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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로 치닫는 ‘빅히트’ 몸값] 3조원에서 6조원으로 2배 ‘껑충’ 

 

“기업가치 부풀려졌다” 지적… 수익원 대부분이 BTS 팬덤에 의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가 지난 2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0년 상반기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상장 추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3조원대로 거론됐던 빅히트의 몸값은 주관사 선정 과정을 거치며 6조원대로 치솟았다. 기업 가치 6조원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최고액이다. 국내 3대 연예 기획사(SM·JYP·YG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한 뒤 3을 곱해도 6조원 몸값 빅히트에 못 미친다. 소속 가수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이 작용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BTS의 성공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빅히트만의 성장 가능성을 볼 때 6조원은 지나친 평가”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현재 6조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빅히트의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이 해외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제시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을 높인 덕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의 가치를 따질 때 사용하는 지표다. 특히 주관사들은 비교 기업 이익기준을 ‘개별기준’이 아닌 ‘연결기준’으로 도출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도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업종이 다른 기업이나 해외 기업을 비교 기업에 넣고 회계기준을 연결기준으로 잡는 것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빅히트 기업가치는 단 시간에 2배가 됐다”고 말했다.

성장세 가파르지만 ‘BTS 다음’ 안보여


빅히트의 빠른 성장이 기업가치 고평가의 바탕이 됐다. 빅히트는 BTS의 인기와 함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매출 924억원, 영업이익 32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42억원, 641억원으로 늘었다. BTS가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지난해는 더 빠르게 성장했다. BTS는 지난해 4월 발매한 앨범으로 미국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스타디움 투어로 전 세계 티켓 판매량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덕분에 빅히트는 지난해 매출 5879억원, 영업이익 97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빅히트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 빅히트 몸값은 3조원 수준으로 점쳐졌다. 지난해 영업이익 975억원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평균 PER인 35배를 곱하면 약 3조4000억원이라는 기업가치 추산이 가능해서다. 그러나 최근 선정된 주관사들은 빅히트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PER 62배를 적용해 6조원으로 평가했다. 6조원은 기존 업계 ‘빅3’인 JYP(약 7600억원)와 SM(약 7000억원), YG(약 5500억원)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것의 3배 수준이다. 대표적인 K콘텐트 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약 2조3500억원)도 압도한다.

빅히트에는 BTS가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이다. 지난해 8월 빅히트는 음악을 기반으로 공연·지적재산권(IP) 활용 콘텐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 밝혔지만, 모두 BTS에 기반을 두고 있다. BTS를 소재로 한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대표적이다. 빅히트는 BTS가 진행한 월드 투어와 공연 등을 담은 영화를 내놓고 있다. 빅히트가 오는 3월 선보일 예정인 한국어 교육 콘텐트에도 BTS가 있다. 빅히트는 ‘달려라 방탄’ 등 영상을 활용해 BTS가 자주 쓰는 표현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빅히트의 사업을 확장하는 중심에 BTS의 인기라는 전제가 필요한 셈이다.

BTS 상품이 ‘100% 성공’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있다. 예컨대 빅히트는 지난해 6월 게임으로 사업을 확장해 넷마블과 함께 BTS IP를 활용한 게임 ‘BTS 월드’를 선보였다. 출시 전 사전등록 소식만으로 당일 넷마블의 주가가 6%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BTS 월드는 출시 이후 3개월 만인 지난해 3분기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유저가 BTS 매니저가 되어 이들을 데뷔시키는 단순한 육성 게임에 그쳤다”면서 “BTS 팬들이 재미 삼아 한 번 접속할 수는 있겠으나 게임으로서 매력은 덜했던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빅히트 내에서 BTS의 ‘효자 역할’이 올해로 마지막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빅히트가 BTS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6월부터 수익배분 조건이 달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재계약 당시 빅히트는 BTS 멤버 전원의 ‘7년’ 재계약을 이끌었다. 그만큼 빅히트 측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룹 BTS의 수명이 늘어난 셈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앞으로는 ‘BTS가 버는 돈’을 회사가 과거 수준으로 가져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BTS 멤버가 순차적으로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것도 빅히트의 부담이다.

BTS 다음이 없다는 것도 기업가치 고평가 지적을 뒷받침한다. 실제 빅히트가 지난해 선보인 5인조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데뷔 초기 빅히트가 BTS 이후 6년 만에 공개한 ‘방탄소년단 동생’격으로 주목받는데 그쳤다. 빅히트 내부 관계자는 “TXT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빅히트는 비주얼디렉터 출신 민희진 전 SM 이사를 브랜드 총괄로 영입해 신인 걸그룹 양성에 나선 상태다. CJ ENM과 합작한 빌리프에서도 연내 다국적 보이그룹을 발표할 계획이다.

빅히트, 몸값 높여 사업 다각화 추진 복안

일각에선 빅히트 기업가치를 2조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6월 현대경제연구원은 BTS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며 기획사 빅히트의 기업 가치를 1조2800억~2조2800억원으로 평가했다. 한류 열기가 드라마나 영화보다 음악에 집중된 점, BTS의 팬층이 전 세계에 골고루 퍼져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였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JYP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400억원, 시가총액은 7600억원 수준”이라며 “빅히트의 영업이익이 JYP의 2배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JYP의 2배 수준인 약 2조원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빅히트는 기업가치 상향을 이끌고 있다. 상장 주관사 입찰 제안요청서를 외국계 증권사에 보내고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한 게 대표적이다. 빅히트는 상장으로 최대한 자금을 끌어와 BTS 이후의 빅히트를 준비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직원들에게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장 가능성을 일축했던 방시혁 빅히트 대표의 태도도 변했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는 지난 2월 4일 회사 설명회에서 “IP·영상 콘텐트 등 사업 다각화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다양한 사업 전개를 위해 투자재원 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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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4호 (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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