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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 언제 볕들까] 경제성 떨어지고 환경훼손 논란에 3년째 제자리걸음 

 

전략 전환 나설 시점… 정부·기업 공조로 내수·수출 비전 세워야

▎충청북도 청풍호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태양은 1초당 17경3000조W(와트)의 천문학적 에너지를 지구에 쏟아낸다. 인류가 1초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 14조W보다 1만2300배 이상 많다. 태양 에너지의 70%는 땅과 바다·대기를 데워 대류 현상을 일으켜 풍력·조력·지열을 만든다. 태양열로 증발한 수분은 구름이 돼 비를 내려 수력발전으로도 사용된다. 수천만~수억 년 전 유기체의 산물인 석유·석탄·가스도 근원을 따져보면 햇빛의 힘으로 생겼다. 태양은 모든 에너지의 근원인 것이다.

인류가 태양광의 소산물인 2차에너지를 넘어 태양 자체를 자유롭게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분야의 혁명이 일어난다. 석유·석탄의 시대를 끝내면 환경오염이 크게 줄어들고 전기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태양광은 국가와 지역을 차별하지 않는다. 물론 입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금의 세계적 자원 불균형을 축소할 수도 있다. 중앙발전의 시대는 저물고 분산발전이 보편화 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은 4차산업혁명의 기반 인프라이기도 하다. 태양광으로 자가발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드론, 사물인터넷(IoT) 기기, 도심형 농장 등 스마트시티의 미래상은 태양광에 기반을 둔 스마트그리드의 토대 위에 세워진다. 세계 각국이 온갖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적으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며 에너지 믹스 전환에 나선 이유다.

당장은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해 시장에 부담


그러나 이상은 아름답지만 멀고, 현실은 괴롭지만 가깝다. 마찬가지로 태양광 비전도 여러 문제에 봉착했다. 현재로썬 화석 연료보다 발전단가가 비싸고, 기존 원자력·화력 발전소 셧다운에 따른 사회적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또 아직 발전 효율이 높지 않고, 시간과 기후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점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산 중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산사태 우려와 산림자원 훼손, 저수지·강 등지에 놓을 경우 수중 생태계 파괴 등도 논란거리다. 태양광 발전은 현재 여러 저항 속에 숨 고르기, 전략 전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태양광 발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2018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면서다. 기본계획은 가격이 저렴한 발전원 순서로 가동해 전력을 공급하는 ‘경제급전’ 방식에서 친환경 발전원을 먼저 가동하는 ‘환경급전’으로 바꾸었다. 기존엔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한 화력발전소를 먼저 가동해 전력 수요를 맞추고,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면 LNG-원전-신재생 등 낮은 가격순으로 발전소를 가동했다. 향후 발전 단가를 배제하고 신재생을 시작으로 탄소배출량 등 환경비용이 적은 발전원을 먼저 가동하는 것이 큰 방향이다.

구체적으로는 방사선 누출 위험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가능성이 있는 노후 원자력·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대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47.2GW를 추가 설치해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3020 계획’도 세웠다. 계획대로 발전소 설비를 조정하면 2030년 전원별 설비용량은 원전 16.6%, 석탄 31.6%로 낮아지고 신재생은 7.1%, 액화천연가스(LNG)는 38.6%로 늘어난다. 발전량 기준으로는 원전 23.9%, 석탄 36.1%, LNG 18.8%, 신재생 20%다.

