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네이버는 어떻게 포털 제왕 됐나] 뉴스·블로그·지식인 ‘폐쇄 생태계’로 사용자 ‘락인(Lock-in)’ 

 

동영상 등 콘텐트 사업 확대, AI 플랫폼 기업 지향… 수익배분·계약 등 갑질·횡포에 불만 터져
“우리는 (조작)한 적 없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로그인 한 사용자의 데이터 값을 모은 것이라 기계적 매크로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 투자책임자가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수많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의 결과값일 뿐, 네이버의 인위적 개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매년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다.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했는지, 특정 의도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네이버는 여론을 바꿀 힘이 있다. 이 힘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정치권의 질타를 받는다. 검색결과나 연관 검색어를 조작한다면 삼성·SK·현대자동차 같은 굴지 기업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이와 대해 여러 우려와 비판이 나오지만, 네이버는 꿈쩍하지 않는다. 실시간 검색어 자체가 대중을 네이버 페이지에 끌어들이기 위한 강력한 유인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항상 대중의 쏠림에 관심 갖기 마련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닷컴 열풍이 일기 시작하던 1999년 이해진 GIO가 설립한 1세대 포털사이트다. 다음·엠파스·야후·드림위즈·프리챌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2000년대 중반 1위 기업으로 치고 나갔다. 포털사이트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식인과 블로그 서비스다.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념을 도입했다.

당시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기 시작하며 교육·영화·음악·성인 등 분야의 수많은 사이트가 난립했고, 여러 사이트를 오갈 수 있는 중계기지 역할을 하는 포털사이트의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가 터미널로서 역할을 하려면 검색 엔진의 성능이 좋아야 함은 물론, 많은 사람이 몰리도록 커뮤니티 생태계를 조성해야 했다. 이 때문에 많은 포털사이트가 네트워크 효과를 노리고 채팅과 온라인 카페 등 개인 간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블로그·지식인으로 콘텐트·검색 기술 보완


이에 비해 네이버는 블로그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처럼 자신만의 콘텐트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사용자들은 경쟁적으로 볼거리·읽을거리를 생산하며 네이버 사용자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초기 포털사이트에는 많은 정보가 쌓이지 않아 검색되는 정보량이 많지 않았다. 단순 검색만으로는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네이버는 사용자들이 자연어로 정보를 묻고 답해 정보 검색의 정확성과 용이성을 높인 플랫폼 지식인을 선보였다. 내공이란 점수와 등급제를 도입해 사용자들의 흥미와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네이버가 1위 포털사이트로 올라서는 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네이버는 구글과는 달리 폐쇄형 생태계를 구축했다. 네이버는 경쟁 검색엔진에서 네이버 블로그, 지식인 등의 콘텐트를 검색이 안 되거나 크롤링하기 어렵게 설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다음 등에서는 네이버 블로그와 지식인 콘텐트가 잘 검색되지 않는다. 자사에 쌓인 콘텐트가 외부로 노출되면 사용자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만 검색해야 사용자 확대 및 광고 효과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티스토리·미디엄 등의 콘텐트는 네이버 안에서 잘 검색되지 않는다. 경쟁사의 콘텐트가 잘 유통되지 않도록 검색 주도권을 쥐고 있는 네이버가 인위적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콘텐트 생산자로서는 네이버 외에는 달리 선택할 플랫폼이 없는 셈이다. 네이버는 자사 생태계에서 생산, 유통되는 모든 콘텐트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마케팅 업계에선 네이버가 네이버 플랫폼의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블로그 바이럴 마케팅도 방치, 조장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네이버는 국내 포털사이트 업계에서 지배력이 커지자 ‘첫눈’ 등 경쟁사를 인수해 주도권을 유지했다. 첫눈은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국내 최고 개발진을 불러모아 2005년 설립한 인터넷 검색 전문기업이다. 검색 단어의 중복 정도를 분석해 정보를 추출하는 ‘스노우 랭크’ 기술로 구글도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네이버는 한때 전체 검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압도적 지배력은 일종의 사용자 습관을 만들어 냈다. 사용자들은 화면 상단의 검색바, 바로 아래 메일·블로그·카페 등 서비스, 중간에 뉴스와 분야별 콘텐트를 배치하는 네이버의 유저인터페이스(UI)에 길들여졌다. 네이버를 떠난 사용자들도 구글 등 경쟁 사이트의 UI가 손에 익지 않아 결국 네이버로 돌아오고 만다.

