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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산업 재편 시나리오] 1강(대한항공) 1중(제주항공) 체제 오나 

 

진에어 생존… 나머지 LCC 줄도산 위기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 / 사진:뉴스1
국적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향후 항공 산업계에 광범위한 재편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에 따라 항공 산업 재편의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2강 체제가 기존대로 유지되는 반면, 인수 포기 땐 대한항공 1강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중에는 재무 상태가 양호한 진에어의 생존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은 올해를 버틸만한 여력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할 경우


항공업계 관계자들과 항공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HDC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이 만족할만한 파격적인 협상 조건을 제시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코로나19 사태 등 항공업계 위기 등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신호를 지속 내비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국적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강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 계열회사 LCC인 에어부산은 분리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조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어부산까지 안고가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부터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본 노선 항공 여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78억원이다.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일본이 살아나지 않으면 타개책은 특별히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일본 노선 항공 여객 감소에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에어부산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85억원이며,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9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에어부산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자본잠식률은 11%다.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에 에어부산 지분율을 10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도 분리 매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 손자회사는 자회사(지주사 증손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데, 지주사 체제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은 HDC의 손자회사, 에어부산은 증손자회사로 각각 편입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44.17%다.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경우, 대한항공의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제주항공이 에어부산까지 사들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존 항공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에어부산 인수에 뛰어들 수도 있지만 기업 간 유기적 결합, 인수·합병(M&A) 이후 시너지 등을 고려하면 국적 항공사 간의 결합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할 경우


▎김포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는 이스타항공 여객기 / 사진:뉴스1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항공 산업 재편도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떠안은 산은이 기존과 동일하게 아시아나항공을 통으로 매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실패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몸집을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하고 에어서울의 청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와 항공업계 위기 등을 감안하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 곧바로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산은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가치 상승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에어서울 등은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에어서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5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2강 체제가 대한항공 1강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격차를 벌리는 가운데 분리 매각되는 에어부산마저 인수하면, 진에어·에어부산을 아우르는 ‘LCC 라인’을 갖추게 된다. 대한항공이 장거리 노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단거리, 장거리 등 국내 항공 수요 전반을 충족할 수 있는 항공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가능성 희박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이 각각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을 연기했지만 양사의 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심각하게 저울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놓고 고민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을 연기한 것은 제주항공 ‘입맛’에 맞을 정도로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 변경을 공시하면서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취득 예정일 변경”이라고 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주식매매계약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항공업계는 계약서에 대규모 구조조정 등 ‘다운사이징’에 대한 선행 조건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꽤 오래전부터 이스타항공 인수를 타진해온 것으로 안다”며 “인천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이 포화 상태라 기존 사업자 인수를 통한 슬롯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중국 노선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알짜’ 중국 노선 운수권을 확보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5월에 인천과 제주에서 출발하는 상하이 노선 운수권을 확보했고, 지난 5월 15일에도 청주~상하이·장자제 운수권을 받았다. 오는 6월 말까지 국내선과 국제선을 운항하지 않는 항공사임에도 신규 중국 노선 운수권을 챙긴 것이다.

제주항공은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주목해왔다. 산둥성, 하이난성 노선처럼 운수권 제한 없이 무제한 취항이 가능한 ‘완전 항공 자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한중 간 완전 항공 자유화가 이뤄질 경우 중국 항공사의 저가 공세 등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제주항공은 완전 항공 자유화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5월 AK홀딩스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석주 대표는 제주항공 사장 시절이던 2018년 3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항공 자유화에 대해 “위협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국이라고 하는 커다란 수요처를 간과하거나 경쟁을 두려워한다면, 수익성 있는 성장이라고 하는 부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의문이다”고도 말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국내서는 처음으로 ‘메가 LCC’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진에어가 국토교통부 제재를 받는 사이에 1등 LCC로 성장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마저 흡수하면, 국적 LCC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하는 초대형 LCC로 거듭나게 된다.

진에어 생존 확률 높고 티웨이 생존 가능성 분분

제주항공을 제외한 국적 LCC 중에는 진에어의 생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티웨이항공의 생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지난해 3월 국제항공운송면허를 받은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LCC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진에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70억원이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80억원이며, 티웨이항공은 334억원에 불과하다. 티웨이항공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자본잠식률은 12%다. 지난해 말 기준 플라이강원의 자본잠식률은 49%에 달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재무 상태 등을 보면, 진에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LCC는 올해를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FSC 중심의 항공사 지원 정책을 발표한 것도 국적 LCC의 생존 확률이 낮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5월 20일 ‘기간산업 안정 기금 운용 방안’을 의결하면서 항공업과 해운업 가운데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명 이상인 기업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을 제외한 나머지 LCC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정부가 지원 대상에 일부 예외적으로 추가되는 기업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긴 했으나, 국적 LCC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지난 2월 국적 LCC에 3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했는데, 당시 LCC 안팎에서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규 LCC는 지원 자금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과)는 “정부가 항공업 지원과 관련해 대기업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초 체력이 부족한 LCC들이 다른 항공사에 흡수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되면서 대한항공 등 대기업 중심으로 항공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전 세계 항공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에 항공사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전 세계 항공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는 FSC 1개와 LCC 2~3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결국 대한항공 1강 체제로 항공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도 국내 시장에 항공 사업자가 많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지난해 지역 여론 등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로 신규 LCC에 면허를 발급해준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사에 수백조원을 지원하는 영국, 독일 등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지원 규모가 작은 편인데, 결국 대한항공 등 ‘대마(大馬)’만 살리는 쪽으로 항공 산업 재편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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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6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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