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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네이버·카카오 슈퍼앱 등극하나] 방대한 플랫폼, 페이 만나 사용자 ‘락인(Lock-in)’ 

 

검색·채팅 네트워크 효과로 ‘목’ 선점… 중·일·동남아서도 종합 서비스 앱 속속 등장

▎네이버와 카카오톡은 강고한 플랫폼과 페이를 통한 락인 효과를 키워 슈퍼앱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gettyimagesbank
#. 네이버 블로그에 음식 조리법과 전자제품 사용 후기를 올리는 가정주부 A씨는 요즘 들어 부쩍 네이버페이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네이버로부터 지급되는 블로그 운영 수익이 올 초부터 네이버페이로 입금돼서다. 이 포인트는 그대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A씨는 현금으로 바꾸지 않고 식자재와 의류, 자녀 학용품 등 네이버쇼핑을 이용하기 위해 네이버포인트를 쌓는다. 네이버포인트를 사용해야 할인을 받거나, 적립할 수 있는 상품이 많다. 식당·미용실은 물론 웹툰·웹소설에도 네이버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세상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프라인에서 즐겼던 쇼핑과 영화 관람을 집에서 모바일이나 PC로 소화하는 일이 많아질 거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전체 소매시장에서 20%에도 못 미치는 e커머스의 비중이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대형쇼핑센터와 거리상권의 몰락, 제품 소싱·물류·결제 방식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온라인 공간에서 e커머스·웹툰·웹소설·음악·영화 등 콘텐트를 유통, 판매하는 ‘터미널’이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 ‘슈퍼앱’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슈퍼앱이란 e커머스·예약·배달·음악·영화·게임 등 대부분 콘텐트 및 비즈니스 영역을 지배하는 플랫폼 앱을 뜻한다. 현재는 앱 쇼핑·검색 앱인 아이폰 앱스토어·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가 터미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하나의 앱에서 별도 설치 없이도 수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 오브 앱’이 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페이, 자체 화폐 생태계 확장·진화


국내에서 슈퍼앱으로 주목받는 서비스는 네이버와 카카오톡이다. 네이버는 검색을 바탕으로 e커머스와 웹툰·웹소설·동영상 등 미디어 콘텐트, 오프라인 매장 예약 및 결제 서비스 영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네이버는 거래 중개만으로 e커머스 분야의 강자로 단숨에 치고 올랐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국내 e커머스 기업 중 가장 많은 20조9249억원의 온라인 서비스 결재액을 달성했다. 웹툰·웹소설 등을 합한 수치지만, 2위 쿠팡(17조771억원)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네이버는 가격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를 크게 늘렸다. 네이버가 온라인쇼핑 분야에서 힘을 얻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려는 업체도 크게 늘었다. 3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기 위해 새로 개설된 홈페이지는 3만7000개로 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마트스토어 구매자 수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올 1월 800만명에서 3월 1000만명으로 증가했다. 네이버는 판매업체들의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제품을 팔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상반기 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처럼 네이버의 상거래 생태계가 커지고 있는 것은 네이버페이의 역할도 크다. 네이버페이를 결제수단으로 선택한 입점 업체를 검색 결과의 상단에 노출하는 한편,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 결제금액의 최대 2.5%를 포인트로 돌려주거나 충전시 1.5% 안팎의 추가적립 등 공격적 마케팅을 벌였다. 네이버는 이런 마케팅에 올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난 1207억원을 사용했다. 이 결과 네이버페이는 1분기 결제액 5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6%, 사용자는 1253만명으로 같은 기간 23% 각각 증가했다. 50대 이상도 53% 늘어나는 등 구매력 높은 사용자층으로 보폭을 넓혔다.

네이버페이의 확장은 네이버가 슈퍼앱으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이버페이에 락인(Lock-in) 된 사용자가 네이버의 스마트 주문 등 부가서비스로 나아가도록 터널을 열어준다. 사용자 증가로 스마트 주문 생태계가 확장하면 일반음식점의 주문·포장·배달 서비스를 네이버가 독점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요기요 등의 배달대행 서비스 플랫폼과도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의 사용자 확대는 웹툰·음악·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등 콘텐트 사업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여러 콘텐트를 구독경제 방식으로 페이로 결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일종의 화폐 생태계로서 부동산 중개수수료·광고료 등 전통 산업으로도 침투할 가능성이 크다. 구글과 유튜브의 강세로 검색 엔진으로서 역할을 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달리 언택트 시대의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네이버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다. 네이버 주가는 코로나19 사태로 3월 14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4월 들어 급등하기 시작해 주당 20만원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증명하려는 듯 네이버는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7.4% 늘어난 2215억원(연결기준)의 영업이익을 깜짝 공개했다.

