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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INNOMATE(4) 스파크랩스와 함께 뛰는 스타트업 3인방] 만고불변의 고민에 기술·문화 표준 제시 

 

센트비·원티드·인스턴트타투… 송금·일자리·패션 등 글로벌 공통 과제 해결

▎스파크랩스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창기부터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이복기 원티드 대표 (왼쪽부터)·김남숙 인스턴트타투 대표·최성욱 센트비 대표.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20세기 말 세계화 열풍과 급진적 경제 성장, 인터넷 혁명은 전 세계를 한 시공간에 몰아넣었다. 이제 헐리우드 영화에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고, 유튜브는 전 세계인의 놀이터로 발전했다. 세계인은 비슷한 문화를 향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e커머스·배달앱·클라우드 등 서비스가 세계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세계 각지 기업이 경쟁자가 됐지만, 언제든 세계 시장을 노릴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진 셈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스타트업 세 곳을 만났다. 센트비·원티드·인스턴트타투가 그 주인공이다.

‘센트비’는 송금 체제의 혁신적 변화를 지향하는 핀테크 회사다. 국가 간 송금은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폐쇄형 사업이다. 그동안 은행의 독점 구조 속에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고, 소비자에게 과도한 수수료가 부과됐다. 센트비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다른 나라의 파트너사에 자금을 직접 보내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로 120만원을 송금할 때 은행을 이용하면 6만원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이를 최대 2500원 수준으로 인하했다.

‘원티드’는 구직·채용 패러다임의 변화를 지향한다. 고용 시장은 기업·구직자 모두에게 있어 일종의 레몬마켓이다. 기업으로서는 어떤 사람이 양질의 인재인지 알기 어렵고, 구직자는 기업의 연봉·복지 등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원티드는 지인 추천을 통해 고용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낮추고, 채용에 따른 비용을 추천인에게 나누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인스턴트타투’는 세계적인 타투 열풍에 더욱 주목받는 회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 되면서 자기표현 욕구는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타투는 자신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인스턴트타투는 조잡한 일회용 타투 스티커가 아닌, 체온과 압력만으로 진짜 타투 같은 효과를 내는 제품을 생산한다. 여러 디자이너가 타투 디자인을 제안할 수 있는 공생 플랫폼도 구축했다.

김유경 기자(이하 사회자):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최성욱 대표(이하 최성욱): 외환중개회사에서 근무하다 창업했다. 해외 송금 수수료는 일종의 고정비라 1억원을 보내든 10만원을 보내든 비용은 비슷하다. 또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에게는 송금할 수 없고, 느리고 불편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이복기 대표(이하 이복기): 컨설팅 회사에서 정보통신(IT) 기업경영컨설팅·신사업·해외진출 전략 업무를 6년 가량 했다. 세상에 많은 문제가 있는데 내가 풀 수 있는 것은 없나 비이성적 판단으로 퇴사했다. 기업을 운영하며 구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지인 소개로 채용 문제를 해결하자고 판단했다.

김남숙 대표(이하 김남숙): P&G에서 10년간 마케팅을 했다. 훌륭한 회사지만 19세기 브랜딩·제품·커뮤니케이션에 머물고 있었다. 시장 조사 과정에서 타투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글로벌 시장, 신체와 관련한 비즈니스, 상생 생태계를 담은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사회자: 타투는 이미 대형 브랜드가 뛰어들지 않았나.

김남숙: 나이키·아디다스는 요가·필라테스 시장을 공략했지만 결국 룰루레몬이란 피트니스 브랜드가 장악했다. 언더아머도 팀플레이 스포츠에 천착한 나이키·아디다스와 달리 개인 운동에 집중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사회자: 왜 해외진출을 꿈꾸나.

최성욱: 환전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싱가포르에 진출할 때 스파크랩스가 현지 파트너를 많이 소개해줬고,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현재 핀테크 산업은 영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는 현재 센트비 정도 규모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외국인 근로자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간거래(B2B)로 확장하는 게 차별점이다.

이복기: 일자리는 인류 보편적 사업이다. 내가 가진 문제의식에 공감한 해외 파트너가 현지 실정에 맞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해외진출의 열쇠다. 창업 1년차 때 일본 BNP파리바 영업총괄이 우리 사업에 관심을 가져 함께 일본 사업을 개시했다.

