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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甲의 확장 막 오르다] 네이버리피케이션·카카오드 ‘산업 포식자’ 된 IT 공룡들 

 

정부 이중잣대 속 유통·모빌리티 넘어 금융까지… 독점 깰 혁신 생태계 조성 필요

▎경기도 성남시의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 사진 : 네이버
2017년 미국에서 ‘아마존드(Amazon’d·아마존화)’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 부문을 넘어 오프라인 상점·클라우드서비스·영화·음악·방송 분야에 진출해 시장을 순식간에 집어삼키자 등장한 포비아적 용어다. 비슷한 시기 ‘세상이 아마존화 된다’는 ‘아마조니피케이션(Amazonification)’이란 말도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언론과 각종 경영 전문서적들은 ‘Don’t get amazon’d(아마존화 되지 말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다양한 솔루션을 내놨다. ‘다른 비즈니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라.’ ‘신기술을 접목해라.’ ‘현재 비즈니스를 비판적으로 돌이켜 봐라.’ 등.

그러나 이미 막대한 자본과 수많은 사용자 네트워크, 방대한 물류망으로 무장한 아마존의 압력에서 벗어나기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조언이다. 아마존은 화물 수송기와 컨테이너선 등에 투자하는 등 이미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 앞 선택은 종속 또는 포기


▎카카오 판교오피스 내부 모습.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는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하고 사업을 확장 중이다. / 사진:김유경 기자
이는 비단 아마존만의 얘기는 아니다. 세계 검색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구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모바일 메신저를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 아이폰으로 iOS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 소프트웨어·클라우드의 강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각 분야에서 독점 기업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존 기업·자영업자에게 선택권은 이들 플랫폼에 종속되든가, 아니면 사업을 포기하든가 둘 뿐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갑(甲)’ 세상이 열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디지털 갑’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로 시작해 e커머스·예약·클라우드 등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는 모빌리티·페이·금융 서비스를 정복 중이다. 이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은 선점 및 네트워크 효과다.

PC를 처음 켤 때 윈도 화면이 뜨듯 네이버는 인터넷 초기 화면을 차지했다. 아침에 조간신문을 읽고 퇴근하고 돌아와 9시 뉴스를 시청하던 사용자들이 PC·모바일에서 네이버를 찾게 만들었다. 포털 사이트는 뉴스와 정보의 검색 창이자 사람을 사귀며 취미를 즐기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여러 서비스(form)를 다양한 사용자 요구와 접목(plat)하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네이버 검색 무기로 e커머스 장악력 키워


카카오 역시 플랫폼이다. 모바일 소통 창구로서 모든 사용자를 자사 서비스에 가두었다. 온라인상 업무 소통이나 가족 간 대화, 친구끼리의 잡담은 모두 카카오톡을 거친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사용시간은 220억 분(지난해 8월 기준)으로 네이버 이용 시간 170억 분보다도 많다. 한 사람이 한 달에 440분, 하루에 15분가량 사용하는 셈이다. 생일 선물로 커피 쿠폰을 주고받는 모습은 카카오톡이 불러온 일상의 변화다.

이들은 디지털 영향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스마트폰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듯, 회사 내에 여러 소규모 비즈니스를 얹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을 시작으로 모바일메신저 ’라인’, AI 플랫폼 ‘클로바’, 번역 서비스 ‘파파고’, 웹브라우저 ‘웨일’, 지도 ‘네이버맵’, 스트리밍 플랫폼 ‘V라이브’, 만화 서비스 ‘네이버웹툰’, 콘텐트 비즈니스 플랫폼 ‘시리즈’, 증강현실(AR) 카메라 ‘스노우’, 커뮤니티 플랫폼 ‘밴드’, ‘오디오 콘텐트 플랫폼’ 등을 주요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 페이’와 클라우드·스마트 스토어·예약·쇼핑 등의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네이버파이낸셜’이란 독립 법인을 출범해 금융업 진출도 꾀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e커머스다. 상품의 판매상을 입점시키는 방식이 아닌, 검색을 통해 쿠팡·티켓몬스터·위메이크프라이스·G마켓·11번가·옥션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파는 제품을 가격순으로 나열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와이즈앱과 와이즈리테일은 네이버의 지난해 온라인 서비스 결재액을 20조9249억원으로 추정했다. 국내 e커머스 기업 중 가장 많다. 2위 쿠팡(17조771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웹툰 등 서비스 결제액도 포함된 금액이지만, 네이버의 e커머스 시장 지배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네이버 매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신세계·롯데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e커머스에 진출해도 네이버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현재는 생태계를 키우는 건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네이버가 독점력을 갖기 시작하면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네이버쇼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쇼핑 플랫폼 장악은 곧 결제 서비스와 쇼핑광고 시장 진출로 이어진다.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해 사용자를 늘려나가는 한편 쇼핑몰 상위 노출 서비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쇼핑검색광고의 성장으로 비즈니스플랫폼 부문 매출이 746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4%, 네이버페이가 포함된 IT플랫폼 매출이 13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9% 급성장했다.

카카오 역시 사업을 폭넓게 늘려가고 있다. 그 중심축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 더보기를 누르면 카카오의 중점 추진 사업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빌리티 서비스 ‘카카오T’와 음악 서비스 ‘멜론’, 웹툰·웹소설을 모은 ‘카카오페이지’, 게임 플랫폼 ‘카카오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을 통해 은행·결제·송금·투자·보험 같은 금융서비스를 아우르고 있고, 쇼핑과 선물 등 e커머스, 주문·예약 등 서비스로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메일’ 서비스, ‘비즈니스 플랫폼’ 등 B2B 영역으로도 업무를 넓히고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총 92개로 SK그룹(121개)에 이어 전체 대기업 중 두 번째로 많다.

