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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죽전역세권 상가 개발 이상국 죽전 대표] “손해 보더라도 투자자와 약속 이행이 중요” 

 

순간에 수십억 날리는 게 부동산 시행… 실천·배려하면 위기에도 길 열려

▎이상국 죽전 대표가 ‘죽전역 골든타워’가 들어설 대구 달서구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 건물은 2년 전 시행·분양한 죽전역 골든뷰메디타워로 점포들이 모두 입점 완료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흔히 디벨로퍼(developer)로 불리는 시행사는 ‘부동산개발의 꽃’으로 꼽힌다. 시장 조사와 상품 기획부터 토지 매입과 시공·분양·모집은 물론 자금 대출, 행정 처리,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개발의 알파와 오메가를 총망라한다. 그러다 보니 ‘먹튀’와 부도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분양현장이 소송현장으로 바뀌는 일도 적지 않다. 반대로 숱한 실적을 쌓아 업계의 미다스로 성장한 시행사도 여럿 있다. 신뢰가 곧 디벨로퍼 성공의 척도인 것이다.

대구 달서구는 요즘 ‘핫플레이스’다. 특히 대구의 대동맥 달구벌대로와 지하철 2호선이 지나고, 신흥부촌을 꿈꾸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는 죽전네거리(죽전역세권) 일대는 달서구 성장의 견인차로 꼽힌다. 옛 한국광유 부지에 들어선 ‘죽전역 골든뷰메디타워’와 ‘죽전역 골든타워’ 상가가 죽전역세권 얼굴을 바꾸면서 서대구 상권을 이끌 쌍두마차로 부상하고 있다.

납품 대가로 땅 받아 개발에 관심 커져


▎죽전역 골든뷰메디타워가 들어선 죽전네거리 모습. 그 옆에 골든타워가 한창 공사 중이다. / 사진:김현동 기자
두 상가 개발의 주인공은 백전노장 디벨로퍼, 이상국(64) 죽전 대표다. 그는 오피스텔·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상가 등 약 6300억원 규모의 개발을 이끈 흥행 실적 덕에 대구 부동산개발의 전문가로 꼽힌다. 5월 20일 대구 달서구 분양홍보관에서 만나 디벨로퍼로 성공한 비결을 물었다. 그는 ‘배려와 공유’를 강조했다.

부동산개발업에 발 디딘 계기는.

“서른 살을 갓 넘긴 1987년 작은 공장을 차려 금속제조업을 했다. 30여명의 직원과 기계·설비·전기 관련 장비를 만들어 관공서·학교·기업 등에 납품했다. 당시 거래처들은 대금 일부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어음이나 토지로 대신하곤 했다. 그렇게 받은 땅들을 팔거나 개발하면서 부동산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됐다. 적성과 잘 맞아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어떻게 공부하고 내공을 쌓았나.

“금속제조업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웠던 경험치가 시작이었다. 제조업은 원자재와 인건비가 핵심인데, 부동산의 원자재는 땅이다. 그 땅이 품고 있는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 경제원리대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으면 누구나 다 성공한다. 비싸게 사더라도 개발해 경제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터득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터득한 능력 중 핵심은 무엇인가.

“땅은 좋은 위치, 저렴한 매입가, 개발시 가치상승을 분석해야 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출구전략이다. 잘 될 거라는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면, 빠져 나올 출구도 확보해야 한다. 투자한 뒤 나올 때까지 드는 비용·기간 등을 파악해야 한다. 기대한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면 최소 고생한 대가는 챙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규모를 키워가며 이 기술적 묘미를 깨닫게 됐다.”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엔 ‘역지사지’ 마인드 중요

그는 디벨로퍼는 상대방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의 온갖 분야들이 교집합을 이루며 부딪치는 곳이 시행사업이다. 따라서 상대방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잘 조율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터득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씁쓸한 과거를 회상했다.

시행사업에서 좌절했던 적도 많았을 텐데.

