과를 내고 있다.

장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투자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를 가를 시험대는 2020년 상반기 중으로 예상되는 SK바이오팜 상장이다. 상반기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이 성공적으로 상장된다면 시가총액은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SK㈜는 SK바이오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의 성공적인 상장 가능성에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 2017년부터 SK㈜를 이끌고 있는 장 대표가 계속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SK㈜가 지난 2017년 투자했던 글로벌 물류회사 ESR은 2 년 만인 2019년 11월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성과를 냈다. 2년간 ESR의 기업 가치는 두 배 늘었다.

SK그룹 내에서는 투자 과정과 성과 측면에서 장 대표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다. 1991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한 뒤 SK텔레콤과 SK플래닛 등을 거치며 재무담당 임원과 경영기획실장, 전략기획실장, 마케팅부문장, 최고운영책임자 등을 두루 경험한 그는 시야가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와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친화력도 갖추었다.

올해 장 대표의 투자 행보에는 한 가지 요소가 추가될 예정이다. 장 대표가 직접 언급한 사회적 가치 관점의 투자 프로세스 강화다. SK㈜는 이미 지난해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투자대상 선별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 관점에서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체크리스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LG화학과 소송전 결말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 사장


SK그룹의 정유·화학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을 지휘하고 있는 김준(59) 대표의 올해 행보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분야는 배터리와 소재 사업이다. 김 대표가 제시한 3대 방향의 하나인 그린밸런스2030의 핵심 사업에는 배터리와 소재 사업이 포함돼 있다. 김 대표는 사내 뉴스채널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와 소재 사업에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에도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1조원 수준의 추가 투자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룹 차원에서도 김 대표에게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2019년 12월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김 사장은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에너지·화학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김 대표는 최근 그린밸런스2030 실행력 강화 측면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 차원의 최고경영자간 통합 조직인 ‘C레벨 팀’ 체제를 구축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양쪽 모두 그룹 내에서 경계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덧붙인 셈이다.

다만 배터리와 소재 사업에서 LG화학과 소송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위기이자 기회로 꼽힌다. 그에게는 중요한 시험대인 셈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도 2019년 7월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11월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이 나타난다며 ITC에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했다. 현재는 양측 모두 조기패소 판결이 나올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2월 초로 예상되는 ITC의 결정에서 조기패소 기각 판결이 나오면 양측의 희비는 6월 예비판정에서 갈릴 전망이다. 2022년 양산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미국 조지아 1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향후 수년을 좌우할 판결이 될 전망이다.

D램 의존도 탈출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이석희(55) SK하이닉스 대표는 반도체 업황 등락에도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을 지켜내기 위한 적임자로 꼽힌다. 그룹 내에서는 물론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로 통하는 이 대표는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하며 반도체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고 미국 인텔을 거쳐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로 재직하다 2013년 SK하이닉스에 영입됐다.

2014년에는 D램 개발사업부문장을 맡아 D램 미세공정 기술발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에는 사업총괄(COO) 사장에 오른 뒤 실질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총괄했고, 2018년에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대표는 올해 원가경쟁력 강화와 함께 전략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SK하이닉스의 매출이 D램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작용한다. SK하이닉스의 D램 의존도는 80%에 달하는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낸드플래시 비중은 20%에 그친다. D램 기준 SK하이닉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위지만 낸드플래시는 4~5위 수준에 그친다.

SK하이닉스도 상대적으로 고수익 품목인 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 비중을 늘리고 싶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세계 최초로 128단 4D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서는 등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선두 업체도 계속해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취약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실적을 내는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SK하이닉스는 2019년 일본에 연구개발센터를 마련하고 고부가가치 품목 비중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 재도전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은 올해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국내 1위 이동통신(MNO) 사업자인 동시에 SK브로드밴드, SK인포섹, ADT캡스, SK플래닛, SK하이닉스 등 다양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박정호(57) 대표가 올해 내놓은 전략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 방점이 찍힌다. SK텔레콤 산하 계열사가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에 포진한 만큼 이들을 활용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ICT 업계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올해 주목해야할 포인트로는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꼽힌다. 박 대표는 2019년에도 연내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SK그룹은 지난해 말 박 대표를 연임시키면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다시 떠올랐다.

박 대표는 1월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소비자가전쇼(CES)에서 SK텔레콤의 사명 변경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밝혔다. 또 연내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자회사 두 곳의 상장 목표를 내놓았다. 상장을 통해 유입될 현금흐름은 SK텔레콤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1989년 선경에 입사하면서 SK그룹과 인연을 맺은 박 대표는 이후 SK텔레콤과 SK C&C, SK㈜ 등에서 요직을 거치며 ICT 산업에 깊은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텔레콤 사업개발실에 근무하면서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고, SK C&C 대표를 맡을 때는 사업구조 혁신 성과를 인정받았다. 장동현 SK㈜ 대표와 호흡도 좋다. 2015년에는 박 대표가 SK㈜ 대표를, 장 대표는 SK텔레콤 대표를 맡았고 2017년 서로 자리를 바꿨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20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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