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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질병은 심리적 영향, 주식시장 좌우 못해 

 

국내외서 경기·주식시장 대책 나올 듯… 주가 반등 감안해야

▎사진:© gettyimagesbank
‘공포는 쇠붙이도 녹인다.’

투자의 세계에서 사람들이 집단 공포에 휩싸였을 때 어떤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오는지 간명하게 설명한 격언이다. 3월 중순까지 미국 주식시장이 그런 형태였다. 다우지수가 하루 10% 넘게 하락해 고점 대비 32% 떨어지더니 가격이 싸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음날은 반대로 10%가 오르는 등 종잡을 수 없었다. 대세 상승을 할 때에도 미국 주식시장은 일년에 주가가 10% 이상 오르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안정적인 시장임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변동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개인투자협회(AAII)에서 조사한 심리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앞으로 6개월간 시장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답했다. 2018년 12월 이후 처음 부정 응답 비율이 절반을 넘은 것이다. 처음 코로나19로 시작된 주가 하락이 경기 둔화 우려로 발전하더니 이제는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2008년에 비해 안전해진 금융기관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위기가 발생하려면 기업이나 가계에서 부실이 생겨 그 영향이 금융기관으로 넘어와야 한다. 그러면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우리나라 외환위기나 미국의 금융위기가 기업 부채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넘어온 대표적인 경우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제결제은행(BIS)과 미국 중앙은행인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은행 규제를 철저히 관리해 이제 미국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기 힘들다. 2008년은 미국 상업은행 자산에서 현금을 비롯한 유동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 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은 해당 비율이 10%를 넘는다.

연준과 관계도 비슷하다. 금융위기 때에는 미국 은행들이 연준에 초과 지급준비금을 맡겨 놓지 않았다. 금리를 한창 올리는 때여서 연준의 자금 공급이 작았던 영향이 있지만 은행도 부동산 대출을 늘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연준에 돈을 넣어두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급준비금 예치가 늘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1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가계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려는 경향도 높다. 은행 예금 중에 대출을 해주는 비율인 예대비율 역시 금융위기 때보다 20%포인트 낮다. 은행이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기 때문이지만 가계와 기업 역시 부채를 늘리지 않으려 하는 것도 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경제가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면 지금 중요한 건 언제, 어떤 형태로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 나오느냐다. 미국이 제일 먼저 대응에 나섰다.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7000억 달러에 달하는 양적 완화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일본도 장단기 목표금리는 그대로 뒀지만 비상시 단기자금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최우대 장단기 대출금리를 인하했고, 유동성 공급도 추가로 늘릴 방침이다. 중앙은행들이 여러 대책을 내놓은 건 금융 불안이 확대돼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경기와 주가 대책이 시장에서 언제 먹힐 것이냐는 주가에 따라 달라진다. 3월 중순처럼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대책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장의 공포 심리가 너무 커 자산 보유 규모를 무조건 줄여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연준이 금리를 1.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히려 떨어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주가가 빠르게 하락해 심리가 불안한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자 ‘미국 경제가 얼마나 나빠질 것 같으면 이렇게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릴까?’라는 의구심이 생긴 것이다.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주가가 상당폭 하락해 시장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반등이 시작되는데 이 때에 과거에 나온 대책은 물론 앞으로 나올 대책까지 한꺼번에 시장에 영향을 준다. 주가가 하락하고 각국 정부가 느끼는 불안이 커진 만큼 앞으로 여러 형태의 경기 대책과 시장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는 정책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된 만큼 코로나19의 진행 상황과 함께 어떤 내용의 정책이 나오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 20년 사이 미국 경제와 자산시장이 가장 크게 흔들렸던 경우를 꼽으라면 단연 2008년 금융위기이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주가가 석 달 사이에 50% 가까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자산가격 하락은 주식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위기가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부실 부동산에서 시작된 만큼 주택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위기의 확산 범위가 넓어 세계 경제 전체에도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주식시장 하락만 생각하면 2000년 IT버블 붕괴가 최대 사건이다. 5050에서 시작된 나스닥 하락이 8개월 동안 54% 하락까지 이어졌고 최종적으로는 78% 하락한 1100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이렇게 크게 하락할 때에도 주식시장은 일직선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중간에 멈춰 반등을 해 그 때마다 상당한 수익과 주식을 내다 팔 수 있는 기회를 줬다. 2000년은 3월초에 시작된 하락이 한 달이 지난 4월초에 1차 저점에 도달했고, 이후 석 달에 걸쳐 33%가 오르는 반등이 나왔다.

대표 우량주 매수하기 좋은 기회

주가가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30% 하락했다. 코로나19가 특수한 상황이어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른다거나,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식 등 자산가격이 너무 높아 악재에 취약한 상태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런 모든 걸 인정하고 거기에 미국 주식시장이 11년간 끌어온 대세상승에서 이미 벗어났다는 점까지 동의하더라도, 주가 반등은 감안해야 한다. 조만간 하락이 멈추고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반등 역시 폭이 작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질병에 너무 몰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질병은 주식시장에 심리적 영향을 줄 뿐 판을 좌우하지는 못한다. 질병을 직접적인 투자 기준으로 삼기보다 경기 변화의 매개체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식을 매수하기 좋은 기회다. 사람들은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1등 기업을 찾게 된다. 이들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어떤 상황에서든 일정한 매출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벌어놓은 돈도 있어 부도가 날 가능성도 낮다. 한달 전에 삼성전자에 열광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들에 주목했으면 한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27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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