카카오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주당 19만원에 육박하며 전고점을 거의 회복했다. 시장이 e커머스 등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며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지만 슈퍼앱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네트워크 효과와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통해 e커머스·웹툰·예약·게임 등 영역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모티콘·인형 등 온·오프라인 캐릭터 상품을 시작으로 e커머스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해 선물하기·톡딜 서비스로 확장중이다.

네이버가 종합상가처럼 모든 상품의 중개 역할을 하는 데 비해, 카카오톡은 상품 큐레이팅을 통해 사용자를 타깃팅 하는 한편 자체 몰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쇼핑은 쿠팡이나 티켓몬스터 등 여타 e커머스 서비스와는 달리, 별도의 앱 없이 카카오톡 내 콘텐트다. 모바일로 지인에게 상품 쿠폰을 선물하든가,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간 제품 분실 등 배송 서비스의 약점이 있었으나, 현재는 많이 개선됐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자사의 페이 서비스 사용자에게는 다양한 보상 혜택을 주고 있다. 카카오는 이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카카오T’, 음악 서비스 ‘멜론’, 웹 콘텐트를 모은 ‘카카오페이지’, 게임 플랫폼 ‘카카오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구매 버튼 이어지는 유틸리티 경쟁력 중요”


▎위챗은 뉴스에서 주변 맛집 검색, 배달 등 한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 사진:김유경 기자
카카오뱅크 등을 통한 은행·결제·송금·투자·보험 등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카카오가 e메일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사용자 충성도를 높이고, 마케팅 영역을 넓히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카카오페이는 자사 서비스뿐만 아니라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대행 서비스를 비롯해 쇼핑·편의점 등 범용 결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을 통한 여러 분야별 서비스들이 확장하며 다른 영역 생태계를 침범하고 있다. 버티컬 영역의 서비스를 늘려나가는 구도가 되고 있다”며 “사용자가 구매 버튼을 누르는 터널을 쉽고 용이하게 짜기 위한 결제·물류 등 서비스의 유틸리티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쿠팡이 쿠팡페이와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 확장을 위한 도구들을 늘려가고 있다. 이런 경쟁에서 네이버·카카오는 두세 걸음 앞선 상태다.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아우르는 슈퍼앱 생태계의 포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는 이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슈퍼앱 역할을하고 있다. 텐센트는 채팅 서비스인 위챗과 위챗페이, 알리바바는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淘)와 알리페이를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위챗은 이미 4년 전부터 배달·미용실 등 여러 서비스를 위챗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해 외부 개발자들이 위챗 전용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입점 수수료가 거의 없고, 위챗페이를 사용하면 할인 등을 제공해 서드파티 참여를 늘리고 있다. 플레이스토어 등이 매출의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또 유망한 앱 서비스를 인수함으로써 위챗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네이버·카카오와는 생태계 확장 방식이 다르다.

플랫폼이 소상공인 영역 침범 역작용 우려도

한편에서는 이런 플랫폼의 독식과 무한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을 독점한 소수 기업이 가격 결정권을 쥐는 한편, 대형마트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내놓듯 소상공인의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아마존은 소규모 입점 업체들의 베스트 셀링 제품 등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패턴을 분석, 그에 맞는 아마존 PB 상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베이식스를 통해 배터리부터 가구 등 23만3000여개 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은 PB 상품 판매 비중을 2022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아마존은 “자사 임직원이 특정 판매자의 데이터에 접근 권한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전직 임직원들이 “판매자 데이터를 관행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해 미국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 통상위원회 등은 아마존 등 대형 기술 회사의 부당 행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이후 아마존은 국민이 필요한 물품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도 “그러나 위기 이전의 관행에 대한 규제 조사에 계속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도 아마존이 자사 제품 및 시장 운영자로서의 이중 역할을 남용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지적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34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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