사회자: 링크드인과 비슷한 모델 아닌가.

이복기: 최초에는 IT 개발자·디자이너·마케터 등 디지털 인재를 기업과 이어주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는 다양한 직군과 프리랜서를 소개하고 있다. 원티드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직장인의 진화를 돕고 있다. 링크드인은 소극적 구직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사람을 찾지만, 원티드는 모든 유형의 사람을 추천해 선의의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보상 모델이다.

김남숙: 좋은 브랜드가 하나의 마켓에 갇혀있기엔 아깝다. 무조건 많은 나라에서 활동해야 한다. 한국·일본 등 동북아시아는 사회적 이유로 타투를 못하고, 동남아시아·중동 등지는 종교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 서구권은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나라별 상황에 맞추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사업 전환은 기존 서플라이체인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저항은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시장의 기존 기업과 상생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이복기: 헤드헌터 커뮤니티에서 원티드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사업이 잘되겠다고 판단했다. 기존 시장과 법률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과제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여도 공룡이 장악하고 있는 영역을 차지하긴 어렵다. 여러 서비스로 나눠서 고객 경험을 늘려나가야 한다.

최성욱: 매일 전쟁이며, 앞으로도 계속 부딪힐 것이다. 모 대형 은행은 센트비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계좌를 없애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어디까지 내주고 손을 잡을지 판단해야 한다. 기존 금융권이 모두 적은 아니며 회사별로 협력하는 경우도 많다. 서로 손을 잡고 있지만, 칼을 들고 있기도 하다.

김남숙: 한 대기업 계열 콘텐트 회사가 우리 투자설명회를 듣고 똑같은 타투 스티커를 출시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흔한 일이다. 그 회사는 강력한 채널과 브랜드, 인플루언서 풀을 갖추고 있지만 최상의 소비자 경험을 주지 못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을 따라 한다고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다.

사회자: 각자 지향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최성욱: 국가를 기차역에 비유하면 센트비는 돈이 다니는 철로를 놓는 회사다. 전 세계 막대한 자금이 국경을 넘나드는데 그 통로를 뚫고 싶다. 은행과 신용카드사는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쓰면 수수료 면제나 환율 우대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대 정책이다. 소비자가 환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이런 장사가 가능하다.

사회자: 음성적이지만 이미 유사한 서비스가 있지 않나.

최성욱: 불법적 요소가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이 싸고 빠르니 사용한다. 종종 사고가 발생한다. 센트비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투명해질 것이다.

이복기: 개인적으로 비전보다 미션에 몰입하는 편이다. 자기 커리어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성장의 경험과 행복감을 주고 싶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어떤 사람과 어떤 기업을 매칭했을 때 얼마큼 성공적 결과가 나오는지, 직장인의 행복이 기업 성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 내용을 제공할 것이다.

김남숙: 인스턴트타투의 묘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원하는 방향으로 표현하고, 원할 때 지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스타일난다’와 미국의 ‘글로세’ 등은 스스로를 뷰티가 아닌, 테크 기업이라고 말한다. 패션이 테크와 얼마나 접목됐고, 얼마나 강력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는가, 소비자의 가치를 얼마나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브랜드 자체가 플랫폼이 된다. K뷰티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돼지코팩·마약배게 등 제품만 있을 뿐 새로 생긴 회사나 브랜드는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에 테크가 접목된 뷰티 패션 기업을 만들고 싶다.

사회자: 매출이 늘고 있는데, 투자를 받는 이유가 있나.

이복기: 해외 진출 등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다. 투자 받으면 돈뿐만 아니라 투자사의 네트워크가 함께 들어온다. 그래서 투자받을 때 전략적으로 받았다.

최성욱: 핀테크와 송금은 글로벌 네트워크 싸움이기 때문에 파트너십보다는 큰 회사의 일원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 페이팔은 여전히 수조 원 대 인수를 계속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핀테크 회사에 모조리 돈을 뿌려놓았다. 이런 구조 안에 있어야 우리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다.

사회자: 다들 데스밸리는 어떻게 넘었나.

