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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INNOMATE(4) 스파크랩스 | 글로벌 네트워크로 스타트업 한류 일으킨다] “한국은 가장 힙(hip)한 나라, 세계 무대 뛸 창업자 발굴” 

 

해외 네트워크, 130명 멘토단이 초기 스타트업 성장 지원… 한국의 와이콤비네이터 지향, 박찬호도 파트너로 합류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는 글로벌 역량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에 세계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K팝을 세계화한 BTS, 전 세계 영화판을 휩쓴 기생충뿐이랴. ‘먹방’은 글로벌 표준어로 자리 잡았고, K뷰티는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음식 배달 앱서비스는 전 세계로 전파됐다. 온라인 플랫폼이 국경·언어의 장벽을 허문 덕에 한국의 문화 경쟁력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류 열풍은 한국 기업의 세계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4조8000억원 가치로 해외에 매각됐고, 미미박스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반도에서만 뛰던 스타트업의 무대가 세계 시장으로 넓어진 것이다. 소프트뱅 크벤처스·요즈마펀드 등 주요 벤처캐피탈(VC)이 한국에 아시아 본부를 둔 것도 한국 스타트업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어서다.

글로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AC) 스파크랩스도 해외 시장에서 통할 한국적 콘텐트·기술·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스파크랩스는 재미교포인 김호민·버나드 문·이한주 공동대표가 2012년 설립했다. 한국의 와이콤비네이터(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글로벌 엑셀러레이터)를 지향하고 있다. 설립 후 초반에는 주로 시드 투자 등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했다. 현재는 시드 단계 전문운용사 스파크랩스글로벌벤처스, 후기 단계 전문운용사 스파크랩스캐피탈, 벤처펀드 운용사 스파크랩스벤처스 등 단계별로 투자그룹을 운영 중이다. 147개의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에 성공한 결과다.

스파크랩스는 미국·중국·대만·홍콩·호주·오만 등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및 투자사 연합 ‘GAN’(Global Accelerator Network)의 회원사로, 스파크랩스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GAN의 교육·네트워크·투자유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파크랩스가 집중하는 분야는 인터넷·모바일·온라인 게임·e커머스·디지털 미디어·헬스케어·핀테크 등 ‘스타트업 한류’를 이끌 수 있는 업종이다. 스파크랩스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조직 역량을 집중한다. 우선 피 투자사에 4~6명의 국내외 멘토를 지정한다. 멘토단은 사물인터넷(IoT)·모바일·온라인 게임·e커머스 등 분야에서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로, 스타트업의 사업화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 첫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선수가 스파크랩스의 파트너로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개월의 엑셀러레이팅 과정이 끝나면 갖게 되는 데모데이는 스파크랩스 프로그램의 백미다. 데모데이는 국내외 투자사와 기업인들이 참여하며, 추가 투자나 대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 지난 6월과 12월 각각 2000명이 참석해 글로벌 최대 규모로 열렸다.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와 만나 스타트업 한류의 가능성과 최근 동향 등을 물었다. 그는 “한국은 유수의 대기업이 있고, 문화적으로 가장 힙(hip)한 나라”라며 “세계적인 정보통신(IT) 인프라를 갖춰 좋은 스타트업이 나올 토양이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세계적 IT 인프라는 좋은 스타트업 나올 토양”


스파크랩스는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이한주·버나드 문 대표와 한국의 와이콤비네이터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설립 전에는 한국 경제가 재벌 위주의 생태계라 비관적인 생각도 했다. 연대보증 문제 등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리 잡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1000만명의 서울 인구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에서 기회를 봤다. 삼성·현대·LG 등 제조업 기반도 탄탄하다. 넥슨이 신규 게임을 출시하면 디즈니가 보러올 정도로 한국은 세계적인 국가다.”

다른 AC와 차별점이 있나.

“싸이월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세계적으로는 꽃 피우지 못했다. 한국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언어 장벽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해 성장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선 한국에서 될만한 회사를 골라 해외 진출을 돕는 게 목표다.”

어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나.

“현재 130명의 멘토가 있는데, 한국인이 아닌 사람도 많으며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 한국은 싸이월드나 네이버 지식인처럼 글로벌 트렌드 세터의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도 한국에 큰 관심을 갖는다. 클라우드 서버 등 기술 인프라도 좋아졌다. 국경을 넘어설 환경이 구축됐다. 타다 운영사 VCNC처럼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도 많이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회사는.

“미미박스다. 2012년만 해도 K뷰티가 이렇게 성장할지 몰랐다. 한국 화장품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로 나아가자는 스파크랩의 취지에 가장 잘 맞는 회사였다.”

현재 투자 현황과 성과는.

