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21대 국회 입성한 경제·산업계 인물들] 기업서 쓴 ‘성공 신화’ 입법에서도 이어갈까 

 

자타 ‘경제통’ 인정한 21대 국회 초선들… 규제개혁 나서는 CEO 출신 돋보여

대한민국 21번째 국회에 입성할 300명의 의원들이 판가름 났다. 이전 국회에 비해 경제학계나 경제관료 출신의 ‘경제통’은 많지 않다. 다만 증권업계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핀테크 발전과 금융 선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고, 소상공인단체 출신의 활약이 돋보여 소상공인 진흥정책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등장한 새 얼굴들이 규제 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21대 국회에 새로 입성한 인물 중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여당에선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역임한 홍성국 당선인(세종 갑)과 카카오뱅크 부사장을 지낸 이용우 당선인(경기 고양정) 등이 있다. 비례대표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선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사무소 대표를 지낸 조정훈 당선인, 한국재정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낸 예산·재정 전문가 양경숙 당선인 등이 있다.

미래통합당에선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당선인(서울 강남병)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인 윤희숙 당선인(서울 서초 갑) 등이 경제통으로 꼽힌다. 시카고대 대학원 경제학과 출신으로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인 윤창현 당선인(미래한국당 비례대표)도 MB정부 시절 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21대 국회 당선인 중에는 기업에 몸담았던 현장 중심의 경제 인사들이 비교적 많다. 그 중에서도 여성기업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향자 당선인(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 을)이 대표적이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중에선 한무경 당선인(효림그룹 회장), 이영 당선인(테르텐 대표이사) 등이 입지전적 여성 기업인 출신이다.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인물 다수가 비례대표 후보로 뽑힌 것도 21대 국회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시민당에서는 김경만 당선인(전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과 이동주 당선인(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이, 미래한국당에선 최승재 당선인(전국소상공인살리기운동본부대표)이 뱃지를 단다. [이코노미스트]는 21대 국회에서 주목할만한 초선의원 6인을 뽑았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 경기 고양 정 - “아들에 권할 직장 만든다” 정치에 나선 기업가


네거티브 규제 전환에 앞장설 듯

경기 고양 정에서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현아 미래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용우 당선인이 내건 ‘카카오뱅크의 성공을 일산에서’라는 출사표가 김 후보의 ‘집값 회복’ 공약을 눌렀다.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를 지낸 이 당선인은 ‘실물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근본적인 경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기업인 출신답게 ‘규제 개혁’을 국회의원 활동의 목표로 정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내 아들에게 권할 만한 직장이 없는 사회를 물려줄 순 없다”며 정치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지금까지 혁신을 내걸고 기업을 이끌어 제법 성공한 기업을 만든 경영자”라며 “사회에서 배운 것을 법과 제도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일단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기업 성장을 위한 ‘네거티브(negative) 규제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 활력을 위해선 기업이 무언가 하려 할 때 일단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로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책임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손봐 고양시의 경제활성화를 이룬다는 방침도 세웠다. 역시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현재 민주당 규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며 당 공약으로 제시한 ‘규제프리특구’의 고양 지역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스타트업의 기술이 ‘대기업 먹잇감’이 되지 않게 막는 제도 마련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세종 갑 - 증권사 사원에서 사장, 그리고 여의도 입성


세종시 ‘모빌리티 혁신도시’에 속도 붙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세종 갑 당선인은 증권·금융 등 실물경제는 물론이고 글로벌경제에도 능통한 경제 전문가다. 1986년 대우증권에 사원으로 입사해 투자분석부장, 리서치센터장, 미래설계연구소장 등을 거친 후 대우증권 사장까지 오른 금융업계 입지전적 인물이다. 2016년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합병 후에는 미래에셋대우 사장으로 일했다.

홍성국 당선인은 당장 세종시 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첫 손에 꼽은 공약도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통한 지역경제 회복이었다. 특히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및 대통령 직속위원회 등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약에 담았다.

홍 당선인은 4월 16일 당선인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마무리 짓고 세종을 미래형 자족도시로 도약 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세종시를 모빌리티 혁신도시로 전환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됐다. 홍 당선인은 “세종에 자율주행차, 통합교통서비스, 퍼스널 모빌리티, 로봇, 스마트홈, 인공지능(AI) 등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관련 기업을 유치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더불어민주당의 경제 공약 구체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홍 당선인을 경제대변인으로 선정했다. 3월부터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홍 당선인은 금융 부문에서 오래 일해 온 국내 최고 전문가”라며 “파생결합펀드(DLF)사태, 라임사태 해결 등 금융시장 안정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광주 서 을 - ‘고졸 출신 삼성 임원 신화’


광주에 삼성전자 전장사업장 유치 목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주 서구 을의 선택을 받았다. 양향자 당선인은 75.8%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7선 도전에 나선 천정배 민생당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렸다. 2016년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천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 후 이번 총선에서 완벽히 설욕한 셈이다.