카카오T 택시회사 쇼핑, 카카오뱅크는 회원 1000만 돌파


이중 카카오가 차세대 먹거리로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는 모빌리티다. 택시와 대리기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는 택시 면허를 활용해야 한다’는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안 발표 뒤 진화택시·중일산업·경서운수 등 법인택시를 인수했다. 더불어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와 택시 호출 기능을 갖춘 ‘스마트호출’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은 2017년 163억원, 2018년 536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초기 투자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영업적자는 이어지고 있으나 시장 주도권을 잡은 뒤로는 큰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금융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뱅크의 시장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3년 만에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1월 17일 한국투자금융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16%를 추가 매입해 33.53%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더불어 카카오는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 지으며 증권업 진출에 성공했다. 이미 카카오페이를 통해 보험·증권 등 금융 상품을 판매하며 사용자 기반을 늘려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여신 순증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카카오뱅크가 현재 취급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 등 집단대출을 빼면 여신 시장에서 순증 1위”라며 “2020년 상장으로 증자가 실현되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금융 산업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빠르게 다른 시장을 잠식할 수 있게 된 것은 방대한 사용자 기반이다. 네이버는 1월 3일 기준 검색 점유율이 57.09%(인터넷트렌드 조사)에 달한다. 지난 2~3년 새 구글이 약진하며 70%의 벽이 무너졌지만, 영향력은 여전하다. 카카오톡의 모바일메신저 사용 비중도 95%에 달한다.

네이버·카카오 서비스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뉴스·블로그·포스트 등 여러 정보 검색 서비스의 목표는 사용자를 네이버 생태계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카페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도 이 일환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광고·쇼핑 등 수익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다만 사용자를 늘릴 목적에 가짜 뉴스 등 부실 정보를 거르지 않거나 불량 제품의 유통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네이버는 단지 플랫폼으로서 모든 정보·상품을 중개할 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생태계에 제한을 두기 시작하면 공정성 공방 등 논란이 커지는 한편, 사용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판단이다.

실제 2018년 네이버 프로그램 다운로드 플랫폼을 통해 악성 암호화폐 채굴 프로그램이 설치된 동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이 유통되면서 적지 않은 기업들이 피해를 본 바 있다. 이에 네이버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며 네이버 역시 피해자”라는 입장을 전했다. 검색어 조작이나 바이럴 마케팅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여론 왜곡 및 소비자 판단에 착오를 줄 가능성이 있다. 김공회 경상대학교 교수(경제학과)는 “온라인 플랫폼은 사용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콘텐트에 별다른 통제를 두지 않으며, 관여할 이유가 없다”며 “이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아니면 말고’ 식의 콘텐트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점력 무기로 가격·서비스 결정권 확보


카카오톡 역시 마찬가지다. 카카오톡은 오픈 채팅방을 통해 누구라도 자유롭게 채팅방을 개설해 공통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성매매나 불법 의약품 판매, 주가조작 방이 우후죽순 생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마스크 도매상 대상의 사기행각도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이런 불법 행위와 디지털 생태계 오염을 방치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카카오대리 사용자가 대리기사로부터 성폭행·성추행을 당하거나 사고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안심귀가’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결국 말뿐인 홍보에 그쳤다.

사용자로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시장을 네이버·카카오가 독점하고 있어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실정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기존 산업을 해체하며 진입하는 한편, 경쟁 플랫폼을 인수·합병(M&A)하거나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상대를 고사시켜 생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을 독점하면 가격 결정권과 서비스 품질, 거래 방식 등을 플랫폼 기업이 결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플랫폼을 장악할 때까지 발생한 ‘의도적 적자’를 요금 인상으로 벌충한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7월 모바일 광고료를 평균 30% 인상했다. 높은 시장지배력을 무기로 가격을 대폭 올렸음에도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또 네이버는 상품을 검색하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나 네이버 페이 등 자사 서비스에 등록된 상품을 먼저 노출하는 식으로 e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역시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카오T는 택시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2018년 10월 요금 수납을 자사가 하는 방식으로 은근슬쩍 규정을 바꿨다. 그간 택시법인·개인사업자에게 바로 지급되던 요금을 일단 카카오모빌리티가 수납해 택시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수수료를 받겠다는 포석이지만, 택시 회사들은 저항하기 어려운 처지다. 사용자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네이버·카카오는 고객 응대 게시판만을 운영할 뿐, 소통 창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네이버·카카오의 등장은 소비자 편의를 높이고,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로부터 한국 시장을 지킨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과 거래 방식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 등장 이후 의류 판매의 오프라인 점유율이 2012년 88.2%에서 2019년 77.9%로 떨어졌고, 로드샵·편집샵은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강남 상권 빌딩의 1층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e커머스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일부 기업에 몰아주면 혁신 안 생겨” 비판도


정부는 이런 IT 공룡들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육성에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에는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삼성 등 기존 대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막아왔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두고도 비판적이었지만,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앱끼워팔기 등 관행에는 관대한 입장이다. 또 카카오 모빌리티는 인정해준 데 비해 렌터카를 활용한 타다는 여객운수법·파견법·우편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막고 있다. 이중잣대인 셈이다.

정부로서는 여러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 새로운 규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기존 업체의 독과점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기존의 정책으로는 플랫폼 기업을 판단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태도는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아 혁신을 저해하고 시장 독점을 공고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인스타그램이 등장해 페이스북·트위터의 아성을 허물었듯 혁신 기업이 뛰놀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타다 논란처럼 새로운 기업이 등장할 때 이를 막는 장벽이 있으면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창업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구글의 등장으로 야후는 사라졌고, 페이스북·유튜브는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여러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의 지적을 모두가 곱씹어야 한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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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1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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