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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나비효과] 차이나 공장 멈추자 글로벌 경제 셧다운 

 

중국에 부품·원자재 의존하던 나라들 생산 마비 비명… 세계 경제 하락 우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자 생산을 멈춘 현대차 전주공장 내 트럭 생산시설. / 사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경제를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의 국제 정세 전문 온라인 매체인 지제로(GZERO) 미디어는 최근 “세계 경제가 박쥐(코로나19의 숙주로 의심받음)에 의해 나비 효과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는 카오스 이론에서 초기 값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나비 효과는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가 1972년에 한 강연의 제목을 ‘예측가능성-브라질에서 벌어진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라는 표현에서 비롯한 말이다. 흔히 사소한 사건이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여러 원인들이 모여 결과를 초래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제로 미디어는 2020년 2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모두 내포한다.

지제로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5분의 1, 석유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수출국가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경제가 재치기를 하면 세계경제는 그 충격으로 폐렴에 걸리게 된다는 의미다. 지제로는 현재 중국 경제가 몸살을 앓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2020년 2월 20일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서 발생했는데, 중국에서는 누적 기준 7만4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2100명 이상이 숨졌다.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634명이 발생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발생자 수 104명(1명 사망)인 대한민국, 94명(1명 사망)인 일본, 85명인 싱가포르, 67명인 홍콩, 35명인 태국, 24명인 대만, 22명인 말레이시아가 뒤를 잇고 있다.

중국과 관련해 더욱 중요한 것은 약 7억2000만 명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발목이 잡혀 있다는 사실이다. 입원한 확진자는 물론 방역을 위해 자가 격리 중인 사람, 타 지역으로 이동을 제한 받은 사람을 포함한 수치다. 이 많은 사람이 시장이나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살 수도,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생산 활동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할 수 있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셧 다운(shutdown·중지) 됐다는 의미다.

게다가 주목할 점은 코로나19의 대대적인 확산이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 중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설날에 대대적으로 귀향을 한다. 이는 도시에 나와 있는 농민공(농민 출신 생산업·서비스업 노동자)들이 명절을 쇠고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찾는 수준을 넘어선다. 중견기업 이상의 번듯한 정규직이 아닌 이상 중국의 노동자들은 이 기간을 이직을 위한 정보 수집용으로 활용한다. 서로 다른 지역이나 직장에서 일하다 고향에서 만난 친구·친척까지 수입과 근무조건·장래성·지역물가 등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다. 춘제는 중국에서 거대한 취업 장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춘제가 끝나면 중국의 고용 시장에서는 거대한 이동이 이뤄진다.

