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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이크쉑’ ‘블루보틀’에서 긴 줄이 사라졌다] 매장 늘었지만 대중 관심도는 ‘뚝’ 

 

올 들어 매장 오픈도 줄어… 비싼가격·대체브랜드에 재방문율 추락

▎2016년 인파들로 붐빈 쉐이크쉑 국내 1호점. / 사진:연합뉴스
“줄이 생각보다 길지 않네요?”

6월 12일 서울 종로구에 커피전문점인 ‘블루보틀 광화문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난해 5월 성수점, 7월 삼청점, 8월 역삼점, 9월 압구정점 오픈에 이어 국내에 선보인 블루보틀 5호점이다. 지난해 5~9월, 매달 신규 매장을 연 것과 달리 9개월 만의 신류 론칭이다. 블루보틀 광화문점 첫 오픈 시간인 6월 12일 오전 8시에는 30여명의 사람이 줄을 섰다. 줄을 선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바로 ‘예전 인기 같지 않다’는 것이다. 매장을 오픈할 때마다 수백 명의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인기는 확실히 ‘시들’해졌다.

지난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해외 식음료 브랜드들의 인기가 사그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쉐이크쉑’ ‘블루보틀’ ‘타이거 슈가’를 꼽을 수 있다. 세 브랜드 모두 첫 오픈 시기에 수 시간 줄을 서지 않으면 주문조차 할 수 없었던 인기 브랜드였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썰렁하다. 지난 2월 용산 아이파크몰점에 오픈한 쉐이크쉑은 가장 최근 론칭한 곳이지만 ‘기다리는 줄 공간’이 무색할 만큼 방문객이 적다. 주문을 위해 줄 서서 기다릴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전국에 59개 매장을 운영하는 타이거 슈가 상황도 비슷하다. 이전엔 음료 한잔을 받기 위해 대기해야 했다면 이제는 주문도 바로, 픽업도 바로다.

SNS에서도 주목도 크게 하락


▎지난 2월 문을 연 쉐이크쉑 용산 아이파크몰점의 한산한 모습. / 사진:연합뉴스
약해진 기세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중심 마케팅 플랫폼인 미디언스의 해시태그랩을 분석한 결과, 쉐이크쉑을 주제로 SNS에 올라온 게시물은 지난해 7월 정점을 찍고, 계속해서 하락세다. 지난해 7월 2005개, 8월 1588개, 9월 1348개, 10월 936개를 기록하더니 올해 5월은 645개로 게시물이 대폭 줄었다.

블루보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2만7764개, 8월 1만5875개, 9월 1만3897개로 줄더니 올해 5월엔 2241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타이거 슈가의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8월 1만5296개, 9월 5901개, 10월 4885개이더니 올해 5월엔 1084개 정도에 불과하다. 정점이었던 1만5296개와 비교하면 1년이 채 되지 않아 10분의 1 정도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디언 스해시태그랩은 ‘타이거 슈가’의 인기가 “중기로는 하락하고 있고 단기로는 급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6월 17일 텅 빈 블루보틀 성수점 매장 안 모습. / 사진:라예진기자
오픈 할 당시 크게 인기를 얻다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이 세 브랜드는 모두 ‘해외’에서 온 브랜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2016년 7월 첫 매장문을 연 쉐이크쉑은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이 국내로 들여온 미국 햄버거 체인점이다. 국내 젊은층 사이에서 ‘뉴욕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버거’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블루보틀 역시 미국에서 온 커피 브랜드로,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블루보틀은 2015년 일본 도쿄에 첫 해외 매장을 열면서 국내 여행객에게 관심을 끌었다. 한때 블루보틀을 상징하는 파란 병이 그려진 천 가방(에코백)을 기념품처럼 사와 SNS상에 인증하는 것이 인기일 정도였다. 현재 블루보틀 국내매장은 블루보틀커피코리아에서 운영하고 있다.

타이거 슈가는 대만에 본사를 둔 밀크티 프랜차이즈이다. 대만에서 생산하는 흑설탕을 사용해 한 입 마시면 머리가 띵하고 울릴 정도의 ‘극강의 단맛’을 내는 음료를 판매해 다른 대만 밀크티 브랜드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타이거 슈가 코리아는 지난해 3월 홍대본점을 시작으로 현재는 전국에 59개 매장을 직영점과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오픈 이후 세 브랜드의 매장 앞엔 마치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듯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높은 인기만큼 매장 수도 급격하게 늘었다. 블루보틀은 지난해 처음 1호점을 열고 연달라 4호점을 오픈했고, 타이거 슈가는 지난해 3월에 시작해 1년간 직영점 2개 매장과 가맹점 41개 매장을 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매장 수가 눈에 띄게 정체됐다. 블루보틀은 올해는 단 1개의 매장이 더해졌고, 타이거 슈가는 16개 매장이 늘었다. 지난해 1년간 생긴 매장 수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숫자다.

