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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대하는 지도자의 태도] 비상 상황에서 진짜 리더십 판가름 난다 

 

대국민 소통, 정확한 판단, 현실적 해법 보여주는 혜안 갖췄나 알게 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월 19일 양쪽에 의료책임자들을 두고 코로나19에 대해 우왕좌왕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시간 20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확진자는 24만5000명을 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지도자들의 대응과 대국민 연설, 기자회견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각국의 특징과 지도자 개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지도자들이 비상 상황에서 어떻게 국민과 소통하고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과 소통에 나서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냉정하게 현실을 이야기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우왕좌왕하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코로나19 대응조치에 정치적인 의도를 숨기지 않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의 사례를 살펴보자.

프랑스 마크롱 | 외국인 혐오 경계, 국가 단결 강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코로나19 환자가 숨진 파리의 한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5일간 전 국민에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 마크롱은 이날 20여 분간의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전쟁 중이다. 보건전쟁이지만 분명히 전쟁”이라고 강조하고 국민에게 집에 머물고 침착할 것을 요청했다. 마크롱은 16일부터 15일 동안 이동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그 이유도 설명했다. 마크롱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모든 움직임을 제한해야 한다”며 “여러분은 의료 지원을 받으러 갈 수 있고 필요하면 일하러 갈 수도 있지만 길거리에서 친구들을 만나서는 안 된다”라고 이동 금지령의 내용을 세세하게 알렸다.

마크롱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민이 할 일과 정부가 할 일을 각각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정부 권고를 따르지 않고 계속 공원이나 바에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보호하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권고를 듣는 것은 자신과 공동체를 동시에 보호하는 일이라며 국민을 설득했다. 프랑스인의 지향하는 주요 가치인 연대를 강조했다.

정부가 할 일도 분명히 밝혔다. 마크롱은 전날 실시한 지방선거의 결선 투표를 6월 21일로 연기했으며 자신의 주요 공약인 연금 개편도 뒤로 미뤘다.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정책을 일단 연기하고 정부와 국민의 힘을 모으는 길을 선택했다. 정부의 조치를 따르지 않고 위반할 경우에는 처벌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국제방송인 TV5 등 프랑스 미디어에 생방송으로 중계된 마크롱의 연설은 위기 속에서 빛나는 설득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마크롱의 연설은 위기상황에서 지도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백미였다. 마크롱은 자신을 내세우지도, 공을 자랑하지도, 교만하지도, 성급하지도 않은 모습을 보였다.

독특한 점은 마크롱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봉쇄에 준하는 이동금지령을 발표하면서도 전염병 확산과 비상조치가 자칫 차별과 혐오를 일으킬 가능성도 우려했다. 글로벌시대에 민족주의를 경계했다. 자칫 발생할지도 모르는 외국인 혐오를 사전에 경고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선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경고나 다름 없다.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프랑스의 단결과 정체성 유지 의지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마크롱은 무엇보다 과학자들의 말을 듣고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중심의 과학적 대처를 강조하는 건 과학기술 문명시대에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지금은 바이러스에 맞서 과학적 방역을 할 때이지 정치나 자기 홍보를 할 때가 아니라는 뜻으로 읽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미생물이 감염성 질환의 원인임을 과학적 실험으로 증명한 ‘미생물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를 낳은 나라의 지도자답다는 느낌을 줬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3월 11일 베를린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냉정한 현실주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세계 인구의 60∼7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될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소개했다. 메르켈은 “현재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고 지적하며 “대응책은 의료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셈이다.

의료자원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방역을 위한 공공의 노력을 확대하는 등 의례적인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독일의 의료와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만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최악의 경우가 올 수도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의료 시스템이 견딜 수 있도록 대중이 위생에 신경 써 과부하로 인한 마비상황을 막으면서 기다리자고 호소한 셈이다.

독일 메르켈 | 경제 충격 대비 당부, 현실 대안 제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코로나19 대국민 연설 모습.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메르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서 독일의 역할과 EU 재정 조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전염병의 여파에 대응하는 데 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EU의 재정 조치는 독일이 있는 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EU 회원국은 경제적 충격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까지 지적했다. 침착하게 최악의 상황을 설명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발표하는 메르켈의 모습은 왜 그가 독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정치인이 됐는지를 잘 설명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3월 3일 코로나19와 관련해 대 국민 기자회견을 처음 열었다. 존슨 총리는 자신의 왼쪽에 크리스 위티 정부 수석의학관을, 오른쪽에 패트릭 발랜스 수석과학고문을 각각 대동하고 회견을 진행했다. 의학·과학을 앞세워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활용하겠다는 자세는 서구 지도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부분이다.

영국 총리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이를 즈음에는 영국 노동력의 5분의 1이 전염병으로 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바이러스가 더 많이 퍼지면 경찰이 가장 심각한 범죄만 우선적으로 다루고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CNBC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행정력을 ‘선택과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존슨은 이날 황당하게도 ‘집단 면역’을 코로나19 대처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 인구의 60%가 감염됐다 회복되면 집단 면역이 이뤄져 비감염자들에게도 백신을 접종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사이트에 따르면 집단 면역의 이론은 이렇다. 첫째,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 감염원이 유입되면 감염병이 빠르게 퍼진다. 둘째,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 다소 있는 상황에서는 감염원이 유입되면 면역력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감염병이 빠르게 퍼진다. 셋째, 다수가 면역력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감염원이 유입돼도 대부분 감염되지 않으며 면역력이 없는 사람까지도 감염되지 않을 수 있다. 존슨 총리는 이 ‘집단 면역’ 이론을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때까지 기다리면 전염병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난관적인 전망을 내왔다.

