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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부동산대책’ 뭐가 문제야] ‘싸잡아’ 규제에 서민들 뿔났다 

 

정부 “투기 자금줄 끊겠다” VS 수요자 “내 집 마련 사다리 걷어차”

▎인천 검단신도시 전경 / 사진:인천도시공사
‘실미도도 투기지역인가요’ ‘세입자 사망선고의 날’ ‘나는 투기꾼입니다’ ‘40년 동안 쌀값 3.2배, 서울 집값 84배’ ‘분양 난민’…. 정부가 6·17부동산대책을 발표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에 쓰인 표현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 실미도(인천 중구 무의동)가 규제지역에 포함된 것을 비아냥대는 글이 눈에 띈다. 최근 당첨된 중저가 아파트가 한순간에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자 ‘나는 부동산 투기꾼’이라며 푸념하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6·17대책을 발표한 날을 세입자가 사망선고를 받은 날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과잉규제라며 저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신을 무주택·세입자·갈아타기 실수요자라고 밝히며 도를 넘은 규제 일변 정책에 분노를 폭발하고 있다. 다주택자·고가주택자를 겨냥해온 문재인 정부 지지층까지 이번 정책엔 뒤돌아서는 분위기다.

이들이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정부가 규제지역을 너무 광범위하게 설정했다는 점이다. 투기 조짐이 보이거나 투기가 향후 발생할 거라고 예단한 지역들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투기세력이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라지만 서민들은 내 집 마련 사다리마저 걷어찼다며 분노한다.

달리 말하면 문 정부가 지금껏 지향해온 ‘핀셋 규제’ 방식을 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핀셋 규제는 투기 양상이 두드러진 특정 동네를 선별해 집중 제어하고, 실수요 피해와 부작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문 정부 첫 해인 2017년 6·19부동산대책(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맞춤형 대응 방안)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지역별·계층별로 차등 적용하면서 등장했다.

‘미분양 늪’ 인천 자금줄도 끊기자 강력 반발

문 정부는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난 3년여 동안 규제지역을 계속 확대해왔고 과세·대출 문턱도 꾸준히 높여왔다. 그 기조에 따라 지금까지 처방전을 21번이나 쏟아냈지만 약효는 그때뿐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서울지역 아파트값을 역대 정부와 비교해보니 문 정부 3년(2017년 5월~2020년 5월) 동안 약 52%나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명박 정부(2008년 12월~2013년 2월)와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때의 2배나 된다. 문 정부가 핀셋 규제를 버리고 전방위 규제로 바꾼 배경이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주민들은 대출·청약·보증·거주 등에서 상당한 불편을 겪어야 한다. 6·17대책에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넘는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고, 전세대출보증도 2억원으로 축소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줄였다. 투기과열지구에선 9억원 이하 아파트는 40%, 초과분은 20%를 적용하고 조정대상지역에선 각각 50% 30%를 적용키로 했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면 집값에 상관없이 6개월 안에 이사와 기존 주택 처분을 마치도록 했다. 심지어 전입의무가 없었던 보금자리론 이용자에게까지 3개월 내 전입과 1년 이상 실거주를 부과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도가 한계 수위에 다다랐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6·17대책에서도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전선을 넓히자 주택 수요자들이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번에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 묶인 지역들 가운데 특히 인천 주민들이 반발이 심하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주민들(검단신도시스마트시티총연합회)은 지난 6월 19일 ‘검단 신도시·원도심을 규제지역에서 빼달라’는 성명서를 국토부에 보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동구지회도 24일 해제요청 시위를 벌였으며, 인천시의회도 같은 날 해제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인천에서 20여년째 살고 있는 김종섭(45)씨는 “인천 집값이 서울에 비해 저렴하게 보여도 인천시민에겐 고가”라며 “인천지역 아파트 분양가도 계속 오르고 있어 집값 마련도 벅찬데 6·17대책으로 자금줄까지 끊기자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단신도시(인천 서구 당하·마전·불로·원당동 일대. 2023년말 준공 예정)만 하더라도 지난해 10여개 브랜드 아파트 모두 분양 물량이 남아돌 정도로 ‘미분양 늪’에 빠져 있었다. 올해 2월 들어서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관리지역 대상에서 갓 졸업했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 탓에 검단신도시 주변 집값은 그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면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아이파크2차는 인천지하철2호선 마전역 역세권에 있지만 아파트값이 1년 새 1억원이나 하락했다. 전용 131㎡은 지난해 5월 5억1500만원에서 올해 6월 4억1500만원으로 떨어졌다. 검단힐스테이트2차 전용 123㎡도 2018년 3월 4억500만원이었으나 올해 6월엔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집값은 떨어졌는데 정부가 억누르니 입주도 안 한 검단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외지 투기세력 탓에 대전 후폭풍 성토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대전에서도 특히 동구와 중구가 6·17대책에 단단히 뿔이 났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세종시 수혜를 누리고 있는 유성구나 경제·문화 중심지인 서구와 달리, 동구와 중구는 시·도 청사가 떠나고 고령인구뿐인 원도심으로 개발 호재도 없고 재건축·재개발마저 번번이 무산됐던 지역이다. 대전 서구 도안동의 조경희 나비가공인중개사사무소 사장은 “외지 투기세력이 지난해 도안신도시를 휩쓸고 간 탓에 실수요 주민들만 폭탄을 끌어안게 된데다, 원도심도 후폭풍에 시달리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도심 아파트값이 5년 넘게 제자리인데 6·17대책의 피해를 보게 된 점도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다. 대전 동구 용전동 신동아 아파트(914가구 13개동)의 경우 교육·쇼핑·교통 중심지임에도 전용 84㎡ 실거래가가 2015년 4월 1억7500만원, 올해 5월 1억6000만~1억9200만원 사이에 머물러 있다.

6·17대책이 표방한 갭투자와의 전면전도 실수요자들의 화를 돋우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문 정부가 그동안 규제 일변도로 자격요건·지원금액·보증한도를 계속 줄여 대출문을 좁히자 주택시장에선 보증금을 끌어안고 전세대출금으로 집을 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정부는 이를 투기로 봤지만 수요자에겐 내 집 마련의 한 방편이었다. 이는 1주택자가 더 좋은 곳으로 옮기기 위한 갈아타기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마저 차단하자 원성도 커진 것이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을 때려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겠다 하니 실수요자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3년 전 8·2대책(세금감면 혜택)으로 지원했던 임대사업자 정책을 2018년 9·13대책(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합산)과 2019년 12·16대책(취득세 감면요건 강화)으로 뒤집은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하락을 기대했던 집값이 여전히 고공행진하자 실수요자들이 뒤늦게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이 강남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실수요자가 눈에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자에겐 대출을 막아 매입을 저지하고, 보유세·종부세를 높이면 양도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매물을 내놓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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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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