“현재까지 147개사에 투자했다. 기업당 6만~7만 달러를 투자해 5~6%의 지분을 확보한다. 이후 엑설레레이팅을 통해 해외 진출을 돕는다. 1년에 두 차례 데모데이를 열어 우리가 육성한 스타트업을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선보인다. 와이콤비네이터가 만든 모델이다. AC는 후속 투자율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까지 65%의 기업이 데모데이 뒤 20억~2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후속 투자액은 5500억이다. 이전 기수까지 138개 회사의 기업가치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엑시트 사례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에듀테크 기업 ‘노리’와 미국 탭조이에 인수된 모바일 분석 기업 ‘파이브락스’가 있다. 2020년에도 엑시트가 활발할 것이다. 엑시트의 꽃인 상장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투자한 ‘미미박스’,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제노플랜’ 등은 현지 상장을 바라보고 있다. 원티드도 해외에서 잘 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지표 분석 등에서 냉정하다. 해외 매출이 중요한 이유다.”

미국·일본 등 글로벌 증시 상장 목표

최근 창업 트렌드는 무엇인가.

“인공지능(AI)이 e커머스부터 모든 기업,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고 있다. 앞으로 AI가 중심이 될 것이다. 이제는 데이터가 석유보다 비싼 시대다. 원유를 정제해 가솔린·항공유 등을 만드는 것처럼 데이터도 머신러닝으로 정제해 AI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밸류를 만드는 데 천착하고 있다. 모든 회사가 매출보다 데이터 소유권에 더 집착하고 있다.”

한국은 데이터 발생량이 적지 않나.

“빈익빈 부익부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공룡이 커지는 데 대한 걱정은 있다. 다만 최근 트렌드는 심장박동 등 특정 분야에 데이터와 AI를 특화하는 것이다.”

적합한 데이터를 모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AI 회사는 크게 데이터를 모으거나, 생성하거나, 분석하는 등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일단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게 최고라는 분위기다. 게임이나 e커머스처럼 회사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거나, 이를 시각화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도구가 있는 회사가 주목받는다. 데이터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아직 어떤 함의를 담은 데이터인지는 몰라도 무조건 많이 모아두면 좋은 포지션에 설 수 있다.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도 AI 엔진이나 데이터 유무 여부가 가격을 좌우한다. 데이터의 양으로 회사를 줄 세우고, 양질의 데이터가 있다면 관심을 갖는다.”

아직 기술이 실체화되지 않은 것은 블록체인도 마찬가지 아닌가.

“블록체인 기술은 확실히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분명한 킬러애플리케이션이 나오지 않았다. 최초엔 송금 분야에서 쓰일 것으로 봤는데, 블록체인의 컴퓨팅 파워를 생각하지 않고 접근해 한계를 노출했다.”

글로벌 VC의 투자 트렌드는.

“높은 기술력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가 몰린다. 특허를 몇 개 보유했나보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까에 포커스를 맞춘 기업이 더욱 매력적이다. 실행력을 갖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팀이냐가 중요하다.”

자금 필요 없는 1등급 회사에 투자하는 게 실력

투자풀이 너무 좁아지는 것 아닌가.

“자금이 필요 없는 기업에 하는 게 투자다. 잘 되는 회사에는 돈이 몰린다. 사실 투자 받을 자격이 없는 회사에도 돈이 몰리는 왜곡된 현상도 나타난다. 잘하는, 잘 되는 기업은 옥석을 가려가며 투자를 받을 것이며, 투자자로선 내가 돈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자연스레 옥석이 가려진다. 학생의 질은 대학이나 교수가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1등급이 돼 선순환하는 것이 목표다.”

좋은 기업은 어떻게 발굴하나.

“발품밖에 답이 없다. 학연·지연부터 창업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나가 열심히 접하고 찾아봐야 한다. 창업자가 문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열정적으로 풀 수 있는가를 먼저 본다. 열정이 있다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한다. 창업자의 능력보다는 인성을 더욱 중요하게 본다. 배우려는 마음가짐과 사명감이 중요하다. 투자를 받지 않아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스타트업은.

“다들 한국에 관심이 많고,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대기업과 접점을 찾으려고 한다. 중국은 너무 크고 광활해 엄두가 안 나고, 일본은 폐쇄적이고 늙었다는 인식이 있다. 한국은 산업 인프라가 잘 닦였고, 인구도 적지 않으며, 아시아 문화를 주도한다. 아시아 시장의 접점으로 한국을 떠올리는 이유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이 유명한 것은 기술력과 유대인 네트워크, 마케팅 등 삼박자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이 있지만 언어와 네트워크, 마케팅이 약하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20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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