국가·단체·개인 무색무취 전략으로 사용자 확대


네이버는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면서 뛰어난 경영·관리 역량을 보여줬다. 플랫폼 생태계는 모든 사용자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정파적 성향을 띄거나 특정 국가·단체·개인에게 유리한 입장을 보여서는 안 된다. ‘디씨인사이드’나 ‘오늘의유머’ 등 사이트가 사용자가 많음에도 플랫폼으로 거듭나지 못한 것은 특정 이슈와 분야에 천착하고 있어서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통제,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네이버는 이런 색깔을 가진 커뮤니티 활동을 카페라는 틀에 가두고 전체 네이버는 중립성을 지향하며 생태계를 확장했다. 2000년대 초 검색 주도권을 잡은 한메일이 다음으로 이름을 바꾸며 e메일 유료화, 미디어다음 출범 등 자기 색깔을 드러낸 것과는 대조적 행보다.

데이비드 요피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국제경영학)는 [플랫폼 비즈니스: 디지털 경쟁, 혁신 및 힘의 시대 전략]에서 플랫폼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로 ‘사용자 및 파트너 신뢰 부족’ ‘부적절한 가격정책’ ‘자만심’ ‘시점 오판’ 등을 꼽았는데, 네이버는 이들 조건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밟았다.

네이버는 최근 갑질·횡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언론사·작가·블로거 등 네이버 생태계 구축에 기여한 콘텐트 제작자에 대한 이익 분배가 적거나 없으며, 이들에게는 교섭력이 없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계약서 상 네이버는 ‘갑’, 콘텐트 기여자들은 ‘을’이다. 뉴스와 관련한 네이버의 행보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뉴스 배열 문제부터 규정 위반 언론사에 대한 게재 중단, 전재료 등이 논란거리다. 정치인에 대한 비판 기사 배열을 뒤로 미루거나 연관 검색어 수정 여부도 단골 이슈다. 웹툰 작가들과의 불공정 계약, 상품 판매 수수료 등 비용 조건 결정에서 일방 행보, 블로그 콘텐트 검열 문제 등도 제기된다.

잠재됐던 불만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불붙었다. 유튜브는 콘텐트 생산자와 광고 수입을 나눈다. 유튜브 사용자가 늘어나며 월 수 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고소득 유튜버들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이에 네이버도 블로그·포스트 게시자에게 수익을 나누기 시작했지만 이미 한발 늦은 모습이다. 현재 블로그는 블로거들끼리 서로 클릭 수를 높여줘 광고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

사업 확대 더불어 공정위 이슈 이어질 듯

네이버가 최근 다양한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는 것도 기존 검색 중심 생태계에 의존했다가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색 플랫폼이 동영상으로 넘어가며,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e커머스를 중심으로 네이버페이·웹툰·V라이브 등 쇼핑·콘텐트 사업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해외시장 진출 5년 반 만에 북미 월간 사용자 수 1000만명을 넘기는 등 네이버 사이트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V라이브는 스타만들기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트를 꾸려나가며 빠르게 커지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6조59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사업 확장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동영상·e커머스·부동산 등 여러 분야에서 자사 서비스를 검색 상위에 노출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검색 포털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등 서비스를 부당하게 확장한 혐의로 제재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네이버가 금융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공정거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플랫폼으로서 장악력을 더욱 키울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0년대 세계 최고의 AI 연구기관으로 불렸던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현 네이버랩스)을 2017년 인수했고, 국내외 AI 연구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역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AI가 앞으로 보완적 언어로서 디지털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앞으로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이나 감정 등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맞는 검색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네이버의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경우 대화 시 몇 글자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메시지에 적합한 아이콘을 띄워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텍스트 자동완성 기능에서 한발 앞서나간 것이다.

무대는 세계시장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인이 그 첨병이다.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은 지난해 11월 합병을 발표한 상태로, 앞으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지향하는 바는 ‘세계를 리드하는 AI 테크 기업’이다. AI를 축으로 플랫폼을 확장해 미국·중국과 어깨를 견주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일차적으로는 두 회사의 페이·e커머스 부문을 묶어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나아가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도 영화·음악·쇼핑·결제 등 여러 콘텐트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수퍼앱’으로 성장을 노리고 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1521호 (2020.0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