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증시 맥짚기] 코로나19 따라가는 주가 

 

주가지수 2250 앞에서 좌절… 투자자의 상상력은 온라인 비즈니스에 몰려

▎2018년11월 태국에서 열린 네이버 웹투니스트 데이 모습. / 사진 : 네이버
코로나19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두 번째 국면에 들어섰다. 상황이 이렇게 바뀐 건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월 19일 이전만해도 모두 합쳐 30명 정도에 지나지 않던 확진자 수가 하루에 200명 이상 늘어나는 형태로 바뀌면서 경제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해외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발병 초기 사스나 메르스 같이 피크에 이른 후 빠르게 안정될 거라 기대했지만 코로나19는 이미 8만명(2월 25일 기준) 가까운 확진자를 만들어냈다. 질병의 추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건데 8만명은 중국과 인접 국가의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다. 질병의 확산 규모가 커지면서 경제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질병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6.3%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2월 중순 이전과 이후, 경제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시장은 코로나19의 1차 영향을 비교적 잘 극복했다. 1차 영향은 실제 상황보다 심리적 영향에 좌우되는데, 과거 세 번이나 질병을 겪었기 때문에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할 수 있었다. 선진국 특히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안도감을 주었던 것도 질병의 영향력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2단계로 넘어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시장은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감안해 움직이게 됐는데 일본 경제성장률 급락은 이런 면에서 아주 안 좋은 신호였다. 질병이 올해 1분기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에서 공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코로나19의 영향이 증시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일반 상품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은 석유보다 반도체를 더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IT 소비가 줄어들면 반도체 수급에 대한 전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 지지부진 상태 벗어나지 못할 듯

코로나19의 영향이 2단계로 넘어감에 따라 이제는 각국의 경기 부양 대책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올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중국이 나섰다. 인민은행이 1 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20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해당 대출 금리를 기존 3.25%에서 3.15%로 10bp 인하했다. 이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0.10%포인트 내렸다. 우리나라도 추경을 포함해 세제지원과 금융부담 완화 등 각종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부양대책은 당장의 경기를 끌어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상황이 진정됐을 때 작동하는 억압 수요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질병 자체보다 질병으로 인한 경제 영향을 막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기대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주가는 일정 기간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질병으로 인해 내외 모두에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GDP는 중국의 GDP가 1% 둔화할 때마다 0.35%포인트씩 줄어든다. 이는 0.3%포인트의 영향을 받는 홍콩보다 높은 수치다. 중국 경제에 노출된 정도가 심하기 때문인데, 중국에 대한 수출이 우리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정도임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수치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 둔화가 겹쳐져 이전 세 번의 질병보다 악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선진국 주가가 높은 것도 부담이 된다. 선진국 시장은 지역적인 영향으로 발병 초기에만 약간 흔들렸을 뿐 이후 계속 상승했다. 그래서 지금은 가격 부담이 크게 생긴 상태인데 조그만 충격에도 주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이 대표적인데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화의 강도를 보여주는 달러화 인덱스가 100에 육박했다. 2월 한달 간 3% 가까이 절상된 결과다. 반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엔화는 3.5% 이상 절하됐다. 코로나19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퍼지고 일본의 4분기 성장률이 크게 하락한 때문인데 똑같은 안전자산이라도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시장에서 다른 대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에 우리 주식시장은 2250을 뚫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넘은 걸 계기로 우리도 상승세에 안착하기 위한 시도를 했던 것이다.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아무리 해외시장이 힘을 보태줘도 우리 내부 역량이 이를 받아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상태가 별로인 것을 투자자들은 상상력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MSCI지수 세부업종 중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업종이 있다. 전체 지수에서 10%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곳인데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 카드회사, IBM 등이 거기에 속해 있다. 이 업종에는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다른 업종보다 많다.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던 폐렴이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1월 7일 이후 해당 업종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람들의 활동과 소비가 온라인으로 몰릴 거란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웹툰과 게임 업종에 관심 기울여야

시간상의 문제일 뿐 우리 시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시장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마스크와 손소독제 기업 주가가 상승했는데 이는 1차적인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도 웹툰, 게임 등을 중심으로 2차 대응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2014년 2100억원 정도였다. 지금은 조 단위로 발전했다. 그것도 웹툰이라는 1차 시장의 규모만 추정해 그 정도이지 영화, 드라마, 캐릭터 상품 등 2차, 3차 시장까지 감안하면 규모가 더 커진다. 웹툰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 만화의 소비 형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단행본이나 잡지가 중심이었던 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에 의한 온라인으로 구독 형태가 바뀌면서 소비층이 늘었다. 그동안 청소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만화가 이제는 구독 연령이 높아지고 성별이 다양해졌다. 모바일 게임이 발달하면서 30~40대가 게임 소비의 중심으로 올라선 것과 비슷한 형태다. 지금 우리나라 웹툰이 본격적으로 산업화되는 단계임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성장성을 감안해 투자해 볼만하다.

또 하나는 게임이다. 2000년대초에 우리 온라인 게임이 세계를 석권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체 국면에서 빠져 있다. 그 동안 국내 게임업체들이 수 차례에 걸쳐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했지만 기획과 전략의 부재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도 꾸준히 우리 게임산업 규모가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24호 (2020.03.0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