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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하반기 금융시장에도 ‘고요’는 없다 

 

유럽 재정행보, 美 대선, 코로나 2차유행에 외환시장 희비 갈릴 듯

상반기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과 중국이 우여곡절 끝에 1단계 무역합의에 임박했던 1월 14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50.6원까지 하락했다. 이 레벨은 상반기 저점이다. 불과 한 주 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월 21일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우한시 의료진 1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 전날 공신력 있는 전문가를 통해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다. 독일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경고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날이기도 하다.

이후 한 달간은 중국에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권 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했다. 이어 2월 21일부터는 미국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반응하며 한 달간 속수무책으로 금융자산 투매가 이어졌다. 마침 원유시장에서도 악재가 터지면서 패닉(panic) 심리를 더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 합의에 실패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히려 증산을 결정한다. 그 영향에 3월 9일 원유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3월 20일까지 시장의 패닉은 더했다. 원달러 환율은 3월 19일 장중 1296원까지 상승하며 10년 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도 같은 날 10년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유럽 호재는 계속될 것인가


이후의 흐름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대로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막대한 재정 및 유동성 투입에 고무되어 시장의 패닉 심리가 진정되면서, 자산 가격이 놀랍도록 빠르게 회복됐다. 금융위기로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두 달간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며 자산 시장을 부양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번엔 더 과감하게 대응했다. 연준은 3월 15일 긴급회의 개최 이후 두 달간 2조6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했다. 미국과 유럽 등 엄격하게 봉쇄령을 시행했던 선진국들이 점차 봉쇄령을 완화하면서, 경제 재개 기대감도 주식시장 등 자산 가격의 회복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사뭇 달랐다. 6월이 오기까지 하단이 1200원 벽에 막힌 채 1240원선까지 수차례 오르내렸다. 6월 초순이 되고 나서야 환율은 비로소 1200원의 견고했던 심리적 지지선을 뚫고 내려왔다. 그러나 다시 방향을 돌려 금세 1200원을 회복했다. 이 흐름을 만들어낸 변수들은 하반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6월 초순의 원달러 환율 하락은 원화 강세라기보다는 달러화 약세였다. 즉, 한국에서 발생한 호재 때문에 원화 자산을 사려는 수요가 몰려 환율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매도 압력이 커지면서 이 흐름에 편승하여 환율이 하락했다. 달러화와 유로화 간의 직접 거래에서 달러화를 팔고 유로화를 사는 거래가 급증하면서 유로화의 급격한 상승과 달러화의 약세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 흐름이 원달러 거래에서도 달러 매도 압력에 힘을 실었다.

2019년 기준으로 하루에 6조6000억 달러가 거래되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통화는 달러화다. 달러화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거래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하루 거래량이 한국의 연간 명목 GDP에 맞먹는다. 달러화와 유로화간 거래량은 원화와 달러화간 거래량의 13배에 이른다. 따라서 달러화와 유로화간 거래에서 강한 방향성이 나타나면 원달러 환율과 같은 다른 통화에도 방향성을 만들어낸다.

유로화가 갑자기 상승하며 달러화 하락을 이끌어낸 배경은 유럽에 호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간 일관되게 EU(유럽연합) 회원국에 대한 재정 지원에 난색을 표했던 독일이 한 발 양보한 것이 계기였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합의를 통해, EU 회원국들의 공동출연으로 5000억 유로 규모의 지원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EU의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7500억 유로로 증액한 재정 부양 패키지를 제안하자, EU의 와해를 걱정했던 금융시장의 시선이 달라졌다.

이탈리아 등 개별 회원국의 재정·은행 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에 코로나19 충격이 덮쳐 EU의 미래에 의구심이 생겼던 시기였다. 독일은 기존의 입장을 굽히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낸다. 7500억 유로 중 5000억 유로를 보조금 형태로, 나머지 2500억 유로를 대출 형태로 제안했는데 상환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보조금 형태가 포함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취약한 개별국 재정에 대한 우려를 덜고 리스크를 분담하게 돼, 유로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었다. 보조금 형태에 반대하는 일부 회원국이 남아 있어 만장일치 동의를 끌어내기 까지는 향후 진통이 예상되지만, 유럽을 보는 시선의 변화는 하반기에도 달러화 강세를 억제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시 달러화 재평가 될 수도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새 국면을 맞았다. 5월에는 미국이 코로나19 중국책임론을 거론하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고 이대로라면 1단계 무역합의도 파기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 와중에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면서 대립이 격화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철회’를 발표했음에도 실질적인 조치를 유보했다. 결국 미국 대선까지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미국 대선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트럼프 2기가 개막하거나, 바이든의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하거나 그 결과는 외환시장을 움직일 것이다. 만약 바이든이 당선되면 그의 외교정책과 미·중 관계, 재정 건전화 계획 등을 토대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이 변수를 덮어버릴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스페인 독감처럼 2차 유행에서 더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경고가 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지는 중요한 변수다.

코로나19가 2차 유행하게 된다면 이미 실탄을 대거 소진한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대응하기도 한층 더 벅찬 상황일 것이다. 물론 창궐 초기에 비해 각국의 대응 및 방역 체계가 개선되어 극단적인 봉쇄나 심리적 혼란이 제한될 수 있지만 예단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면서도 유동성 지원 덕에 근근이 버티던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신흥국발(發) 악재 출현 가능성도 달러화 선호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변수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540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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