이복기: (회사가) 응급실에 몇 번이나 실려 갔다. 최초에는 돈이 도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업이 실제 채용 여부를 알려주지 않기 시작했고, 돈도 안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가 채용 플랫폼이 되면 우량 고객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전략적으로 인내했다. 2016년부터서 자금이 정상적으로 돌기 시작했다.

최성욱: 우리 회사도 산소호흡기를 여러 번 꼈다. 암호화폐 열풍이 꺼지며 벤처캐피탈(VC)의 투자가 좌절되기도 했다. 금융회사로 분류돼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업계 전체가 허덕인 적도 있다. 회사 문을 닫기 전까지 위기는 끝난 게 아니다.

김남숙: 잘 될 때까지 무조건 버티고 있다. 현재 제품 판매로 시장을 검증하고 제대로 된 수치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소 자원으로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혁신성을 키우기 위해 여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게 정부 지원금은 또 다른 규제를 낳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또 사회적 편견에 갇혀 지원에 미온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여러 지원사업이 유망한 스타트업에 흘러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지원금은 써봤을까.


김남숙: 여러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모두 낙방했다. 그 노력을 비즈니스에 투입하기로 했다. 좋은 엑셀러레이터 투자를 받았음에도 정부 사업에서 낙방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타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복기: 창업하고 가장 먼저 맥북부터 샀다. 그런데 맥북은 정부지원금을 못 받게 돼 있어서 당황했다. 이 때문에 PC방에서 작업하기도 했다. 액티브X를 설치해야 하고, 꼭 지정된 문서로만 작업해야 한다. 소명·관리할 것도 많아 정부지원금을 피하는 편이다. 벤처 업계에 돈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민간에 더 많이 위임해야 한다. 정부가 지나치게 깊이 개입하면 심사에 현실성이 떨어질 것이다. 또 정책의 지향점이 유니콘 탄생이라면 공정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사회자: 정책적으론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 아닌가.

이복기: 국가적으로 창업을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은 긍정적 효과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앞으로는 어떻게 스케일업 하느냐가 관건이다.

최성욱: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을 더 키워줄 정책이 필요하다. 투자와 역량의 집중,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하나의 기업이 크게 성장하는 게 100개 기업이 생기는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영속적으로 만들 수 있다.

김남숙: 신용이 없는 작은 회사는 대출 받기가 어려워 대부분 지분 투자를 받는다. 창업자에게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 일정 수준 성장한 기업은 추가 성장 단계에서 장벽에 막힌다. 당대에 10대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 옵션을 다양화해 기업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성욱: 국내 은행들은 금융회사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의 핀테크 회사 투자 제한이 풀렸지만, 투자 손실에 대한 면책 조항이 없으면 투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정감사나 행정부 리더십 교체 등 정치적 리스크 때문인 듯하다.

사회자: 창업 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나.

김남숙: 태어나서 여성이라고 차별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창업한 최근 1년은 비주류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VC는 대부분 남자라 남성적 발상으로 비즈니스에 접근한다. 네트워크가 없으면 투자자를 만날 기회도 없다.

최성욱: 대학 등 출신에 따른 차별은 해외가 훨씬 더 심하다. 어떤 인맥과 네트워크가 작용하는지 감지할 수 없을 정도다. 다만 비주류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류 사회의 의무감은 있다. 한국은 주류의 의무감이 없다. 장애인·새터민 등 이름을 정해놓고 정부가 해결하길 바랄 뿐 이다.

사회자: 각자의 다음 스텝을 알려 달라.

최성욱: B2B에 더욱 주력할 것이다. 스케일을 키우는 게 1차 숙제다. 기업은 회계장부에 원화로 표기해야 하므로 환율은 항상 골치 아픈 문제다. 송장이 있는 거래는 무제한 저렴하게 제공하는 등 환율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처리할 것이다.

이복기: 이직은 회사에 대한 배신이 아니다. 충성심은 조직 내 평가의 중요한 잣대지만, 누군가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일자리 전환은 얼마든, 언제든 기회가 있어야 하며 기업과 직원 모두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된다.

김남숙: 디지털 네이티브 크로스보더 비즈니스를 구축할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일본·싱가포르 마케팅을 다 종합해 운영하고 물류센터에서 바로 제품을 발송하는 개념이다. 이 시스템이 잘 구축돼야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20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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