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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계속되는 메디톡스] 토종 보톡스 1호 ‘메디톡신’ 허가품목 취소? 

 

2차례 청문회 후 식약처 결정 대기… 대웅제약과 美 국제무역위원회(US ITC) 소송도

▎지난 5월 22일 대전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여부를 논의하는 청문회가 열렸다. / 사진:뉴스1
국내 1호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메디톡스가 추락의 갈림길에서 있다. 메디톡스의 주력 제품 ‘메디톡신’에 대해 식품의약안전처가 품목허가 취소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허가 취소 결정 전 필수 절차로 진행되는 청문회는 지난 5월 22일 대전지방식품의약안정청에서 1차로 진행됐고, 6월 4일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종 품목허가 취소 여부 결과는 청문회 종료 2주 후인 6월 중순 정도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메디톡신은 메디톡스사가 세계에서 네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보톡스 제품으로 최초로 품목허가 승인을 받아 2006년부터 판매됐다.

‘첫 토종 보톡스’라는 수식어를 달고 국내, 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메디톡신의 아성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메디톡스 전 직원의 공익신고부터다. ‘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 사이에 생산된 메디톡신의 일부가 제조 과정에서 허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원액을 사용했다’는 제보였다. ‘시험성적서 조작 의혹’ 등 제보 관련 검찰 수사 결과, 해당 기간 제작된 상품은 약사법을 위반해 제조,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 현재 메디톡신 제품 중 50단위, 100단위, 150단위 제품은 제조·판매·사용이 잠정 중지됐다.

매출 1160억원 올리는 효자의 추락


▎식품의약안전처가 품목허가 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메디톡신’ / 사진:뉴스1
메디톡스는 “당시 잘못된 사항은 인정하지만, 제품 허가 자체를 완전히 취소하는 건 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제보로 문제가 되는 메디톡신 제품은 2012~2015년에 생산된 제품일 뿐, 현재 제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현재 제품까지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허가받은 내용과 다르게 제조한 제품은 불법이기 때문에 메디톡신 자체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을 정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여부는 메디톡스사의 명운(命運)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9년 메디톡스 매출액은 2060억원인데, 이중 보톡스 제품의 매출액이 1160억원을 차지했다.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보톡스 제품으로부터 나오는 셈인데, 메디톡스사 보톡스 제품의 90%가 이번 품목허가 취소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메디톡신’이다. 메디톡신 외에 메디톡스사가 개발한 보톡스 제품으로는 액상형인 이노톡스와 내성방지형인 코어톡스가 있는데, 이중 이노톡스 역시 시험성적서 조작이 밝혀져 제조업무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한 상황이다. 메디톡스가 메디톡신 허가 취소 후에 기댈 제품도 없는 셈이다.

김슬 삼성증권 헬스케어팀 애널리스트는 “메디톡신 품목허가가 취소되면 올해 2분기부터 메디톡신의 내수 매출이 줄어, 실적 악화상황은 불가피하다”며 “이노톡스, 코어톡스 등 다른 보톡스 제품이 있지만 이 제품들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품목허가 취소 여부 이슈는 수출 길도 막는다. 실제 태국에 수출된 메디톡신은 판매 중단 및 회수조치가 이뤄졌다. 김 애널리스트는 “메디톡신이 중국의 품목허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생기면서 중국 품목허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품의 2019년 4분기 수출 매출액은 1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한 바 있다.

내우외환에 불안한 메디톡스 미래


업계 관계자들은 메디톡스 입장에선 지난해 터진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보다 더 큰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먼저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사태에 대해 “고의로 허가 당국을 속이는 행위를 취하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메디톡스는 고의로 원액을 바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실무 단위에서의 행위로 최고경영진에서는 이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코오롱이라는 튼튼한 모회사가 있는 코오롱생명과학과 달리, 메디톡신 매출에 크게 기댔던 메디톡스가 받는 경제적 타격은 몇 배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1위 보톡스 기업이라고 해도 메디톡신이 허가 취소되면 기업 자체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며 “이번 사건과 별개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TC) 소송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 소송은 10월에 최종 판결나는데 이 결과까지 좋지 않으면 메디톡스의 미래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1호 보톡스인 메디톡신이 흔들리면서 국내 보톡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제약업계가 보톡스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6월 1일 보톡스 제품인 ‘원더톡스’를 출시했고, 보톡스 시장 3위를 달리고 있는 대웅제약은 제품 ‘나보타’ 영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메디톡스와 함께 국내 보톡스 시장 85%를 차지하고 있는 휴젤 역시 보톡스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리즈톡스’로 국내 보톡스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휴온스글로벌도 틈새를 노리고 있다. 특히 휴온스글로벌은 국내에서는 보톡스 시장의 후발주자지만 2016년부터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판매해왔다. 바이오 업체인 제테마 파마리서치프로덕트도 동화약품과 손을 잡고 미용 목적이 아닌 치료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톡스 제품 개발에 나섰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보톡스 시장은 2020년엔 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보톡스 시장 1위 메디톡스의 운명은 바람 앞 촛불과 같은 상황이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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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8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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