그러나 이런 정부 계획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친환경 분산발전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10.9% 인상한다. 심야 전기요금을 올려 인상 폭을 최대한 억누를 계획이다. 또 8차 기본계획에서 배제된 온실가스 감축까지 고려하면 전기요금은 추가 인상될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경제·산업동향&이슈’ 창간호에서 기본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가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으로 2030년 발전비용이 5.5~9.4% 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 발전소 설치에 지나치게 많은 정부 예산을 쏟아붓게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LNG 발전의 경우도 정산비용을 현실화하는데 국고를 쓰게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기존 발전산업을 해체하는 한편 요금이 비싼 전력수급 체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0년 뒤 태양광 LCOE 84원, 원자력과 비슷


다만 태양광 발전은 초기 설치 비용이 많이 들지만, 태양은 발전원가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공해를 유발하지 않아 규모가 커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저렴해진다. 3㎾ 규모의 가정용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추려면 400만원가량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월 전기요금이 절반 이하로 낮아져 설치 후 10년이면 투자금을 모두 거두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세계에너지 전망 2018’ 보고서에 따르면 2012~17년 6년간 재생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은 크게 하락했다. LCOE(Levelized Cost Of Electricity)이란 초기자본투자비와 발전원가는 물론 원전·석탄·LNG·태양광·풍력 등 각 발전원의 환경오염·사고, 탄소 가격 등 외부효과를 고려한 생애주기별 추산 비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태양광 LCOE는 초기 투자비 감소로 약 65% 감소했다. 태양광의 2030년 세계 평균 LCOE는 2017년 대비 40% 낮은 ㎿h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태양광 발전 LCOE는 1㎾h당 121원(2018년 기준)으로 2005년 1144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2023년에는 100원 밑으로, 2030년에는 84원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예측한 원전의 2030년 LCOE 63.8~73.8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정부도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태양광 발전 설치를 유도하면서 정면 돌파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제도를 통해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을 태양광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REC란 500㎿ 이상의 발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정부 인증이며,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예컨대 친환경 발전 가중치가 1.5인 태양광 발전소가 의무 공급량인 2㎿h의 전력을 생산했다면 3㎿h의 친환경 발전을 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실제 생산량을 초과한 1㎿h의 REC는 다른 발전소에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REC 가중치가 0.5인 발전소가 2㎿h의 전력을 생산했다면 친환경 발전을 1㎿h만 한 것으로 인정한다. 부족한 1㎿h는 친환경 발전설비를 추가 설치하든가, REC를 사와야 한다.

정부는 또 한국형 ‘발전차액(FIT) 제도’를 도입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공급한 전력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고시한 전력거래가격보다 낮은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지원해준다. 지방자치단체들도 50% 안팎의 태양광 설비 지원금을 지급해 보급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원 제도 역시 대상이 대형 발전사업에 국한돼 있으며, REC의 대규모 저가 매도 등의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실행계획’을 확정해 공고하고 REC 제도의 경쟁입찰 방식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 올해부터 3년간 태양광에 4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무리한 추진에 최신 화력·원전 기술도 미아 신세


▎산지에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시설은 산림 훼손으로 인해 토사 유출 등을 일으킨다.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다른 환경 가치의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입지 선정 문제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일사량이 가장 큰 고려 조건인데 지역 주민들은 흉물스러우며, 교통 불편과 땅값 하락 등이 우려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산을 깎아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는데, 산림 훼손 문제를 야기하는 한편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로 설비가 휩쓸려가며 무용론이 제기됐다.

태양광 발전회사가 산 중턱에 발전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에 충청북도 음성군이 제동을 걸며 행정소송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법원은 “원고(발전사)들이 제시한 재해 방지대책들이 예상 재해를 제대로 방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쉽게 회복될 수 없는 환경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음성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안으로 제시됐던 저수지·댐 등 물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저수지·댐물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환경 훼손도 적고,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적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경관 악화와 수상 레저 활동 및 유람선 운항 방해, 어업권 축소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태양광 발전을 무리하게 추진해 반발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를 늘리기 위해 경제성을 부풀려 주민들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의 전기 판매 수익 일부가 지역 사회로 환원될 것을 기대했지만, 실제 경제성은 그에 못 미친 것이다. 한국은 산이 많아 햇빛을 받기 어려워 태양광 발전소의 가동률은 1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 같은 일방소통은 기존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한다. 정부가 기존 발전 산업 생태계에 출구전략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 산업 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원전의 경우 2014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로 APR+를 개발했는데, 정부가 신규 원전 도입에 난색을 보이면서 미아 신세가 됐다. APR+는 원전 설계의 핵심 코드와 계측 제어 설비 등 핵심 기술도 100% 국내 기술이다. 중력 등 자연력에 의해 냉각수를 끊임없이 공급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수출을 염두에 두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기준에 맞춰 표준설계 인가 심사까지 벌였다. APR+은 현재로써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을 계획이며, 수출도 요원한 실정이다.

