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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다시 등장한 금융위기 처방전 ‘약빨’은? 

 

지금은 ‘불확실성’으로 주가하락… 2008년식 처방전은 맞춤처방 아냐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있다. 소비도, 고용도, 글로벌 공급망도 멈춰 섰다. 주식시장도 무너졌다. 패닉(Panic), 충격(Shock) 등의 단어가 주요 매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투자자들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 있지만 어둠은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출 줄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아시아로, 아시아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그 기세를 더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기습 앞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백기를 들고 금리를 낮추고 양적 완화를 재개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처방전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 재정을 동원해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살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처방전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공포감이 지배하는 이런 시기에 투자자들은 결국 세가지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주식을 팔거나, 더 사들이거나, 아니면 말 그대로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의미의 속어)’하는 선택지다.

증상완화 처방 넘어 불활실성 제거해야


투자 의사 결정에 앞서 코로나19와 자산시장의 관계와 그 성격부터 한 번 생각해 보자. 코로나19가 공포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이유는 다름 아닌 ‘불확실성(Uncertainty)’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종결은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거나 바이러스 스스로 전파를 멈추는 것에 달려 있다. 문제는 언제 치료제나 백신이 상용화될지,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떨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종식과 관련된 핵심 의제가 모두 ‘불확실하다’.

불확실성이란 주가 폭락과 같은 가격 변동처럼 그 결과는 알 수 있지만 발생 가능성은 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발발, 2001년 9·11테러 등의 이슈가 불확실성의 범주에 속한다. 반면 리스크는 확률적 개념이다. 코로나19의 발발 확률을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과 달리 리스크는 확률로 표현할 수 있고 측정 가능하다. 물론 그 측정이 정확한 예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의 수명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보험 상품, 파생상품을 활용해 설계한 ELS(주가연계증권) 등 금융상품 등은 모두 확률적 분석과 추론을 통해 만들어진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가격 변동은 모델링을 할 수도, 추론도, 예측도 어렵다. 리스크 이론의 선구자이자 사회철학자인 프랭크 나이트 교수는 “리스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결과의 분포가 알려진 상황이고, 불확실성은 사안이 독특해서 결과의 분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두 개념을 정리한 바 있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주가폭락을 2008년도 금융위기와 같은 처방전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2008년 금융위기는 부채 위기이자 금융 시스템의 위기였다. 위기의 성격이 분명했다. 그 대응책을 수립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1920년대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역사적 경험도 존재했다. 위기가 발발하자 미국 정부 등은 공적 자금을 투입해 금융기관의 부채를 일시에 해소했다. 돈을 풀고 금리도 낮춰 부채 부담을 낮춰 주었다. 또한 자산 가격 하락으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의 힘으로 자산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공적 자금 투입, 제로 금리, 양적 완화 같은 정책이 등장했고, 효과를 발휘했다.

이번 코로나19발 위기에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책 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시에 처방전을 다시 들고 나왔다. 기준금리는 제로금리로 회귀했고, 직접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이 처방전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범위 밖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 처방전이 도움이 되겠지만 제대로 된 표적 처방은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금융위기와 달리 불확실성의 세계에 존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놓는 정책은 증상완화를 위한 것이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매매의 관점에서만 보면, 투자자들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첫째 방법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오래 갈 것으로 지금이라도 팔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이미 폭락은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더 폭락하느냐 마느냐의 판단이 필요한데,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역사적 경험을 보면, 시장 바깥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폭락기의 주식 매도는 대개 더 큰 불행을 낳았다는 점이다.

둘째 방법은 추가로 매입하는 것이다. 이들은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장이 V자로 반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과거 대부분의 대형 이벤트 후에는 V자 반등을 한 경우가 많았다. 추가 매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분할해서 사는 방법이다.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알 수 없으므로 투자 자금과 매수 시점을 나눠 사들이자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기준을 정해 놓고 사는 방법이다. 예를 지수가 17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지면 사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매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추가 매수 전략은 V자 반등이 아니라 L자로 갈 경우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기존에 잃었던 돈에 더해 새로 투입한 자금도 잃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모두에게 최악이다.

셋째 방법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한 마디로 존버하는 것이다. 그런데 존버는 결코 쉽지 않다. 일단 빚으로 투자하지 말아야 하고 인내심도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이들은 곧 첫 번째 방법, 즉 매도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꿀 것이다.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최악의 선택은 과거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바로 공포심에 질려 주식을 파는 행위다.

공포심에 질린 매도는 최악의 선택

여기 한 가지 위안되는 이야기가 있다. 불확실성은 일반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일류 투자가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점이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은 회고록에서 1920년대 대공황기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토로한 바 있다. “나의 괴로움은 재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리한 장기전과 함께 시장이 돌아섰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추락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실망, 대공황과 손실이 언제 끝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완전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였던 피터 린치도 주가하락의 두려움을 경고했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면 주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서둘러 빠져나오지 말아야 한다.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다이어트와 투자에서 결과를 경정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배짱이다.” 피터 린치의 말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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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7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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