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이재용 “국민 판단 받겠다”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법원 구속 여부 판단에 흐름 결정될 듯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2일 제출했다. 시민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기소하기 전 기소 여부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민간 위원회다. 이 부회장은 수사심의위에 기소 여부 뿐만 아니라 ‘수사’ 여부까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은 ‘여론재판’으로 끌고 가기 위한 선택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검찰의 두 차례 조사 이후 수사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하자 여론전으로 반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변호사와 교수·기자·시민사회단체 등 시민 250명으로 구성돼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 조치지만 검찰이 여론을 의식하게 만드는 효과는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8차례 수사심의위가 소집돼 권고는 모두 수용됐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현재 혐의 사실을 이 부회장이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일반 국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3의 위원회에서 결정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시간을 번 측면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를 심사하고 15명의 위원 중 과반수 이상 찬성하면 수사심의위 심의가 시작돼서다.

검찰 측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기업 간 합병과 분식회계라는 복잡한 사안을 다루기에 부의심의위원회가 30쪽의 의견서와 30분의 의견 개진으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되레 이 부회장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부의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수사심의위가 부결할 경우 이 부회장 수사팀에 힘이 실려서다.

이에 검찰도 이틀 뒤인 4일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수사심의위도 불기소 의견을 내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수사심의위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 김유경 기자

1538호 (2020.06.1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