석탄발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분진과 질소산화물(NOx)·황산화물(SOx) 등의 대기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석탄을 청정에너지 가스로 바꾸는 기술로, 충청남도 태안의 한국서부발전이 유일하게 보유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갈 길을 잃었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발전임에도 IGCC의 REC 가중치는 신재생 전력원 중 가장 낮은 0.25에 불과하다. 1000㎾의 전력을 생산하면 정부는 250㎾만을 친환경 발전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신에너지 정책에 용도폐기 수순을 밟다가 지난해부터 수소 분리·정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원전을 짓지 않아 시공 능력이 떨어지면 기술자도 사라지고, 기술자가 없어지면 산업도 죽고 만다”며 “64년간 명맥을 이어온 원전의 유산이 앞으로 5년만 지나도 세대가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시장 中 장악, 정부·기업 공조로 극복해야


이처럼 태양광 발전 확대는 기존 발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탈화력·탈원전은 두산중공업·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세계적 기업을 위험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이는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사실 태양광 발전에도 세계 시장에서 높은 기술 경쟁력과 시장장악력을 가진 국내기업들이 있다면 반발이 크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의 패권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피브이인포링크’가 조사한 태양광 모듈 생산량 순위를 보면 세계 10위 안에 9개가 중국 기업이다. 비중국계 기업은 3위인 한화큐셀이 유일하다. 중국은 중앙 정부의 보조금으로 싼값에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점령했다.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기술 수준도 한국이나 독일·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한국 시장도 장악했다. 글로벌 1위 기업인 중국 진코솔라는 올해 한국에서 400㎿ 규모의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올해 한국의 예상 태양광 설치량 2GW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 업체들이 이처럼 활개 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해서다. 태양광 발전은 초기 비용이 높은데, 국내 태양광 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져 발전소들은 태양광 모듈·패널 업체에 저가를 요구하고 있다. 가격 경쟁을 벌이다 보면 발전소들은 결국 중국산 제품을 찾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 한화큐셀의 입지도 공고하지 못하다. 태양광 발전 생태계도 흔들린다. 국내 웨이퍼 생산업체는 웅진에너지 한 곳뿐이고, 폴리실리콘 업체 한국폴리실리콘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OCI는 단가 문제로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와 현대중공업 자회사 현대에너지솔루션이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며 회복의 기운을 만들고 있다. 이에 국내 태양광 발전 관련 회사들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기대하는 눈치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지난 2월 21일 신재생에너지협회 좌담회에 참석해 “태양광 산업 확대로 국내 기업이 이득 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공조해서 위기를 돌파하려면 그 분(산업통상자원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도 “(지원을 언급하기) 매우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산업의 해외 진출 비전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신흥국들은 태양광으로 에너지 산업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초기 기술과 자본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본 소프트뱅크는 인도와 중동 지역에 대규모 태양광 농장 투자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엑슨모빌·영국 로열 더치 쉘·프랑스 토탈처럼 석유 메이저들이 초기 산유국들과 손잡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기술 고도화와 차별화, 그리고 수출 비전 없이는 국내 태양광 발전 산업도 확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발전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태양광산업을 고부가가치 위주로 재편한다면 국내 사업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현재 대기업 중심으로 미국 등지에 수출하고 있는데, 기술 경쟁력 높은 제품이 나온다면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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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5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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