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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선물에 담긴 사회상] 경제사정 따라 등락 거듭한 효도선물 

 

패션·뷰티 관심 늘면서 성형수술도 ‘효도상품’ 부상

▎어버이날을 맞아 한 쇼핑몰에서 효도 메이크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어버이날도 어린이날과 명절 못지않게 선물 수요가 몰리는 때다. 예로부터 충·효 정신을 강조하는 사회 정서로 지금도 어린이날은 못 챙겨도 어버이날은 챙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정신도 가치관과 사회인식의 변화에 지탱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도시화·산업화·핵가족화로 퇴색되어가는 경로효친의 후퇴를 막기 위해 만든 것이 어버이날의 탄생 비화다. 1956년 ‘어머니날’로 부르다 ‘아버지날’이 거론되면서, 1973년에 어버이날로 법으로 규정했다.

1980년대 들어 수출경제 호황으로 살림살이가 펴지기 시작하자 이를 겨냥해 백화점 등에선 효도선물 기획전을 벌였다. 와이셔츠·넥타이·구두·핸드백·지갑 등의 유명 잡화 브랜드들이 대규모 세일 행진을 이어갔다. 로열젤리·영지버섯·한우갈비 등 고가의 보신용 식품도 장사진을 이뤄 명절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효도선물은 1990년대에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비싼 화장품부터 골프용품,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도 봇물을 이뤘다. 정부가 1989년 해외여행자율화를 시행해 효도관광 붐을 일으키는 촉매가 됐다. 효도여행은 여름 휴가철에도 이어져 효캉스(효도+바캉스)가 유행했다.

외환위기 후 웰빙 등 헬스케어시장 성장

고공행진하던 경제 그래프는 1997년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경제 견인차였던 대기업들이 쓰러졌으며 자살 관련 뉴스가 연일 계속됐다. 그 여파로 어버이날 선물도 움츠러들었다. 가정마다 선물비용을 대폭 줄이자 백화점에도 실속·알뜰 등의 단어들이 등장해 저가 상품들이 주를 이뤘다. 배봉균 신세계한국상업사박물관장은 “1990년대 이마트·홈플러스·까르푸 등 대형 마트들이 할인전쟁을 벌이며 중저가 시장을 공략해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개인 취향을 고려해 상품권도 널리 보급됐다”고 말했다.

2000년대엔 외환위기가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가 장기간 계속되는 가운데 힐링과 웰빙이 유행했다. 급격한 산업고도화와 외환위기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는 풍조가 번졌다. 이에 따라 친환경·유기농·자연친화 같은 단어들이 유행하고 관련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해외 효도여행도 부활했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안마기·가정의료기 등 헬스케어 기기도 건강보조식품과 어깨를 겨루는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 이장호 이베이코리아 마케팅팀 매니저는 “최근엔 노년층의 사회활동이 왕성해져 취미·패션·뷰티·IT 관련 상품도 효도선물로 인기”라고 말했다.

일회성 이벤트를 경계하기 위해 어버이날 특별 체험행사를 마련하는 움직임도 생겼다. 부모의 발을 씻겨 드리는 세족식, 어린이와 어르신이 함께 케이크 만들기, 부모에게 손글씨로 편지쓰기 등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행사들이 취소돼 조용한 어버이날이 됐다.

요즘엔 노화방지에 대한 은퇴세대의 관심이 커지면서 성형수술도 효도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종훈 리즈벨의원 대표원장은 “처진 눈꺼풀만 올려도 젊어 보여 어버이날을 전 후해 검버섯·기미·주름 등을 없애는 안티에이징 시술을 묻는 상담문의가 많다”며 “50대 이상 중장년과 노년층의 동안 성형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1533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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