농민공·GDP 많은 중국 지역 통해 코로나19 확산


▎코로나19로 중국산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자 한국지엠(GM) 부평1공장 내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라인이 멈춰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올해는 춘제에 맞춰 귀향했던 중국의 농민공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새로운 직장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선 2월 20일까지 6만2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후베이 성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멈춰선 봉쇄 도시가 됐다. 더욱 문제는 중국 최대의 생산기지인 광둥(廣東)성에서 1332명, 후베이와 남쪽으로 닿은 허난(河南)성에서 1266명, 물류 중심지인 저장(浙江)성에서 1175명, 후베이와 북쪽으로 닿은 후난(湖南)성에서 1010명, 후베이와 서쪽으로 접한 안후이(安徽)성에서 987명의 확진자가 각각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후베이성과 지리적으로 가깝든지, 일자리와 사업 기회가 많은 생산·유통 중심지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이들 지역은 2018년 대한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통계로 중국에서 GDP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중국의 31개 지역별 GDP 순위는 광둥-장쑤(江蘇)-산둥(山東)-저장-허난-쓰촨(四川)-후베이-후난-허베이(河北)-푸젠(福建) 순이다.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5개 성이 중국의 10대 GDP 발생 지역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수도인 베이징(北京)에 395명, 대표적인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上海)에도 33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때문에 춘제를 맞아 후베이로 일시 귀향했던 농민공의 발이 묶인 것은 물론이고 중국을 대표하는 생산·물류 기지에 머물렀던 노동자들도 다른 지역으로 갈 길이 일시적으로 막힌 셈이다. 춘제를 쇠러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던 농민공도 일시적으로 고향에 주저 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춘제 연휴가 끝났음에도 귀향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전염병이 돌아 새 일자리를 정해 옮기기도 쉽지 않아 농민공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교통운수부를 인용해 3억 명으로 추정되는 귀향 농민공 가운데 16일까지 생산 현장으로 돌아온 사람은 3분의 1 수준인 1억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 2배인 2억 명 이상이 고향에 주저 않아 있는 상황이다. 교통편 마련도 어렵고, 탄다고 해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통제 때문에 일단 시기를 저울질하며 이동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사람 이동을 제한하고, 복귀하더라도 출발 지역에 따라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것이 있는 것도 농민공들이 현장 복귀를 망설이는 이유의 하나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전염병 방역과 경제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이 아무리 당 조직을 가동하고 선전·선동 공작을 펼치고, 중국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고 공장에 돌아오는 노동자들에게 당근을 제공한다고 해도 회복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경제는 수사가 아니고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중국 동포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동북지방이다. 헤이룽장(黑龍江)성 476명, 랴오닝(遼寧)성 121명, 지린(吉林)성 91명의 순으로 헤이룽장에 확진자가 몰렸다. 특이한 점은 확진자가 동북지방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헤이룽장 출신의 중국 동포는 한국에 정착하기가 비교적 우월한 편이라는 사실이다. 일제 때 영남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의 후손이 상당수여서 한국에 연고가 많은데다 억양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한국에서 생활하기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억양은 한국에서 육아나 가사 도우미, 또는 요양병원 보호사, 또는 음식점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호남 이주자가 많았던 랴오닝성 중국동포 커뮤니티와도 일맥상통한다. 현재 이들도 한국 이동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중국동포들의 경제 활동도 뻐걱거리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보안 요원이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 정문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직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최악의 바이러스 상태는 중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첫째 문제는 소비재다. 거대 시장을 보유한 중국은 세계적인 소비재 업체의 주요 고객이다. 강화된 검역, 상당수 지역의 폐쇄와 이동 제한으로 소비재 기업은 중국에서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제로 미디어에 따르면 애플의 경우 2월초 중국 전역에서 모든 판매점의 문을 닫았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애플의 세계 2위 시장이다. 사정은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는 갈수록 중국 의존도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중국 내 매장의 절반이 임시 휴점했다. 에스데로데 가게에는 진열품에 먼지만 끼고 있으며, 미국 업체인 하겐다스의 아이스크림 매출도 꽁꽁 얼어붙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중국·세계 경제 동반 하락”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가동을 멈춰 한산한 모습.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에 확산하면서 중국뿐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경제 활동이 삐걱거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석유 산업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로 석유 수입량을 하루 수십만 배럴까지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여행객이 현저히 줄면서 교통 분야 석유 수요가 줄어든 것은 물론 공장 가동과 물자 운송에 제동이 걸리면서 산업용·물류용 석유 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산유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으로 중국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이지리아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부터 낮춰야 하는 어두운 상황을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공장이 일제히 가동을 멈추거나 줄이면서 부품과 원자재를 이 나라에 의존하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경제에 마비 정상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영국 소재 완성차 업체 재규어는 다른 곳에서 대체하지 못한 중국산 주요 부품을 여행 가방에 담아서 항공편으로 실어오고 있다고 한다. 고통은 거대 물류 업체도 마찬가지다. DHL은 2월 초 이미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명을 질렀다. 해운업계라고 다르지 않다. 2월 들어서만 중국에서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는 해상 운송편이 30편 이상 취소됐다. 아예 화물선이 출항하지 않은 경우다. 적재 화물이 줄어든 상태에서 적자 운항에 들어간 선편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기편의 경우 텅 빈 배로 운송해야 한다.

지제로 미디어는 중국과 글로벌 경제 사이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우리의 스마트폰, 진공청소기는 물론 아이들의 게임용 콘솔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까지, 거시경제 수치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 경제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를 제시했다. 좋은 소식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중국의 매장과 공장, 그리고 여행길이 다시 열리면 모든 사람이 쇼핑하고, 일터에 복귀하며, 수출을 재개하면서 작은 경제 붐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서 상승 국면으로 방향만 바꿔도 상당히 뜨거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쁜 뉴스는 사태가 끝나고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이 언제일지 지금 상황으론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글로벌 경제 전망과 정량 분석 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를 인용해 코로나19 사태가 만일 팬데믹(대대적인 글로벌 확산)으로 간다면 전 세계에서 1조1000억 달러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2월 18일 보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바이러스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진다면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1.3% 떨어뜨리게 될 것이며, 이는 1조1000억 달러의 소득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순위 16위인 인도네시아 전체 GDP와 맞먹는 액수다. 글로벌 경제에서 인도네시아 한 나라만큼의 생산과 소득이 사라지는 셈이다. 소비와 여행 및 관광 산업 위축, 금융 활동 혼란과 투자 위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수치다.

이 업체는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 냉각효과가 이미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웃나라로도 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웃나라와 부품을 동아시아에 의존해온 세계 주요 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확산을 우려한 것이다. 애플은 바이러스 위기에 따라 중국산 아이폰 부품 공급이 일시적으로 제한되고 중국에서 소비가 극단적으로 위축되면서 올해 1/4분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완성차 업체 재규어 랜드로버 관계자는 바이러스 사태로 영국 공장에서 사용할 중국산 부품이 2월 말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재고 부품이 완전히 소진되고 공장 가동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불평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금까지의 바이러스 사태만으로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6%에서 2020년 5.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러스가 더욱 광범위하게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0.5%가 더 떨어져 4000억 달러가 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업체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원래 2.5%로 제시했으나 바이러스 사태가 중국 전역에서 심화하면서 수치를 2.3%로 낮췄다. 중국 바이러스 사태가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이란 이야기다. 이는 이미 전망이나 예상을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20년은 자칫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전염병 사태가 아니라 외환위기 같은 글로벌 경제 사태로 기억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23호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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