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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벤츠 디젤게이트’] 독일선 1조 낸 벤츠, 한국선 776억 과징금에 ‘불복’ 

 

아우디와 달랐던 조작 방식… 사장 교체의 절묘한 타이밍

▎환경부는 지난 5월 6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2012~2018년 판매한 일부 디젤차종에서 배출가스 조작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벤츠코리아 전시장 모습. / 사진:뉴스1
환경부가 국내 수입차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가 불법 조작됐다고 판단한 데 대해 수입사인 벤츠코리아는 ‘불복’ 입장을 밝히며 환경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과징금에 불복하는 벤츠코리아의 모습은 지난해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가 독일에서 배출가스 인증 관리감독 문제로 1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한국시장에서 수많은 차를 팔아온 벤츠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벤츠 코리아 측은 “다임러가 독일 검찰에 낸 벌금은 환경부 발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다임러는 환경부의 이번 행정처분과 직접 관계있는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의 행정명령에 대해선 불복했고, 해당 행정명령은 아직 최종 확정 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6일 환경부가 밝힌 벤츠의 배기가스 조작은 앞서 2015년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다. 배기가스재순환(EGR)장치가 아닌 선택적촉매환원(SCR) 장치의 작동을 제어한 게 차이점이다.

SCR은 질소산화물(NOx)을 대기로 배출시키기 전에 암모니아(NH3) 성분이 포함된 ‘요소수’를 분사, 촉매작용을 일으켜 질소(N2)와 산소(O2) 등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벤츠는 실제 도로 운행에선 이 요소수를 적게 분사하도록 조작함으로써 대기오염을 조장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고의성’ 관계없이 불법, 리콜 쉽지 않을 듯


이에 환경부는 해당하는 차종에 대한 결함시정 명령을 내리고 역대 최대인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벤츠가 실제 이 과징금을 내게 될 지는 미지수다. 벤츠코리아가 이 같은 처분에 대해 ‘불복’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벤츠는 우선 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인데, 업계에선 결국 행정소송에 돌입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벤츠코리아측은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독일에선 벤츠가 관련된 사안에 대해 훨씬 큰 금액의 벌금을 수용한 바 있어 벤츠코리아의 이 같은 항명은 궁색한 측면이 있다. 독일 검찰은 지난해 9월 24일 차량의 배출가스와 관련,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에 8억7000만 유로(약 1조15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다임러 측은 “항소하지 않겠다”며 이를 수용한 바 있다.

물론 독일 검찰이 부과한 벌금과 환경부가 부과하는 과징금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독일 검찰이 부과한 벌금과 이번 사안이 관계가 없다고 볼 순 없지만 완전히 같다고도 볼 수 없다”며 “독일 검찰이 부과한 벌금은 자동차 제조사의 담합과 인증관리 부실 등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츠코리아 측은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기능을 사용한 데에는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다”며 “이번 사안은 수백 가지 기능들이 상호작용하는 통합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일부와 관련된 것이므로 각 기능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벤츠가 주장하는 ‘정당한 근거’는 ‘엔진 보호’인 것으로 추정된다. 벤츠 차량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수행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발표 이후 벤츠 측으로부터 별도로 소명이 온 것은 없다”면서 “다만 조사과정에서 엔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설정을 했다는 입장을 얘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고의적으로 배출가스를 늘린 것이 아니라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정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벤츠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자는 “고의성 여부와는 별개로 소프트웨어 임의설정 만으로도 현행 법규를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츠의 디젤차 임의설정은 리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콜을 받는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환경부의 결함시정 명령에 따라 벤츠는 45일 내로 리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벤츠 측은 2018년 11월에 이미 일부 차종에 대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는 리콜을 통해 요소수 사용량이 늘어나면 소비자의 불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비용 부담도 커지고 더 자주 요소수를 보충해줘야 한다. 특히 이번 임의설정이 차량의 안전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리콜을 꺼릴 확률이 높다.

앞서 지난해 8월 벤츠와 유사한 임의설정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올해 2월 리콜 계획을 승인받았다. 다만 아우디와 비교했을 때 벤츠는 일이 더 어렵다. 벤츠의 임의설정이 아우디보다 더 광범위하게 짜여졌기 때문이다. 아우디의 경우 요소수 잔량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요소수 분출을 억제했는데, 벤츠는 요소수 잔량과 관계없이 주행시간에 따라 요소수 분출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벤츠는 차종별 적용 알고리즘이 달라 이를 밝혀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평균적으로 시동을 걸고 20여 분이 지나면 요소수를 적게 내보내도록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리콜 계획은 ‘기술적 적합성’에 중점을 두고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요소수 사용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리콜이 진행될 경우 소비자들이 리콜을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앞서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당시 환경부는 18개월 안에 85%의 리콜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서를 요구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이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리콜 계획을 승인한 이후에도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이행률을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제성 없는 리콜제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폴크스바겐은 2015년 발발한 디젤게이트와 관련, 환경부에 제시한 리콜 계획을 아직 채우지 못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조항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단종 차량이라 벤츠 판매엔 타격 없어

한편 디젤게이트 당시 환경부의 ‘인증 취소’로 개점휴업 상태가 됐던 폴크스바겐과는 달리 벤츠는 판매에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부는 벤츠의 임의설정 차종에 대해 인증 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 차들은 이미 2018년 5월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번 배출가스 조작사태와 관련해 지난 12일 벤츠코리아 법인과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를 형사고발했는데, 실라키스 사장이 검찰 조사를 제대로 받게 될지도 미지수다. 오는 8월 한국을 떠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환경부가 벤츠의 디젤차 임의설정을 발표하기 불과 닷새 전인 지난 5월 1일 실라키스 사장의 벤츠 미국법인 발령 소식을 알렸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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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5호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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