영국 존슨 | 무사안일 대처로 혼란 가중, 뒷북 수습 중

하지만 집단 면역은 통상 대중에게 독감을 비롯한 감염병의 예방접종을 설득할 때 강조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직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라 집단 면역을 얻으려면 오로지 감염돼 인체가 면역력을 얻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집단 면역으로 전염병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인체 집단 감염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며 인류는 아직 이런 방법을 시도한 적이 없다”며 “무엇보다 안전하다는 확증이 없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가 이렇게 나온 배경엔 영국이 자랑하는 무상의료 제도인 국가건강서비스(NHS)가 예산과 시설·인력 부족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영국 병원의 병상은 95%가 차있어 당장 대량 감염이 벌어지면 나머지 5%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어지간하면 구급차도 부르지 말고 병의원을 찾지도 말며, 집에서 스스로 자가격리하며 쉬면서 호전되기를 기다리라는 이야기다. 영국 무상의료제도의 현실을 고려해 안일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국민의 불안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에 희망을 주지도,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기는커녕 행정과 제도의 한계만 강조하며 무사안일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사태가 급박해지자 존슨 총리는 3월 16일 회견에서 자세를 완전히 바꿨다. 그는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과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여행도 중지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으며 “펍(영국 전통 선술지)과 클럽, 극장, 기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조치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그의 말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BBC는 존슨 총리의 대국민 당부에도 많은 영국인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펍과 식당을 찾아 시내가 붐비는 모습을 보이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존슨 총리가 이날 영국의 비상대책회의인 ‘코브라(Cabinet Office Briefing Rooms)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 대응책을 논의했다. 코브라는 내각의 상황실인데 국가안보를 비롯한 비상사태를 당하면 긴급회의를 여는 장소로 활용돼왔다. 백악관의 상황실이나 한국 국가안보실과 같은 개념이다. 느긋하던 존슨 총리가 3월 16일에야 코로나19를 비로소 국가안보 비상사태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존슨은 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다 이날부터 매일 전문가를 데리고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염병에 대응하는 지도자로서 존슨의 이미지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타이밍을 놓친 셈이다.

과학·의학을 앞세운 방법론은 옳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평가다. 영국 정부는 그제야 부랴부랴 호텔을 구입하거나 빌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임시병동으로 쓰기로 했다. 이전까지 기존의 병상에 맞춰 환자 입원을 제한하려고 했던 영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탈리아처럼 이미 은퇴해 연금 생활을 하는 의료진까지 호출해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존슨 총리는 이날 롤스로이스·포드·혼다를 비롯해 영국 내에 생산기지가 있는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60여개 제조사에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필수 의료장비 제작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병상을 비롯한 의료 비품 생산도 독려하기도 했다. 더타임스는 제조업체를 비롯한 존슨의 이런 호소가 과거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전투기 엔진을 비롯한 군용 장비 제작을 민간 제조업체에 대거 주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풀이했다. 전시에 준하는 비상조치에 들어간 셈이다. 영국에서 의료장비는 군수물자에 준하는 지위에 올랐다.

미국 트럼프 | 정치 싸움에 한눈 파느라 헛발질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9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존슨 총리가 자세를 급선회하면서 영국 정부는 그제서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비상조치에 속도를 냈다. 수도 런던은 지하철 역을 40곳을 폐쇄하고 지하철과 교외로 연결하는 철도, 그리고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을 대폭 축소 운영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수도 런던에 가게와 식당, 술집의 문을 강제로 닫게 하고 주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런던 보호계획’의 준비에도 들어갔다. 런던은 영국 전체 확진자와 사망자의 3분의 1이 발생했다. 이미 19일부터 북부 캄덴 타운을 비롯한 런던 시내에는 군 병력이 순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의 선반은 급속히 비어갔다. 비상용 식료품과 생필품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매장 입구에서 카트를 들고 줄을 서있는 모습도 보였다. 런던은 봉쇄 준비에 들어갔으며 존슨 총리의 대국민 연설은 무사안일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범유행)을 선언한 11일 유럽국가로부터 미국으로의 여행을 30일간 금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금지했지만 유럽은 중국을 비롯한 특정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막지 못해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기존 주장을 옹호하는 데 주력한 셈이다. 국경에 장벽을 쌓아 불법 이민을 막듯이, 유럽으로부터의 입국을 무조건 막아 방역을 하겠다는 트럼프의 조치는 전 세계에 실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는 11월 재선을 위한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자신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국의 방역을 주도해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방역 실패와 책임 논란으로 이어져 트럼프에게 정치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코로나19가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하며 연방정부 차원의 조치를 머뭇거리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난도 받을 수밖에 없다.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조언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대응하다 방역 실패로 이어졌다는 비난도 나온다. 미국 프로농구인 NBA는 선수 중에 확진자가 나오자 모든 경기를 중단했으며, 골프 경기도 중지했다. 수도 워싱턴을 비롯한 여러 곳에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트럼프는 그런 상태에서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자 비로소 등장해 자신의 선거 유세인지, 국민을 위한 방역대책인지 구분이 안 가는 행동을 한 셈이다.

트럼프의 실망스러운 행동은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위기 앞에 국제사회 유일 강대국인 미국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따논 당상 같았던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하는 악몽이 점차 가시화하는 것을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의 이런 초조함이 전 국민에게 1000달러 수표를 돌리겠다는 포퓰리즘적인 정책 발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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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7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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