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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종 쎄미시스코 대표] “초소형 전기차 시장 확장은 이제부터” 

 

성장 발목 잡아온 규제 해소 본격화…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 중

▎사진 : 전민규 기자
앞에서 뒤까지 전장이 세 걸음(2.8m)이면 족한 자동차가 있다. 2018년 쎄미시스코가 국내 중소기업 최초로 내놓은 초소형 전기자동차 D2 얘기다. 경차보다 80㎝ 작은 D2는 그러나 17.3㎾h 배터리를 장착, 1회 충전으로 150㎞를 달린다. 작은 차가 가진 힘이다. 같은 해 국내 완성차 업체가 출시한 준중형(4.47m) 전기차는 28㎾h 배터리 용량에도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191㎞였다.

크기가 작은 D2는 활용 가능성이 높다. 근거리 이동 수단으로써 공공 업무, 순찰, 배달 등 다양한 부문에 사용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향후 우편배달용 이륜차의 약 67%(1만여 대)를 초소형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정하고 2018년 D2 20대를 우선 구매했다. 지난해에는 쎄미시스코를 포함한 국내 중소기업으로부터 총 1000대의 초소형 전기차를 사들였다.

초소형 전기차 D2가 가진 친환경성 덕분에 기업의 관심도 크다. 풀무원의 신선음료 회사 풀무원녹즙은 친환경 추세에 맞춰 지난해 9월 D2 3대를 도입했다. 현재 일부 배달 지역에서 초소형 전기차를 활용한 녹즙 배달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에 렌터카를 공급하는 바로렌터카도 지난해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을 목표로 D2 30대를 들였다.

공공 기관과 대기업이 D2를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200여 대를 판매한데 이어 지난해 500대(보조금 미지급 차량 포함)를 넘어섰다. 쎄미시스코를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의 초소형 전기차 시장 진입도 빨라지고 있다. 2019년에만 3개 업체가 시장에 들어왔고 올해도 3곳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쎄미시스코는 올해가 초소형 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초소형 전기차의 성장을 막아 온 규제 해소 논의가 속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소형 전기차는 이제 막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이순종 쎄미시스코 대표를 만나 초소형 전기차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초소형 전기차 시장이 열렸다고 봐야 하나.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초소형 전기차는 2760대였다. 르노삼성이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내놓은 2017년 640대와 비교해 4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초소형 전기차는 아직 완전한 자동차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2018년 7월 자동차관리법 자동차 분류 체계에 초소형 자동차라는 문항이 신설됐을 뿐이다. 자동차 분류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매 허가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시장이 열렸다고 볼 수는 없는 상태다.”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규제가 여전한데.

“초소형 전기차는 시속 80㎞ 넘는 속도로 주행할 수 없고, 자동차 전용도로로도 진입할 수 없게 돼 있다. 2017년 안전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판매를 막았다가 판매를 허용하면서 우선 안전조치의 일환으로 해당 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자동차가 자동차 전용도로로 진입하지 못한다는 말은 시내 주행이 어렵다는 말과 같다. 서울시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물론 한강 다리 대부분을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하고 있다.”

공조장치가 없는 초소형 전기차도 있다. 안전한가.

“초소형 전기차가 처음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때의 얘기다. 올해부터 모든 초소형 전기차는 공조장치를 장착해야 하고 차문 유리를 비닐로 처리하는 세미도어를 사용할 수 없다. 차창에 김이 서려 생길 수 있는 안전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그럼에도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은 안 된다는 데 있다. 초소형 전기차에 한해 유예했던 충돌시험과 차세제어장치(ESC) 장착 관련 기준이 없다는 게 이유다. 유럽에서 초소형 전기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대조된다.”

안전기준 유예가 기업 입장에선 좋은 것 아닌가.

“충돌 시험 유예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 수단이 될 뿐이다. 안전 기준 유예를 이유로 초소형 전기차가 자동차로 인정받지 못하면 시장의 크기도 여기서 멈출 가능성이 크다. 당장 초소형 전기차는 공차중량 제한을 받고 있다. D2는 국내에 출시된 초소형 전기차 중에선 1회 충전으로 가장 먼 거리를 갈 수 있지만, 최근 나오고 있는 전기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초소형 전기차 주행거리가 무게 제한 규제에 걸려있는 동안 전기차는 2세대 3세대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규제는 여전한데 새로운 업체들의 진입은 늘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초소형 전기차에 주목하면서 규제 해소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들어 초소형 전기차 충돌 시험과 관련한 안전기준 도입을 검토를 본격화했다. 또 지난해 7월 초소형 전기차 규제자유특구가 지정되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의 성장기반이 다져지고 있다. 특히 규제자유특구에서는 초소형 전기차 진입금지 구역으로 분류했던 다리 위나 전용도로 운행을 허가한다. 규제 해소는 향후 시장을 키우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아직 개인 이동수단으로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 이동 수단으로써도 기능할 수 있지만, 기관이나 기업에 더 적합한 측면이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대표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해 집배원들의 안전을 지키고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도 최근 초소형 전기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차량이 작아 주차 공간을 아낄 수 있고 좁은 길의 이동도 편하다는 장점에서다. D2를 화물차 형태로 개발한 D2C를 출시하자 물류업체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장이 공공조달 등으로 한정돼 있다는 평가가 있다.

“해외 시장을 보고 있다. 유럽에서 초소형 전기차는 차량 공유 등 개인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럽 내 차량 공유 업체 쉐어앤고(Share’N Go)가 공유 차량으로 초소형 전기차 D2를 쓰고 있을 정도다. 특히 쉐어앤고(Share’N Go)의 공유 차량 D2는 우리 차 D2와 뼈대(프레임)가 같다. 이탈리아 완성차 업체 피아트가 설계하고 중국 전기차 업체 즈더우가 양산한 차량으로, 우리 차 역시 해당 차량의 프레임를 들여와 생산하고 있다. 차량 기술력을 더 고도화 해 빠른 시일 내 수출을 타진할 예정이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21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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