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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코로나 불똥 튄 브릭스(BRICS) 부활할까] 선진국·개도국 경제, 역대 최악의 동반 추락 

 

‘고수익 신흥국’ 투자 공식에 균열… 높은 청년실업 문제가 아킬레스건

▎미국 일리노이주가 실업자 증가로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한 행인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한 상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신흥국가는 오랫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신흥국들은 적극적인 투자로 산업화 정책을 추구해 높은 성장률을 구가해왔다. 이를 통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와 1인당 GDP를 높여 국민 생활 향상에도 기여했다. 이는 내수 증가와 저축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투자와 생산,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뤄왔다. 이런 순환이 계속되는 한 주가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투자 시장에서 신흥국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신흥국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면서 우려를 자아내더니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주요 신흥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경제활동을 멈추는 것은 물론 보건의료 부담, 심리적 소비위축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보면 첫째 신흥국의 수출 시장인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둘째 신흥국들이 주요 피해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브릭스(BRICS)로 불리며 신흥국의 핵심을 이뤘던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이 코로나19의 핵심 피해국이 되고 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드미터가 집계한 전 세계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보면 6월 12일 0시를 기준으로 확진자가 747만 명, 사망자가 41만 명을 각각 넘었다. 대규모 확진자 발생지역이 중국을 시작으로 이란과 유럽 국가로 이어지고, 그 뒤로 미국으로 넘어갔다가 이제는 중남미와 중동·인도아대륙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릭스 5개국은 전 세계 피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월드미터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진자 숫자를 살펴보면 브라질이 77만 5184명, 러시아가 50만2436명, 인도가 28만 7155명으로 각각 세계 2위, 3위, 그리고 6위에 해당한다. 사망자도 각각 3만9797명과 6532명, 그리고 8107명이 나왔다. 러시아는 전날 하루에만 8779명의 확진자가 발견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와 사망자를 따져보면 이 가운데 브라질이 가장 심각하다. 2억1245만 명이 사는 브라질은 인구 100만 명당 3648명의 확진자와 18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1억4593명이 거주하는 러시아는 인구 100만 명당 3443명의 확진자와 4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구 13억7923명이 몰린 인도는 100만 명당 확진자 208명, 사망자 6명꼴이다.

코로나 쇼크로 브릭스 매력 반감 마이너스 성장


▎코로나 사태로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유니온퍼시픽 철도회사의 유휴 기차들이 서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검사 건수다. 브라질의 경우 검사 건수가 136만4423건으로 인구 100만 명당 6422명에 지나지 않는다. 1380만 건을 검사해 100만 명당 9만4565건을 기록한 러시아와 비교가 된다. 러시아의 인구당 검사 건수는 세계적으로 높다. 인도는 521만3140건으로 인구 100만 명당 3780건으로 낮은 편이다.

중국은 8만3057명의 사망자와 4634명의 사망자를 낸 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됐다. 인구 14억3932만 명이 사는 인구 대국으로, 100만 명당 58명의 확진자와 3명의 사망자를 냈다. 중국은 코로나 초기 발생국으로서 책임이 작지 않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등이 손해배상 소송도 벼르고 있는 실정이다.

남아공은 5만5421명의 확진자와 1210명의 사망자를 냈다. 아프리카 대륙 최대 규모다. 인구 5926만 명으로 100만명 당 확진자 935명, 사망자 20명꼴이다. 99만8400건을 검사해 인구 100만명 당 1만6846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브릭스에 대한 투자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브릭스 회원국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았음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수치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세계은행(WB)은 전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6월 8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인 2.5%보다 7.7%포인트나 낮춰 -5.2%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매년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전망치는 전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다.

세계경제 성장전망치 -5.2%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최악의 수준이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당시와 1979년 제2차 석유파동 당시 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떨어졌고 2008년 리만 쇼크 당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2020년 경기 침체가 1870년 이해 1914년과 1930~1932년, 1945~1946년에 이어 네 번째로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데이터베이스’에서 올해 성장전망치를 지난 1월 예상했던 3.3%보다 6.3%포인트 떨어뜨린 -3.0%로 예상했는데 세계은행 성장전망치는 이보다 더 부정적인 숫자다. 성장률을 전망할 때 세계은행은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IMF는 구매력평가(PPP) 모형을 적용해 각각 방법을 달리한다.

세계은행은 올해 선진국 성장전망치를 지난 1월 1.4% 성장에서 -7.0%로 낮췄다. 미국은 1.8%에서 -6.1%로, 유럽의 유로화 사용지역인 유로권은 1.0%에서 -9.1%로 크게 떨어뜨렸다. 신흥국가·개발도상국의 올해 성장전망치는 지난 1월 4.1%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5.9%에서 1.0%로, 인도는 5.8%에서 -3.2%로, 브라질은 2%에서 -8%로 각각 낮췄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3.8로, 러시아도 -6.0%로 각각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됐다.