반면 경쟁 브랜드의 매장 수는 크게 늘었다. 블루보틀과 비슷한 콘셉트로 스페셜티 커피를 앞세워 직영점으로만 운영하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지난해에만 9개 매장이 새로 생겼고, 타이거 슈가처럼 작은 규모의 카페 매장 형태로 가맹점 사업을 진행하는 커피 프랜차이저 이디야는 올해만 100여개 매장이 오픈했다. 지난해 40여 매장을 오픈한 할리스커피는 올해 6월 18일 기준으로 35개 매장이 더 생겼다. 2016년 1호점을 연 쉐이크쉑도 매장 수가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쉐이크쉑은 매년 많게는 3개 매장, 적게는 2개 매장을 모두 직영점으로 오픈했다.

‘매장 늘리자 희소성 떨어지는’ 딜레마


화려한 서막을 알리던 해외 브랜드들이 주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떨어진 ‘희소성’을 말했다. 모두 해외에 나가야지만 맛볼 수 있는 식음료였는데,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드물게 됐다는 분석이다. 매장을 늘리자 그동안 주목받았던 이유인 희소성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비교적 비싼 가격도 소비자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실제 쉐이크쉑에서 소비자가 버거에 프렌치프라이, 음료를 먹으려면 최소 1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버거 단품 중 가장 저렴한 버거 싱글은 5400원이다. 반면 버거킹, 맥도날드, 노브랜드 버거, 맘스터치 등에선 버거 세트 메뉴가 5000원 안쪽으로, 가성비를 넘어 일명 ‘갓(god)성비’ 버거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블루보틀 아메리카노 가격은 5000원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인 4100원보다 900원이나 비싸다. 타이거 슈가의 대표메뉴인 흑설탕 밀크티는 4900원으로, 대만 현지가격보다 두 배 비싸다. 오픈 당시에는 ‘희소성’이 뚜렷해 다소 비싼 가격이어도 경험 삼아 구매했지만, 점차 희소성마저 떨어지면서 똑똑한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주고 일부로 재방문하지 않는 셈이다. 쉐이크쉑 버거, 블루보틀 커피, 타이거 슈가의 밀크티 등 모두 이를 대체할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식음료가 많은 것도 한몫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외식프랜차이저 MBA 교수는 “처음 ‘반짝인기’를 끌다가 몸집을 줄이는 해외 브랜드는 식음료뿐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덴마크 디자인숍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도 2016년 처음 국내에 상륙했을 때 줄을 서서 사람들이 입장했지만 지금은 매장 축소 작업이 시작됐다는 것. 이마트가 영국에서 들여온 드럭스토어 ‘부츠’는 현재 한국에 첫 매장을 오픈한지 2년 만에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고, 일본 패션 브랜드인 ‘지유’ 역시 5월 국내 매장 전체 철수를 결정했다.

브랜드 안정화 다지는 시기?


▎2017년 4월 6일에 열린 쉐이크쉑 두타점 오픈 기념식에서 초청인사들이 테이프 컷팅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당시 직함 표기) 타일러 헤킹 주한미국대사관 상무부 외교관, 최석원 파리크라상 대표,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박서원 전무 두산 유통CSO, 조용만 두타몰 대표이사.
김 교수는 “지유 같은 경우는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과 이어지겠지만, 해외에서만 살 수 있었던 ‘희소성’이 떨어진 것도 철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브랜드의 희소성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는 첫 해외 브랜드 경험에 대한 기대치가 비교적 높은데, 실제 음식의 맛이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해외에서 성공한 경력이 있는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 소비자를 너무 쉽게 본 경향도 있다”며 “집요한 마케팅을 펼치기 보다 오픈할 때 반짝 쏟아 붓는 마케팅을 펼친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식은 인기가 오히려 브랜드의 안정화를 다지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위 ‘오픈발’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시기가 지나야 진정한 브랜드 마니아층이 생길 수 있다”며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시기일수록, 브랜드는 장기간 이용해줄 소비자의 취향을 더욱 충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부러 소수 매장만 열어서 사람들을 안달 나게 하는 것이 이들의 첫 마케팅 전략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다 사람이 빠지고 나서 서서히 매장을 넓혀가는 것이 순서이다. 쉐이크쉑과 블루보틀은 이미 오픈 전부터 이 상황을 예상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타이거 슈가는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사실 햄버거와 커피는 식(食)문화에서 주류이지만 흑당 밀크티는 어쩌다 한번 맛보는 비주류 식품”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시들어진 인기에 대해 쉐이크쉑, 블루보틀, 타이거 슈가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매출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주춤하는 것 외는 오픈 이후 매출액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쉐이크쉑을 운영하는 SPC그룹 관계자는 “7월에 대구 동성로에 쉐이크쉑 13호점이 오픈할 예정”이라며 “줄을 서지 않는 것은 이처럼 매장이 생겨남에 따라 소비자들이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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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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