“크게 세 번의 고비를 넘었다. 하나는 외환위기 때다. 금속제조 공장을 운영할 때 어음 수십억원이 부도나고 한 순간에 신용불량자로 추락했다. 공장과 부지를 팔아 손실을 메워나갔다. 다음은 건설사의 시공 오류로 매출의 30% 손실을 입었을 때다. 도면에서 간과한 부분이 있어 터 파기가 잘못된 것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 보며 팔아야 했다. 이후 착수 전에 수많은 협의사항을 꼼꼼하게 챙기는 교훈을 얻었다. 모르면 이해할 때까지 전문가에게 매달렸다. 마지막은 동업자의 배임으로 마음을 다쳤다. 그가 어긴 계약까지 모두 내가 떠안아야 했다.”

시행착오에서 얻은 남다른 교훈이 있겠다.

“사업을 할 땐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돌다리도 두드려야 한다는 걸 알았다. 시행은 종합예술 같다. 하나라도 소홀하면 거액의 손실이 나는 곳이 시행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가져야 한다. 내 몫은 적더라도 남의 돈을 떼먹어선 안 된다. 같이 벌어 함께 나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상가를 분양받는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임대가 잘되고 훗날 시세도 오르는 등 큰 수익을 거두도록 디벨로퍼가 노력해야 한다. 과장·과대광고를 하고 폭리를 취하는데 혈안이면 지속적인 성공가도는 힘들다. 부동산개발을 하다 보면 최초 계획과 달리 수십억의 비용이 추가되거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때마다 주변에서 도움을 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약속을 지키는 내 모습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엔지니어 경험으로 기획에서 시공까지 손수 검토


▎이상국 죽전 대표가 죽전역 골든타워 모형 앞에서 상가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현동 기자
그는 시행사업에서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을 1순위로 여겼다. 내 호주머니는 비어도 남의 호주머니는 비게 해선 안된다는 철학이다. 이를 지킨 덕에 업계에선 “이상국이 보는 눈은 있더라. 이상국이 하는 현장은 괜찮더라”고 입소문 나있다. 2년 전 계약자가 지인에게 계약을 추천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죽전역 골든뷰메디타워는 3개월 만에 600억원어치가 팔리며 단기간에 완판 됐다.

성공과 실패의 매순간 판단 기준은.

“죽전네거리 상권 개발을 기획할 때다. 처음엔 45층 주상복합으로 설계했다. 설계비 치르고 견본주택도 다 지었다. 막상 분양하려니 시장상황·수지타산 등이 맞질 않았다. 공사기간이 길어 투자금 회수에도 차질이 예상됐다. 그래서 계획을 갈아엎고 지금처럼 죽전역 골든뷰메디타워와 골든타워, 2개 상가로 나눠 짓기로 했다. 하나를 먼저 지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고, 이를 재투자해 나머지 상가를 짓는 것이다. 이 궤도를 수정하느라 나는 30억원을 잃었다. 하지만 투자자의 신뢰를 얻었다.”

시행에는 얼마나 개입하는가.

“설계·설비·전기 등 관계자를 데리고 일본 긴자·신주쿠 쇼핑몰을 견학하고 왔다. 비용은 모두 내가 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어떻게 지어서 운영하면 향후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전체 흐름을 계획한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제조업 경험이 있고 전기와 설비 자격증도 있다. 건물을 지을 때 어디에 무엇을 설치해야 하는지 안 되는지 등을 일일이 점검하고 수정도 지시한다.”

향후 설정한 사업 방향은.

“자산운용 분야로 확장하고 싶다. 예를 들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대지 못하는 공공개발을 대신 해주고 이를 운용할 업체에 매각하는 사업이다. 금융공학을 적용해 사회기반시설 건설, 낙후지역 개발 등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

※ 이상국 ㈜죽전 대표는 -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부동산개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시행한 실적은 약 6300억원(누적)의 규모를 자랑한다.

▷2005년 대구 비산동 웰빙하와이 상가
▷2006년 대구 만촌동 메트로웰빙하와이 상가
▷2013년 대구 범어동 세비앙 오피스텔·상가
▷2014년 대구 범어동 테라스하임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상가
▷2014년 대구 범어동 라온프라이빗 아파트
▷2017년 대구 죽전동 골든뷰메디타워, 골든타워
▷2017년 인천 부평역 화성파크드림 아파트
▷2018년 대구 월성동 남대구IC 위너비즈 지식산업센터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1537호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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