2021년 성장 전망치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지난 1월 2.6%에서 이번에 4.2%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은 1.5%에서 3.9%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은 1.7%에서 4.0%로, 유로권은 1.3%에서 4.5%로 높였다. 신흥국가와 개발도상국의 내년 성장전망치는 4.3%에서 4.6%로 소폭 조정됐다. 중국은 5.8%에서 6.9%로 올렸다. 인도는 6.1%에서 3.1%로, 브라질도 2.5%에서 2.2%로 각각 낮췄다. 세계은행은 선진국과 신흥국·개발도상국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개발도상국 경제 올해 하락 내년 반등 예상


▎브라질의 사오 베르나르도 도 캄포 지역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이 코로나19로 문을 걸어 잠그고 휴업에 들어갔다. / 사진:AFP=연합뉴스
IMF가 지난 4월 발표했던 ‘세계 경제 전망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브릭스 회원국 각국의 경제 전망과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브라질의 경우 2018년 1.3%, 2019년 1.1%로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져 -5.3%로 전망된다. 내년에 2.9%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예측도 있다.

러시아는 2018년 2.5%, 2019년 1.3%의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올해는 -5.5%의 뒷걸음질이 예상된다. 내년에는 3.5%의 성장이 기대된다. 2018년 6.1%, 2019년 4.1%의 성장일 이뤘던 인도는 올해 그나마 1.9%의 플러스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에는 7.4%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전 세계의 관심사다. 엄청난 규모나 글로벌 공급망 때문에 중국이 기침을 하면 관련 국가나 전 세계 경기가 몸살을 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8년 6.8%에 이어 지난해 6.1%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IMF 전망은 올해는 1.2% 성장에 그치고 2021년 9.2%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2010년 10.6%을 이룬 뒤 계속 성장 속도가 늦춰져 2011년 9.5%로 떨어졌다. 고도성장 시대가 끝나고 성장률이 2012년 7.8%, 2013년 7.8%, 2014년 7.3%의 7%대 성장 시대를 거쳐 2015년 6.9%, 2016년 6.7%, 2017년 6.9% 등 계속 6%대 성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던 것이 올해 코로나19로 경제가 타격을 받아 1.2% 성장 전망까지 나온 것이다.

특히 중국 신화망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 개막식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매년 해왔던 경제성장률 목표 제시를 하지 못했다. 그만큼 상황이 불확실해진 셈이다.

브릭스 회원국 가운데 뒤늦게 합류한 것은 물론 인구, GDP, 1인당 GDP 등 다양한 지수에서도 가장 막내 격인 남아공은 2018년 0.8%, 2019년 0.2%의 낮은 성장률을 보인 데 이어 올해는 -5.8%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에도 4%의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브릭스 회원국들의 실업률도 문제로 지적된다. 브라질의 경우 정부 통계청이 2019년 12월 11.0%의 실업률을 발표했다. 지난 4월의 IMF 전망에 따르면 2020년에는 14.7%로 예상된다. 게다가 브라질은 지난 4월에 IMF 전망이 나온 뒤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그만큼 국민 생명과 건강은 물론 사회생활이 더 힘들고 경제활동도 더욱 위축되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 사정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IMF 전망은 2020년 실업률을 4.9%로 예상했다. 인도의 경우 세계은행(WB)과 세계노동기구(ILO)가 추산한 결과 2019년 5.4%의 실업률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15~24세의 청년 실업률이 2019년 12월 기준으로 23.3%에 이른다는 것이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지고 정권의 집권 연장에도 암운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GDP는 선진국 수준 1인당 GDP는 후진국 수준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교류를 차단하자 실직한 이주노동자들이 화물트럭에 몸을 싣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중국의 경우 IMF 전망에 따르면 올해 실업률은 4.3%로 예상된다. 중국도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해 경제와 사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세계은행(WB)와 세계노동기구(ILO)가 추산한 결과 10.6%에 이른다. 남아공은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실업률이 29.8%에 이르렀다. 같은 시기 청년실업률은 59.1%에 이르렀다. 남아공은 지난 3월 27일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전국에 봉쇄령을 내렸다. 하지만 불름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팬데믹보다 봉쇄령이 경제활동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경제계의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비교적 이른 시기인 5월 1일부터 규제를 풀기 시작해 현재는 경제활동이 사실상 전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사실 브릭스 5개국의 경제력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먼저 명목금액을 기준으로 한 IMF의 2019년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를 살펴보자. 중국은 GDP가 14조1401억 달러로 미국(21조4394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2조9355억 달러로 5위를 기록한 인도는 과거 식민지 종주국이던 6위 영국(2조7435억 달러)을 넘어섰다. 브라질은 1조8470억 달러, 러시아는 1조6378억 달러로 각각 9위와 11위에 올랐다. 브릭스 중 이들 4개국은 12위인 한국(1조6295억 달러)보다 GDP가 많다. 유일하게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3588억 달러로 35위에 올랐다. 홍콩(3729억 달러), 말레이시아(3653억 달러), 필리핀(3588억 달러)과 비슷하다.

하지만 브릭스 국가의 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 1인당 GDP는 낮은 편이다. IMF에 따르면 브릭스 회원국들의 2019년 명목금액 기준 1인당 GDP(추정치)는 각각 브라질 8796달러, 러시아 1만1162달러, 인도 2171달러, 중국 1만98달러, 남아공 6100달러다. 모두 세계 평균인 1만1355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신흥국끼리 서로 협력하면서 세계 경제에서 주력으로 부상하려던 브릭스 5개 회원국이 코로나 타격으로 일시 성장을 멈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국도 마찬가지로 타격이 큰 상황이다.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이 위기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전 세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도 중요한 투자 대상 지역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적 선진국, 고수익 신흥국’이라는 낡은 투자 공식에서 탈피할 계기가 될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39호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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