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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국·내외 주식시장 뒤흔드는 코로나19 

 

감염병 때문이라면 곧 회복예상… 버블이 꺼지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악영향이 계속되고 있다. 2월 마지막 주에 전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는데 미국은 엿새 동안에 10% 넘게 떨어질 정도였다. 독일은 더 심했다. 2월 20일 이후 7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떨어져 13.8%나 하락했다. 대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높아졌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화 인덱스가 3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현재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 관련 자산이 그 무엇보다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1.26%까지 하락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 동안 미국 금리는 1.35%가 저점 역할을 했었는데 이 부근까지 내려간 경우가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2012년 7월이고, 또 한번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2016년 7월이다. 둘 다 대형 경제 이벤트가 발생해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던 시기다. 이번 금리 하락의 원인으로 코로나19를 꼽고 있는데 시장이 질병을 재정 위기나 브렉시트와 같은 수준의 악재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금리 하락이 심해지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채권 규모가 10조 달러에서 13조 달러로 늘었다. 그만큼 수익보다 안전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유럽에 있는 채권이 주요 적용 대상이다. 이래저래 코로나19는 2000년 이후 세 번 발생했던 질병들보다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도 가격이 상승했다. 현재 온스당 1650달러 부근으로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 비해 4% 넘게 상승했다.

코로나19로 경기 둔화가 예상되고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각국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먼저 우리 정부는 2월 28일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7조원의 재정, 9조원의 한국은행 및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을 합쳐 16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선제적 금융 지원액 4조원과 추가경정예산을 더하면 20조가 훨씬 넘는 돈이 쓰이게 된다. 미국은 금리 인하 카드를 다시 꺼냈다. 주가 하락이 심해지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필요하면 적절히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3월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basis point, 1bp=0.01%) 낮췄다.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통상 25bp씩 인하하는 관례를 깨고 한번에 50bp를 인하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경기 둔화 막으려는 각국 정부

문제는 효과다.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 질병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추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에 각각 6조와 11조 넘는 추경이 편성됐고 소비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활성화 대책도 동시에 시행됐다. 문제는 추경을 통해 경기 급랭을 막을 수는 있어도 둔화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실질지출 규모와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국내 경기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회복이 더 미뤄지고 반등 폭도 줄어들 걸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년 이후 5차례 추경으로 경제성장률이 약 0.1%p 상승하는데 그쳤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추경 때마다 평균 실질지출액이 6조원 정도됐는데 이번 추경이 과거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진행된다 해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경기 둔화에 미치는 영향은 추경보다 훨씬 크다. 지난해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올해 기저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과 IT를 중심으로 투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정이 비슷하다. 따라서 지난해 3분기에 저점을 찍고 돌아선 국내 경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약해져 두 번의 바닥을 만드는 더블 딥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 인하의 영향력도 약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금리 인하다. 세 번의 금리 인하로 6개월에 걸쳐 주가가 25% 가까이 상승했는데 이전에 비해 반응이 약했다. 2010년 1차 금융완화와 2013년 2차 금융완화 때 미국 주식시장은 2~3년에 걸쳐 각각 250%와 160% 상승했다. 이번은 25%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앞으로 연준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

반면 연준의 단기 유동성 공급 축소는 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다. 1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에서 연준은 매월 6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 매입을 6월까지만 시행하기로 정했다. 레포(repo, 환매조건부채권 매매)도 5월부터 축소할 방침인데 연준의 지급준비율 규모가 1조5000억 달러를 상회하면 4월 이전에도 축소가 가능하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국 주가 상승은 연준의 유동성 공급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올해 1월까지 3970억 달러의 유동성이 공급됐는데 이 가운데 2730억 달러가 헤지펀드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공급됐을 걸로 보인다.

코로나19의 단기 영향으로 봐야


지난 10년 사이 미국 시장이 세 번이나 단기에 급락한 적이 있다. 금융위기로 크게 떨어졌던 주가가 회복으로 돌아선 2011년과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린 2015년, 그리고 연준이 금리를 연속 인상한 2017년이 그에 해당한다. 세 번의 단기 급락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곧바로 회복됐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걸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전망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이번 하락은 코로나19라는 재료로 포장만 됐을 뿐 실상은 11년 동안 생긴 버블이 터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어떤 시각으로 하락을 보느냐에 따라 앞으로 전망이 달라진다. 만약 하락이 코로나19라는 재료 때문만이라면 머지 않아 회복이 시작될 것이다. 2월중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경기 둔화로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재료의 성격이 큰 만큼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 힘들어서다.

버블이 터지는 과정이라면 하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버블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하락이 마무리될 텐데 과거 버블 붕괴 때 주가가 고점에서 40% 이상 하락한 걸 보면 아직 마무리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 버블 조정이 주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지난 11년동안 나스닥이 여러 자산 중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실적이 어느 정도 뒷받침된데다 소속 기업들의 성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산이 가장 먼저 그것도 강하게 조정에 들어간다면 다른 자산도 순차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주식을 포함해 상당수 자산들이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오른 이유가 같은 이상 하락도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게 당연하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25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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