양 당선인은 이른바 ‘고졸 출신 삼성 임원 신화’로 통한다.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졸업반인 1985년 말 삼성반도체에 입사한 그는 2013년 말에 삼성전자의 첫 고졸 출신 여성 임원(상무)에 오르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2016년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의 영입으로 정치인의 삶을 걷게 됐다.

양 당선인이 내건 대표 경제 공약은 광주에 ‘미래자동차 원스톱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부터 완성차 제조를 아우르는 산업단지를 꾸려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포부다.

양 당선인은 또한 삼성전자의 전장(전자장비) 사업장을 광주에 유치한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광주에 견고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전장과 배터리 산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SDI 사업장을 광주로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양 당선인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에도 삼성전자 전장사업장 유치 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은 민주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추진한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다만 당시 삼성전자 측은 “구체적인 추진 방안과 투자 계획은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양 당선인이 21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무게감이 달라진만큼 삼성전자 전장사업장 유치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창현 미래한국당|비례 2번 - 손꼽히는 금융 전문가 시장주의자


1호 법안으로 ‘온라인 금융 특별법’ 제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창현 당선인은 당내에서 손꼽히는 ‘금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보수 진영의 전통적인 시장주의자라는 수식어도 따라 다닌다.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비판했던 윤 당선인은 ‘온라인 금융 특별법’을 제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대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시카고대학교대학원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금융계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3월부터 2015년까지 3월까지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맡아 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까지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는 등 학계에도 몸 담고 있다.

윤 당선인은 공정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4차례나 실패했던 우리은행 민영화를 지분 30%를 나눠 7개 투자자에 파는 방식으로 추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철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윤 당선인이 제21대 국회 입성 후에 제1호로 추진하는 법안도 온라인 금융 산업 규제 완화 등의 내용으로 예상되는 온라인 금융 특별법이다.

윤 당선인은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금산분리도 완화 필요성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금융감독원의 비대한 감독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또한 국회 입성 후에 친노동·반 자본적 정서를 바로 잡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무경 미래한국당|비례 3번 - 지방 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운 여성경제인


소외된 기업에 ‘성장 사다리’ 내밀까

한무경 당선인은 입지전적인 여성기업인이다. 1998년 지방 소기업을 인수·창업해 연매출 수천억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일궈냈다. 이 같은 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방 소기업을 지원하고 여성경제인들의 경제활동 참여 활동화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 당선인은 마흔 살까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일하다 외환위기 당시 부도난 쌍용자동차 부품사업부(현 효림산업)를 1억원에 인수해 사업에 뛰어들었고, 빠르게 사업을 정상화시켜 어엿한 중견 자동차 부품회사로 성장시켰다. 효림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디젠 3026억, 효림산업 975억원, 효림정공 372억원, 효림에이치에프 342억원 등이다.

한 당선인은 국회에서 소기업, 지방기업, 여성기업이라는 비주류로서 겪었던 많은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호 법안으로 준비 중인 ‘성장사다리법’(가칭)은 중소기업이 효림그룹과 같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주 경산에 본사를 둔 효림그룹을 운영해온 그는 ‘지방경제 활성화’에도 관심이 많다. ‘지방 활성화를 위한 경제사회기본법’(가칭)을 통해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에 세금 감면혜택을 주고, 서울과 지방의 최저 임금을 차등화 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2016년부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온 그는 ‘여성 기업’에 관련한 법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여성 소상공인 기본법’(가칭)은 139만명에 달하는 여성 기업인·소상공인들이 중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법이다.

이영 미래한국당|비례 13번 - 보안업계 1호 여성 최고경영자


벤처기업 규제완화 법안에 주력

보안업계 1호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이영 당선인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대변하는 유일한 비례대표라고 자부한다. 유난히 ICT 업계의 인물이 적은 21대 국회에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IT·보안전문가인 이 당선인는 벤처업계 ‘맏언니’격 인물이다. 광운대학교 수학과 졸업 후 KAIST에서 암호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 데이터·사이버 보안회사 ‘테르텐’을 설립해 디지털 저작권 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DRM) 및 화면보안 시장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키워냈다.

이 당선인은 벤처기업가 출신답게 국내 막혀 있는 규제를 완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데 힘을 쓰겠다고 여러 차례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벤처캐피털(VC)인 ‘Y얼라이언스 인베스트먼트’를 운영하며 다양한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해왔는데, 이 경험을 토대로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1호 발의 법안으로 예고한 ‘VC설립 활성화법’(가칭)에는 국내 대기업 지주사도 VC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현행 우리나라에선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대기업 지주사가 금융업을 영위할 수 없다. 지주회사가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공정거래법상 해당 기업 지분 40% 이상을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5% 미만 지분 투자만 할 수 있어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 이창훈·최윤신·배동주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31호 (2020.04.2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